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 울림] 끝나지 않을 모두의 이야기

[폐막 울림] 끝나지 않을 모두의 이야기

끝나지 않을 모두의 이야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열고’ ‘엮어서’ ‘이어가는’ 영화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게 될 때에는 코로나19 인권영화제: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앙코르 상영까지 막을 내린 날이겠네요. 다들 라이브 토크에도 참여하시고 영화도 빠짐없이 잘 보고 계셨겠죠?! 이번 코로나19 인권영화제는 관객분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온라인 상영으로 진행되어서 폐막이라는 것이 잘 실감나지는 않지만 이제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코로나19 인권영화제가 끝이 납니다. 

 

사실, 이번 코로나19 인권영화제를 유심히 살펴본 관객분들은 아실테지만, 이번 영화제에는 개막작과 폐막작이 존재하지 않아요. 개막작과 폐막작 대신 여는 영화인 <문 밖으로: 자유를 위한 투쟁>과 잇는 영화인 <퀴어의 방>이 상영되었는데요, 이러한 영화제 구성은 코로나19 인권영화제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래밍 과정에서는 여러 고민의 과정이 있었는데, 활동가들은 오랜 토론 끝에 코로나19 인권영화제에서는 개/폐막작 대신 ‘여는 영화’와 ‘잇는 영화’를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영화제를 ‘열고’ ‘닫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를 열고 이 이야기들을 모두 엮어서 단단하게 묶은 후에 계속해서 이어 나가자는 의미로 이러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영화제가 끝나도 코로나19 상황은,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남겨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진행 중이기 때문이에요.

 

여는 영화와 잇는 영화를 결정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먼저 여는 영화를 정하기 위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코로나19의 타임라인을 살펴보았는데요,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되고 첫 사망자가 나왔던 대남병원 사건을 생각해볼 수 있는, 탈시설에 대한 영화인 <문밖으로: 자유를 위한 투쟁>이 여는 영화로 선정 되었습니다. 코호트 격리로 소수자에 대한 분리와 배제가 드러나고 차별과 폭력이 보호라는 이름으로 둔갑하는 상황에서 국가에 시민으로 살아갈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인 <문밖으로>가 코로나19 인권영화제를 열기에 적합한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특히 잇는 영화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논쟁이 오갔는데요, 처음에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 나가야하는 과제를 보여주는 기후 영화인 <멈출 수 없는 청년들>을 잇는 영화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퀴어의 방>을 잇는 영화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인권영화제의 마지막 영화를 폐막작이 아닌 ‘잇는 영화’로 결정한 이상, 보다 잦은 감염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멈출 수 없는 청년들>보다는 사회적 정상성을 드러내는 안전한 공간에서 자가격리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퀴어의 방이 이번 영화제의 담론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또한 퀴어의 ‘방’에서 ‘집’으로 나아가는 지난한 과정을 그린 <퀴어의 방>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남겨진 소수자들의 담론을 좀 더 잘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기에 이 영화로 영화제를 이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여는 영화’로 시작되어 ‘잇는 영화’로 이어진 이번 영화제는 코로나19가 끝나고 ‘나중에’라고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코로나19 인권영화제의 앙코르 상영이 끝나고 더 이상 영화제가 진행되지 않아도, 코로나19 상황에서 K-방역과, 사회의 ‘정상성’의 범주에서 남겨진 모두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소수자들을 향한 혐오와 불평등은 종식되지 않을 것이에요. 이번 코로나19 인권영화제의 ‘여는 영화’와 ‘잇는 영화’로 끝나지 않을 이야기에,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우리의 연대에 함께해주세요. 위기의 상황에서 누구도 남겨지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가 그리는 다른 세상은 가능할 것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