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편지) 안녕하세요, 감사해요, 잘 있어요, 다시 만나요

(자원활동가편지) 안녕하세요, 감사해요, 잘 있어요, 다시 만나요

안녕하세요, 23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권태입니다

 

요새만큼 안녕들 하냐는 인삿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웹툰을 보다 '어 근데 이 사람들 왜 마스크를 안 썼지?' 하고 놀라기도 했어요. 집 밖으로 나갈 때 옷을 입고 양말을 신는 것처럼 마스크를 끼는 일도 점점 일상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 하더라도 한동안은 마스크를 끼고 다닐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마스크는 방역의 수단이라기보다도, '믿을만한 무엇인가'가 형상화된 물건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그 '믿을만한 것'이 누군가와의 소통을 가로막고, 타인과 내 사람의 경계로, 또 신뢰와 불신의 경계로 작용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울적해지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영화제를 준비하며 친구들과도 이 사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며칠 전에는 '이 바이러스가 지금까지 추상적인 문제로 여겨지던 문제들을 가시적인 무엇인가로 드러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누군가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여기던 인권의 문제들은, 그러니까, 특수노동자의 노동환경이나 시설의 근원적 문제, 미등록 이주민의 삶과 같은 것들은 너무나도 실재하는 사람의 이야기였다는 게 감염의 경로를 통해 확연히 드러났으니까요. 이제서야? 라는 생각과 함께 이제서라도.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럴 때마다 제가 어떤 문제를 너무나도 '보는 사람'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 건 아닌지 흠칫 놀랄 때도 많습니다.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분명 그것을 제외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모든 것들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부쩍 고민이 되는 요즘입니다.

 

그러고보니 여러분이 이 편지를 볼 때 즈음에는 2020년이 채 200일도 남지 않았겠네요. 극단적이고 밍숭맹숭한 올 상반기를 견뎌내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계획했던 일들도, 계획하진 않았지만 찾아오리라 기대했던 일들도 다 날아가버렸는데 해야 하는 것들은 몰아치는 시기에 어찌 안녕들 하신지요. 이 우울이 빨리 지나 더 나은 것들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날이 오면, 그런 날을 기다리며 여러분은 무엇을 하실 건가요? 코로나19 인권영화제에 참여해보는 건 어떠실지!(너무 뜬금없는 홍보였네요)

 

서인영에 관심을 가진 여러분들은 고민하고 절망하면서도 그만두지 않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일 것이라고 믿어요. 최소한 그런 믿음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영화제가, 또 이후에 열릴 24회 서울인권영화제가 여러분께 그런 믿음의 장으로 작용했으면 좋겠어요.

쓰다보니 말이 너무 많아졌네요.

 

모쪼록 여러분의 안녕을 빕니다. 영화제에서 마주하는 그날까지, 안녕하세요.

 

권태 올림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권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