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활동가편지)어느 봄의 서글픈 인후통

(상임활동가편지)어느 봄의 서글픈 인후통

 지난주에 까닭도 모르고 내내 아팠습니다. 열도 없고 기침도 없는데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고 속에서는 계속 식은 땀이 났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1339에 전화도 해보았어요. 내 몸이 아픈데, 그 아픈 몸이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했습니다. 동네 병원에 전화를 하고 찾아가 진찰을 받았습니다. 감기도 아니고 그냥, 목이 조금 부은 거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두통도 식은 땀도 사라졌습니다. 아픈 게 좀 괜찮아지고 나니, 나의 아픈 몸으로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는 사실이 슬프면서도 끔찍했습니다. 몸살감기야 매해 봄 오는 연례행사이지만, 2020년의 인후통은 잊기 힘들 것 같네요.

 

 지금 천연동에서는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하여 온라인 상영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온라인 상영회에 어려운 점들도 많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한 곳곳의 소식을 찾아보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영화를 찾아보고, 무엇보다도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느라 바쁜 날을 보냅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지금의 코로나19는 한 번 극복하고 나면 그만인 위기상황은 아닌 듯합니다. 코로나19가 헤집어 둔 이땅에서는 그동안 고여있던 수많은 모순과 차별, 아픔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부디 백신이 나오길, 바이러스가 어서 종식되길 바라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우리가 마주한 모순과 차별, 아픔은 어떻게 종식될 수 있을까요? 위기와 싸우면서 우리는 무엇을 침해받고 잃어버렸을까요? 우리의 관계를 무너뜨리고 삶을 망가지게 한 것이 바이러스 하나 때문일까요? 우리가 숨쉬던 공기에 이미 위기의 뿌리가 숨어있진 않았을까요?

 

 매일 이런 생각을 하다가 몸살이 났으니, 두려움이 더 컸었나봅니다. 그래서 별 증상도 없는데 두통과 불안에 시달렸나봐요. 그러나 나의 아픈 몸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아픈 몸을 미안해하도록 만든 무언가가 잘못된 것입니다. 저의 부은 목은 금방 가라앉았지만,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는 코로나19와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겠지요. 조금 더 힘을 내서,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야기들을 모으고 다듬어서, 서울인권영화제가 코로나19를 마주하며 고민하고 선정한 작품들과 함께, 5월 즈음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그때까지 부디, 여러모로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