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BDS, 분홍빛 점령에 맞서는 평화와 문화의 연대 (8)

(특별기획) BDS, 분홍빛 점령에 맞서는 평화와 문화의 연대 (8)

1. 들어가는 말

2. 핑크워싱이란?

3. 서울인권영화제와 핑크워싱: 핑크 세탁기를 마주치다!

4. 서울인권영화제와 핑크워싱: 핑크 세탁기를 부수다!(1)

5. 서울인권영화제와 핑크워싱: 핑크 세탁기를 부수다! (2)

6. BDS란?: 문화보이콧운동을 중심으로

7. 세계가 마주친 핑크워싱, 그리고 BDS

8. 우리도 마주친 핑크워싱그리고 BDS

9. BDS, 나두   있어! (8/26 업로드 예정)

[특별기획] BDS, 분홍빛 점령에 맞서는 평화와 문화의 연대

(8) 우리도 마주친 핑크워싱그리고 BDS

팔레스타인연대문화보이콧네트워크(서울인권영화제X팔레스타인평화연대)

 

 페이스북에서 ‘한국 안의 이스라엘’을 검색해본다. 성실한 게시물이 줄지어 뜬다. 게시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한국과 이스라엘 양국의 학술대회 소식, 기업간의 소식, 외교 소식을 비롯하여 이스라엘의 각종 국경일과 관광지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페이지의 이름 그대로 ‘한국 안의 이스라엘’ 종합판이다. 얼마나 성실한지, 불과 지난 봄의 게시물을 찾으려 해도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한다.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이스라엘의 각종 관광지(본디 자기들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절, 문화 소개를 비롯하여 한국과의 다양한 교류 소식을 접할 수 있다. 특히 영화나 무용, 연극 등 문화행사를 홍보하고 무료 티켓을 뿌리는 이벤트가 눈에 띈다.

 

[사진1.페이스북 ‘한국 안의 이스라엘’ 게시물 캡처. ‘하임호셴 주한 이스라엘 대사님은 8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최한 K-스타트업 센터 개소식에 참가했습니다. 한국안의 이스라엘은 양국 스타트업이 승승장구하길 바라며, 앞으로 더욱 활발한 스타트업 교류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라는 텍스트가 쓰여있다.]

[사진1.페이스북 ‘한국 안의 이스라엘’ 게시물 캡처. ‘하임호셴 주한 이스라엘 대사님은 8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최한 K-스타트업 센터 개소식에 참가했습니다. 한국안의 이스라엘은 양국 스타트업이 승승장구하길 바라며, 앞으로 더욱 활발한 스타트업 교류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라는 텍스트가 쓰여있다.]

 

[사진2. 페이스북 ‘한국 안의 이스라엘’ 게시물 캡처. 첨부된 사진에는 빵과 포크가 올려진 식탁이 있고, ‘#할라빵은 이스라엘 어머니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안식일 #샤밧 저녁식사에 꼭 준비하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 모두 평안한 안식일 되세요!’ 라는 텍스트가 쓰여있다.]

[사진2. 페이스북 ‘한국 안의 이스라엘’ 게시물 캡처. 첨부된 사진에는 빵과 포크가 올려진 식탁이 있고, ‘#할라빵은 이스라엘 어머니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안식일 #샤밧 저녁식사에 꼭 준비하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 모두 평안한 안식일 되세요!’ 라는 텍스트가 쓰여있다.] 

