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편지) 존버가 익숙해질 때까지

(자원활동가편지) 존버가 익숙해질 때까지

안녕하세요? 자원활동가 나현입니다. 오랜만에 자원활동가 편지를 쓰는 것 같아요. 어느덧 영화제 3년차 활동가인데 왜 기억이 초기화되는 것처럼 매년 영화제가 새로운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어떻게 감상하더라? 프로그램노트는 어떻게 쓰는거였지? 이리저리 질문 속에서 헤매다가, 오늘은 편지는 어떻게 쓰더라? 의 차례입니다. 그 이유를 한번 더듬어 보자면 요즘 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는 중이라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요즘 저는 아침에 기계처럼 눈이 떠지고 어딘가로 돈을 벌러 떠납니다. 얼마 되지 않은 패턴에 간신히 녹아들기 위해 하루에도 열두번 넘게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일이 끝나면 녹초가 되지요. 너무 이른 시간부터 시들해지지 않기 위해 평생 안 먹던 커피까지 먹게 되었어요. 저는 지금까지는 대부분 생각이 연결되는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했었는데, 최근들어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 열심히 버티고 있습니다.

 

간신히 버티는 삶을 살지만 매주 목요일 7시부터는 제 의지로 꼿꼿이 살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누군가 저에게 "대체 그 인권활동 언제까지 할거야? 너도 빨리 먹고 살 길을 개척해야지" 라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인생에 대부분 확신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그 말을 들은 순간 숨이 턱 막혔습니다. 한창 정말 "먹고 사는 일"에 대한 생각이 저를 지배할 때라 그랬나봐요. 

 

그래도 어떻게 먹고 살 길을 찾았는데 요새들어 사람은 먹고 살기만 해선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살아남을지언정 말이예요. 살아가기 위해선 많은 것들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제 삶에선 그 중에 하나가 영화제라고 생각이 됩니다. 코로나가 헤집고, 직장이 파헤쳐버려서 너덜해진 제 마음이 천연동 식구들과 얘기하다보면 어느새 무언가로 다시 채워지고 덮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매번 편지마다 영화제 고맙고..짱이고...최고고..하는 내용이라 식상하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사랑을 표현하기 힘든 저의 마음을 알아주세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예전처럼 손잡고 서로를 이야기할 순 없지만 마음은 가깝게 하라는 말처럼 이 편지를 통해 여러분께 저의 사랑이 흠뻑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