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코로나19 인권영화제를 준비하며

(활동펼치기) 코로나19 인권영화제를 준비하며

3월의 마지막날, 여러분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24회 영화제가 가을로 연기되었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였어요. 그리고 영화제를 미루기까지 고민했던 점들을 함께 풀어놓았습니다. 매일매일 늘어나는 확진자를 보며 불안하면서도 상황을 숫자로만 바라보고 있었던건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집단과 가능하지 못한 집단들의 차이와 틈을 보았고, 경악할만큼 비인도적이고 상식적이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땐 비단 코로나19라는 감염병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알면서도 자세히 들여다 보지 못했던 사회의 민낯이 가감없이 드러났습니다. 정말이지 너무 많은 것들이 문제구나, 싶다가도 원래 사회 자체가 문제 투성이였지, 싶었달까요. 그럼에도 사회는 여전히 잘 굴러가는 것 같았습니다. 분명 이 사태로 들끓고 있을텐데… 모두가 힘든 시기라고 생각하며 고통을 감내하고 다들 어렵지, 하며 참는 것 같아 속상했어요. 

하지만 이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고통은 아래로 흘렀고, 불평등은 또 다른 불평등을 낳으며 차별과 혐오는 이 시국에 맞게끔 형성되곤 했습니다. 정상가족과 사무직 중심의 대안과 지원은 법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닿기 어렵다는것을 보았습니다. 참담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나는 지금 무얼 해야할지 고민하며 영화제 회의에 왔어요. 일상속에서 뒤틀리고 변화되는 상황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카운팅되는 숫자가 아닌 사람의 삶을 직시하며 우리가 마주한것은 무엇일지, 무엇 하나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는 재난상황임에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다는점을 간과하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안의 변화도 느끼곤 했습니다. 코로나19 인권영화제를 준비하는 동안 회의 모습도 조금 달라졌거든요. 몸이 조금 안좋거나 코로나19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때엔 온라인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회의에 참석하다보니 오프라인으로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 주 동안 무얼하며 지냈는지 묻고 답할 때엔 귀를 쫑긋거리며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안부에 귀기울이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림1. 오프라인 참여를 하는 활동가들이 세로로 긴 책상에 모여 앉아있다. 온라인 참여를 하는 활동가들도 있다. 책상 위에는 회의에 필요한 노트북과 화상 회의를 위한 아이패드가 놓여있다. 온라인 참여를 하는 활동가와 오프라인 참여를 하는 활동가가 아이패드로 소통하고 있다.]

[그림1. 오프라인 참여를 하는 활동가들이 세로로 긴 책상에 모여 앉아있다. 온라인 참여를 하는 활동가들도 있다. 책상 위에는 회의에 필요한 노트북과 화상 회의를 위한 아이패드가 놓여있다. 온라인 참여를 하는 활동가와 오프라인 참여를 하는 활동가가 아이패드로 소통하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머리를 맞대어 작품을 선정하고 아이디어를 엮어나가면 짜잔-하고 끝날 법도 한데.. '온라인 영화제'라는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온라인 영화제는.. 모두에게 낯설었고 낯설음은 어려움으로 다가오곤 했답니다..! 겨우겨우 정한 작품은 상영 자체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고, 온라인 상영 준비과정 속에서 보안 문제가 떠오르며 기술적인 부분도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머리 열댓 개가 모여 아이디어를 내놓고 뚝딱뚝딱 실행에 옮겨 여기까지 왔답니다.

이렇게 지난 두 달여 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코로나19 인권영화제’를 준비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주제고 상황이 시시각각 변해 모든 것을 담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낯선 방식의 영화제라 모두에게 낯설겠지만, 코로나19 시국을 살아가며 잊어선 안되는,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지점들을 이번 영화제를 통해 나누고자 합니다. (포스터도 나왔고 일정도 확정된만큼! 곧 영화제 관련 소식을 전하도록 할게요.ㅎ0ㅎ) 그때까지 우리 모두 건강하게, 안녕히 지냈으면 해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