(함께나눠요) <부재의 기억>: 부재한 약속들에게 묻는다

(함께나눠요) <부재의 기억>: 부재한 약속들에게 묻는다

<부재의 기억>: 부재한 약속들에게 묻는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무얼 할 것인지 

 

 반성문이 될지도 모르겠다. 같이 쓰면 좋겠다. 특히, 어제 ‘승리’를 거머쥐신 분들과 같이. 

 

 날짜를 세고, 노란 리본을 가방에 달고, ‘REMEMBER’ 팔찌를 차고 일 년에 한 번 광장에 가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제의 세상을 보니, 아니었나보다. 마주하기가 두려워서 미루고 미루다 결국 오늘 4월 16일 아침에 영화 <부재의 기억>을 틀고 말았다. 화면에 바다가 꽉 찼다. 화면에 나타나는 타임라인 속 시간과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이 일치하는 걸 보면서 머리가 울렸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외치며 점점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희미해져 간 모양이다.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뭔가 하고 있다는 알량한 안심으로 뭘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알아보지도, 하지도 않고 이 땅에서 우연히 살아남아 살고 있는 시간을 아무렇게나 보내고 있었다. 지금도 정부가 뭘 하고 있는지, 가족들이 원하는 건 뭔지, 남아있는 과제가 무엇인지 모른다. 우리 탓을 하자는 건 아니다. <부재의 기억>을 자극 삼아 다시 아파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느껴보자는 것도 아니다. 기억하는 행위가 아픈 것은 당연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감히 느껴보려고 시도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부재의 기억>은 사람들의 고통을 자극하고 참사를 발판 삼아 우리 다시 잘해보자 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그 어떤 것들보다 진실인 통화내용, 영상, 인터뷰, 발언, 부고들을 보여줄 뿐이다. 그 진실들은 각자의 기억과 함께 힘으로 엮어진다. 

 

 1주기 때가 기억난다.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슬프거나 화나는 게 아니라 무서웠다. 경찰은 진짜로 사람을 때렸다. 캡사이신을 쏘기도 했다. 당장 해산하지 않으면 뭐 어떻게 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그 날 그 행렬은 헌화하러 가는 길일뿐이었다. 지금은 서울 한복판에서 경찰이 사람을 때리지도 캡사이신을 쏘지도 않는다. 그랬다간 아주 큰일이 날거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 4월 11일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자 세월호 6주기 공동행동으로 ‘노란차량행진’과 ‘10m 간격으로 노란피켓잇기’를 진행했다. 방역법을 안 지키고 있는 건 광화문 건너편에 모여서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혐오적 말을 내뱉고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경찰은 광화문을 향해 방송했다. 해산하지 않으면 방역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으니 당장 해산하라고. 서울시 공무원들은 피켓을 들고 선 사람들과 행진하는 차량들을 마구 찍어 채증해 갔다. 결국 차량들은 계획되어 있던 청와대까지의 행진을 마치지 못했다. 

 

 경찰이 해산명령을 하지 않았고, 청와대까지 갈 수 있었다면 세상은 변한 걸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아무 때나 세월호를 검색하면 기사가 별로 없다. 기사로 쓸 만한 사건이 없으니까. 변하는 상황이 없으니까. 선거철에 세월호를 검색하면 기사가 쏟아진다. 막말부터 공약까지 다양하다. 세월호 참사 5대 약속 과제가 있다. 

 

<세월호 참사 5대 약속 과제>

1. 4.16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 기록물 공개

2. 4.16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참사 진상규면 조사 기간/인력 보장

3. 김관홍법 입법, 민간 잠수사, 희생 기간제 교사 등 피해지원

4. 중대안전사고 시 국가책임, 피해자 권리 등 국민안전권 법제화

5. 희생자 두 번 죽이기 (피해자 불법사찰, 혐오모독 등) 처벌 규정 강화 

 

4.16연대에서 정당별 약속이행 여부를 받았고 932명 중 429명의 후보자가 약속에 참여했다. 과제를 모두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후보는 424명이다. 이중에는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사람도 다수다. 총 180석을 가져간 정당은 5대 정책과제 모두 이행을 약속했다. 약속 이행여부에 응답조차 하지 않은 정당에서 103명의 국회의원이 나왔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니.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같이 날짜를 세고, 노란 리본을 달고 광장에 모일 것이다. 기억의 합이 만들어내는 힘을 믿는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한다. 기억해야 한다. 저들이 한 약속을 말이다. 처음 한 약속도 아니다. 순간순간에만 분노하고 소리치다 가라앉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이젠 정말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질릴 때까지 물을 것이다. 

 

매주 광장에 모였던 2016년. 

마침내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온 2017년. 

2020년 4월 16일 지금.

뭐가 다를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

* 영화 <부재의 기억>은 다음의 링크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공개된 버전은 영문판이라 한글자막이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_A8dq2fA5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