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째날 울림] 라이브토크 1부 - 인권과 방역은 대립되지 않는다

[아홉째날 울림] 라이브토크 1부 - 인권과 방역은 대립되지 않는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위해, 수많은 이들의 죽음에 감응하는 동안 가시화되지 않거나 그저 감내해왔던 문제들을 인권영화로, 인권의 언어로 말해보는 코로나19인권영화제 ★라이브토크★ 첫 날!

이날은 라이브토크는 코로나19가 퍼져나간 한국사회에서 국가권력이 어떻게 작동되어왔고 안전이란 이름으로 시민들을 통제하고 있는지, 코로나19 상황에서 ‘안전’과 ‘방역’에 가려진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그 자리를 빛내주신 인권운동공간 활의 랑희님, 공익인권변호사 희망을만드는법 박한희님, 장애여성공감 이진희님, 진보네트워크센터 희우님을 소개합니다!

벨로주 망원의 스튜디오에 패널과 수어통역사들이 앉아 있다. 왼쪽부터 박한희(사회자), 김보석, 랑희, 백수진, 희우, 이진희, 남진영.

[사진1] 벨로주 망원의 스튜디오에 패널과 수어통역사들이 앉아 있다. 왼쪽부터 박한희(사회자), 김보석, 랑희, 백수진, 희우, 이진희, 남진영.

토크의 첫 문을 연 주제는 인권영화제 모든 영화에 삽입된 트레일러였습니다. ‘도망갈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한 장애인의 외침은 ‘안전한 공간을 달라’라는 요구와 닿아있고, 이는 노동현장에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집이라는 공간에서도 온전하게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 있음을 알리는 외침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안전’은 무엇이며,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선 코로나19가 퍼져나가던 2월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모두 기억하시나요? 유례 없던 위기상황이라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던 그때, 국가는 모두의 ‘안전’을 위한다며 확진자들의 동선을 하나부터 열까지 낱낱이 공개하고, 대남병원을 보호조치한답시고 코호트격리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장애인들이 사망했습니다. IMF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 고용위기를 겪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지만 노동자들은 집회금지명령으로 인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릴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습니다. ‘방역’을 ‘해친다’고 여겨지는 모든 행동을 ‘안전’의 이름 통제하고 규제한 이후로부터, 사회에서 모두를 위한 ‘안전’과 ’방역’은 마치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흘러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배제의 정치. 이미 이전부터 문제가 있다고 외쳐왔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할 공간과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방치된 채 사망한 장애인들이 거주해온 시설의 문제점, 탈시설 후에도 자립 할만한 물리적 기반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편견, 혐오, 차별로 인해 사회적 관계망으로부터 배제되어 갇혀있어야만 하는 ‘시설화된 사회’는 더 공고해졌습니다. 노동자들은 무기한 무급휴직 아니면 해고, 이 말도 안되는 선택지가 부당하다고, 이야기조차 만들지 못하게끔 잘려나갔습니다. 코로나19가 의심되어 집 안에만 있던 ‘좋은’확진자와 생계를 위해, 삶을 꾸리기 위해, 아프면 3일간 쉴 수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하는 사람들을 ‘나쁜’확진자라고 하나하나 분류하던 잣대는 사람의 삶을 보지 못하게끔 가리고, 병에 걸리지 않은 나와 내주변, 그 밖으로 불특정한 다수라는, 명확한 구분과 선긋기로 이어져갔습니다. 관계가 분절되고 의심은 깊어져 가는 와중에.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완벽’한 ‘방역’이 이루어진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은 어떻게 이야기 될 수 있을까요?  정말 ‘모두’를 위한 ‘안전’은 존재 할까요?분리와 배제, 감시를 기초로 둔 방역이 아닌, 연대하고 안위를 돌보는 방역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랑희)

“예를 들어서 아시아나 노동자들이 해고투쟁을 하고 있잖아요. 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더 열심히 듣는 것,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해고가 되는 사람들이 있고 집회 금지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그 사실 자체를 우리가 열심히 귀담아듣는 것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중략) 그런 것처럼 어떤 사람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만 더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때 우리가 함께 목소리를 보탤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박한희)

”코로나19를 인권의 관점에서 봤을 땐, (중략)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평등하고 인간의 존엄한 삶을 지키며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제기를 던지면서 코로나19를 함께 이 시간을 보내자. 그 이후를 고민해보자는 제안 같습니다.”

(희우)

“코로나19 인권네트워크 활동을 하면서 들었을 때 정말 충격을 받았던 게 우리 사회에 돌아가신 분들이 있는데 사망하신 분들에 대한 애도의 행동이 있었느냐라고 했을 때 보면 없었거든요. 사실 해외에서는 제가 합동추모식 같은 걸 했다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여기는 그냥 걸리면 자기 잘못이고 죽었어도 할 수 없고 자기는 너무 억울하고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닌데 이거에 대한을 할 수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비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좀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고요.”

(이진희)

“ (중략) 장애인운동의 탈시설 요구라는 것이 물리적인 장벽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사람들을 연대하지 못하게, 파편화된 삶에 놓일 수밖에 없게 각각의 놓여진 자리를 강요하고 있는지 그런 감금의 정치들, 이런 것을 시설사회라는 본질들을 더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들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할 것 같아요. (중략) 오늘 이 자리에서도 깊은 연대가 다시 한번 다져지는 것 같고요. 말씀드린 것처럼 감금된 사람들의 경험을 사회가 더 많이 들어야 한다는 것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어떻게 마련할 거냐. 감금의 자리가 장애인만의 것은 아니다 이런 인식을 넓히는 것이 중요할 것 같고요. 동료 시민으로서 나의 권리와 책임감 같은 거, 이런 것을 상기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채팅창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후기에는 차마 담지 못했지만,  너무나도 알차고 방대한 내용들은 라이브토크 참여자들이 보내준 질문과 토막 답변으로 살짝! 보여드렸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구요? 코로나19인권영화제 라이브토크는 유튜브 채널 ‘연분홍TV’나, 링크(https://youtu.be/CVSHqlM4LZs)를 통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