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날 울림] 장애인접근권: 누구나 차별없이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섯째날 울림] 장애인접근권: 누구나 차별없이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들 ‘코로나19 인권영화제’ 잘 즐기고 있으신가요~? ㅎㅎ 6월에 광장에서 만나고 싶었는데 온라인에서 만나게 되어 너무 아쉬워요. 다음에는 광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잠시 미루기로 하고 “코로나19 인권영화제: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를 개최했는데요, 24회 영화제 준비 못지않게 코로나19 인권영화제 준비에도 정성을 많이 들였어요. 처음해보는 온라인 상영에 길을 헤매기도 하고 이런저런 걱정도 하면서요.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영화제를 할 때 많이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들 중 하나로 장애인접근권 실현이 있어요. 누구나 영화를 감상하고 영화제를 찾아와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인데요, 이번 코로나19 인권영화제에서도 장애인접근권 실현을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그 생생한 현장을 먼저 나눠볼까요?

 

먼저 소리정보를 작성하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영화에 나오는 소리들을 글로 옮겨 자막으로 나타내는 작업입니다. 처음에는 영화에 나오는 소리들을 모두 적으려고 했어요. ‘이 소리를 어떻게 글로 나타내는 것이 가장 좋은 표현일까? ㅠㅠ’ 하면서 많이 고민했어요. 예를 들어 기계의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면서 나는 소리를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 “컨베이어 벨트가 지잉 돌아가는 소리”, “지잉 하는 기계음” 중 뭐라고 표현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소리정보를 작성할 때는 배경음악을 잘 캐치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에요,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같은 음악이 나온다면 같은 묘사를 해야 하는데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지금 이 음악이 아까 그 음악이 맞나...’하면서 자꾸 앞으로 돌아가서 음을 흥얼거리고 다시 돌아와서 ‘아! 똑같다!’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다른 활동가들이 쓴 소리정보를 보면서 감탄하기도 했어요. ‘와, 이 소리를 이렇게 절묘하게 표현하다니...’. 

 

소리정보를 다 작성했다면, 소리정보와 함께 영화에 자막을 넣어요. 상임 활동가들과 자원활동가들이 밤낮없이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 어깨가 동그랗게 말릴 때까지 자막을 넣었다는 후문이... 장애인접근권팀이 올해 초부터 소리정보와 자막 공부를 해오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한 것이 있었어요. 바로 색깔자막인데요! 영화에 나오는 각 인물의 대사를 정해진 색깔로 표현해서 영화의 이해를 돕는 자막입니다. 예를 들어 A가 나오는 장면들에서 A의 말은 핑크색으로, B의 말은 초록색으로 자막을 넣는 것이죠. 이 때 자막의 색깔을 색약인이 구분할 수 있는 색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가집(등기에 초가집으로 등록되어있다는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의 애칭)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영화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하고 있어요. 

 

사진1. 모니터 화면에 영화 멈출 수 없는 청년들 상영본 작업을 위한 파일들이 여러 개 있다. 파일명 뒤에 붙은 날짜는 0623부터 0628까지 다양하다. 음악정보, 소리정보가 담긴 텍스트파일도 있다.

[사진1. 모니터 화면에 영화 <멈출 수 없는 청년들> 상영본 작업을 위한 파일들이 여러 개 있다. 파일명 뒤에 붙은 날짜는 0623부터 0628까지 다양하다. 음악정보, 소리정보가 담긴 텍스트파일도 있다.]

 

사진2. 자원활동가 명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영화 청소에 소리정보 자막을 넣는 중이다.

[사진2. 자원활동가 명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영화 청소에 소리정보 자막을 넣는 중이다.]

 

소리정보와 화자정보, 그 외 모든 자막을 넣는 작업이 끝나면 한국수어통역 영상을 화면 오른쪽 하단에 추가합니다. 수어통역사가 자막작업을 한 영화를 보면서 수어통역을 하는 영상을 촬영해서 넣는 작업이에요. 수어통역 영상이 영화에 매끄럽게 잘 들어가도록 편집합니다. 간혹 자막이 있는데 수어통역이 왜 필요한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한국어’와 ‘한국수어’는 전혀 다른 언어랍니다. 한국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은 수어로 전달되는 정보가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겠지요? 또한 수어는 얼굴 표정, 손 동작의 크기 등도 언어의 한 요소로서 중요하게 작용해요. 한국수어가 모국어가 아니더라도 화면 오른쪽 밑, 수어통역을 유심히 보신다면 금방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제 모든 작업이 끝났으니 상영본으로 땅땅땅! 하지 않아요. 작업이 끝난 영상을 확인하면서 수정, 또 수정하는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제가 작업한 영화를 다시 확인하면서 자막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래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확인하는 게 중요한가봐요... 소리정보는 영화에 나오는 모든 소리를 나타내는 작업이라기보다 ‘영화를 감상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게 하는 것’이 포인트였어요. 자막을 읽는 것이, 절대 피곤한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이렇게 확인하고 수정을 거듭하면 지금 상영되고 있는 상영본이 만들어집니다. 

 

사실 저는 작업을 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해야 하는 동작을 반복했던 것 같아요. 넣고, 자르고, 늘리고, 확인하고, 고치고. 작업을 마치고 뭉친 어깨가 너무 아팠던 날 오늘 작업한 영화가 인물도 너무 많고 화자가 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사만 나오는 장면이 많아서 작업하기 까다로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특성들은 영화를 좋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했어요. 다양한 전문가들의 등장이나 감각적인 연출 등...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영화=장애인접근권을 실현하기 좋은 영화’는 아니구나. 어쩌면 영화를 감상할 관객을 ‘모두’라고 생각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네요.

 

활동가들이 장애인접근권에 대한 공부를 할 때 참고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평소에도 다른 매체에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서로 발견하면 공유도 했었는데 사실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도 소리정보나 수어통역,  화면해설이 있는 영화를 자원활동가 세미나 하면서 처음 봤었어요. 낯설기도 했지요. 이런 상상도 해봤어요. 만약에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 tv에서 나오는 방송, 기타 플랫폼들의 영상매체에 전부 다 자막도 들어있고, 소리정보도 들어있고, 수어통역도 있고, 화면해설도 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 작업이 이렇게 낯설지도 않았을 거고, ‘이렇게 하는 게 좋을까? 저렇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했던 순간들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도 많았겠지요? 

 

서울인권영화제의 “인권영화는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문장을 참 좋아해요. “인권영화는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랑은 다른 문장인 것 같아요. 서울인권영화제의 상영작 뿐 아니라 어디서 어떤 영화이든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세상은 어떨까요? 아무쪼록 남은 코로나1 9인권영화제의 상영작들도 잘 관람하시고 라이브토크! 꼭 놓치지 말고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온라인에서라도 만나요 우리 ㅠㅠ. 제발~.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