 

 ‘한국안의 이스라엘’ 페이지는 이스라엘 국가 이미지 세탁 전략의 일환이다. ‘~안의 이스라엘’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 검색창에 “Israel in”을 입력하면 수십 개의 페이지가 우르르 나온다.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국가마다 그 전략을 달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00 안의 이스라엘"이 워낙 많아서 스크롤을 내리기도 지겹다. “파라과이 안의 이스라엘”은 어떨까? 눌러본다. 타임라인이 녹색 천지다.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다. “영국 안의 이스라엘”은? 타임라인에는 정치인들이 악수하는 사진, 이스라엘이 폭격의 공포에 떨고 있는 사진들이 즐비하다. 정치적 결속과 전쟁 이미지가 강조되는 것이다. “한국 안의 이스라엘”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면서도, 어쨌거나 이스라엘이 선전하고 싶은 자기들의 이미지, 그러니까 팔레스타인 점령과는 정 동떨어진 깨끗한 이미지들이다. 어떤 전략이든 결국 이스라엘을 (팔레스타인보다) 우수한 나라로 브랜딩하고, 그럼에도 (팔레스타인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불쌍한 나라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함이다.

 

[사진3. 페이스북 ‘Israel in’ 검색 리스트 캡처. 페이스북 검색창에 ‘Israel in’이라고 쓰여있고, 그 밑으로는 유럽, 인도, 뭄바이, 뉴욕, 독일, 미국, 아일랜드, 한국, 필리핀 안의 이스라엘 페이지가 띄워져 있다.]

[사진3. 페이스북 ‘Israel in’ 검색 리스트 캡처. 페이스북 검색창에 ‘Israel in’이라고 쓰여있고, 그 밑으로는 유럽, 인도, 뭄바이, 뉴욕, 독일, 미국, 아일랜드, 한국, 필리핀 안의 이스라엘 페이지가 띄워져 있다.]

 

[사진4. 영국 안의 이스라엘 게시물 캡처. 첨부된 사진에는 부서진 천장에서 떨어진 파편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퍼져있는 집과 ‘THIS IS WHAT A ROCKET CAN DO TO A HOUSE. WHAT WOULD YOU DO IF IT WAS YOURS?(번역: 미사일이 한 집을 이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약 이게 당신의 집이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이라는 텍스트가 있다. 게시물에는  #israelunderfire(#불타는이스라엘)라는 해시태그가 달려있다.]

[사진4. 영국 안의 이스라엘 게시물 캡처. 첨부된 사진에는 부서진 천장에서 떨어진 파편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퍼져있는 집과 ‘THIS IS WHAT A ROCKET CAN DO TO A HOUSE. WHAT WOULD YOU DO IF IT WAS YOURS?(번역: 미사일이 한 집을 이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약 이게 당신의 집이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이라는 텍스트가 있다. 게시물에는  #israelunderfire(#불타는이스라엘)라는 해시태그가 달려있다.]

 

 SNS 활동만 활발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특히 ‘인권 선진국’의 면모를 강조하며 팔레스타인 점령을 정당화하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 퀴어 인권을 내세우는 핑크워싱 전략을 채택하기도 하고, 각종 문화 및 학술 행사에서 어떻게든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이렇게 구석구석 침투를 시도하는 것은 치밀하고 정교한 계획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당연히 이로써 불법 군사 점령을 감추고 정당화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2014년 여름, 이스라엘은 가자를 침공했다. 1900여명을 잔혹하게 학살하고 1만여명의 부상자를 낳은 침공이었다. 동시에 제11회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EIDF)는 ‘이스라엘 다큐멘터리 컬렉션’ 섹션과 ‘이스라엘 다큐멘터리 컨퍼런스’, 그리고 텔아비브 국제 다큐 영화제 DocAviv 예술감독 초청 강연 등으로 구성된 ‘이스라엘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주요 후원자 중 하나였으며, ‘이스라엘 다큐멘터리 컨퍼런스'의 공동주최자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팔레스타인을 불법 군사 점령하고 있는 상황을 문화와 예술을 통해 탈정치화하고, 문화 선진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강고히 하려는 시도였다.

 

 영화제에 침투되는 이스라엘의 적극적인 이미지 세탁 시도는 이외에도 많다. 2016년 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트레일러에서 역시 브랜드이스라엘의 로고를 볼 수 있다. 핑크워싱 전략과 마찬가지로 여성 인권에서도 자신들이 선진적인 국가임을 위시하고자 하는 이스라엘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같은 해 한국퀴어영화제에는 주한이스라엘대사관에서 직접 자국의 퀴어 영화 목록을 보내오기도 했다.

 

[사진5. 2016 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트레일러 캡처. 퍼블릭 스폰서의 목록이 쓰여있다. 목록에는 브랜드 이스라엘의 로고가 있다.]

[사진5. 2016 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트레일러 캡처. 퍼블릭 스폰서의 목록이 쓰여있다. 목록에는 브랜드 이스라엘의 로고가 있다.]

 

[사진6. 2016 WMWFF 스폰서 목록 캡처. 목록에는 이스라엘 문화원의 로고가 있다.]

[사진7. 2016 WMWFF 브로슈어에서 이스라엘 문화원 로고.]

[사진6. 2016 WMWFF 스폰서 목록 캡처. 목록에는 이스라엘 문화원의 로고가 있다.] [사진7. 2016 WMWFF 브로슈어에서 이스라엘 문화원 로고.]

 

 또 다른 이스라엘의 로고를 만나보자. 이번엔 2016년 대만국제여성영화제(Women Makes Wave  Festival, 이하 WMWF)로 건너가볼 차례다. 여기에서도 스폰서 목록에서 이스라엘의 로고를 볼 수 있다. 대만에는 대사관이 입주할 수 없기 때문에 주대만대사관이 아닌 ‘주타이페이 이스라엘 경제문화판사찬조(Israeli Economical and Cultural Office in Taipei)'라는 이름으로 찾아야 한다. 주대만 이스라엘 문화원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런데 WMWF의 프로그램북을 보면, 스폰서 목록에서만 이 로고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영작 각각을 소개한 페이지에서도 이스라엘의 영화마다 이스라엘 문화원의 로고가 박혀있다. 영화제를 후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국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 자체도 후원하고 관여한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은 일본에서도 핑크워싱에 고군분투한다. 한국은 특이하게도 보수기독교 신자들이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한국에서 핑크워싱 시도를 다소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다르다. 도쿄레인보우퍼레이드는 수 년 간 이스라엘의 후원을 받아오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의 드랙퀸 탈룰라 보넷을 도쿄레인보우퍼레이드의 무대에 세웠다. 탈룰라 보넷은 “꿈인 줄만 알았다”며 제의를 적극 수락했다. 이스라엘의 외교 당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탈룰라의 독특한 분위기와 에너지가 이스라엘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면모를 일본인들에게 보여줄 것”임을 내세웠다.

 

 한편 이스라엘은 타국의 문화예술인, 작품 등을 자국으로 초청하는 일이 잦다. 특히 적극적인 핑크워싱 전략 중 하나인 텔아비브LGBT영화제에서는 2019년 한국의 단편영화 <손과 날개>를 초청하고 시상한 바가 있다. 외국의 영화인, 영화를 초청하면서 두 배가 되는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반대로 타국에 초청되는 자국의 영화, 특히 성소수자 관련 영화에는 현지 대사관이 직접 나서서 비행기 티켓, 숙박 등의 제반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2016년 서울인권영화제가 직접 겪은 제안이기도 하다. 원래 초청하는 영화제에서 초청 비용을 제공한다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그만큼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이미지 워싱에 고군분투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진8. 2019텔아비브LGBT영화제 ‘국제 게이 단편’ 섹션 페이지 캡처. 한국의 작품 <손과 날개>의 스틸컷과 소개가 있다.]

[사진8. 2019텔아비브LGBT영화제 ‘국제 게이 단편’ 섹션 페이지 캡처. 한국의 작품 <손과 날개>의 스틸컷과 소개가 있다.]

 

 물론 이스라엘의 시도가 언제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 2014년 EIDF 당시, 이스라엘 특별전에 우려를 느낀 영화인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PACBI, 팔레스타인평화연대도 함께 힘을 모았고, 결국 이스라엘 특별전은 취소되었다. 당시 영화인들은 팔레스타인인은 문화는 커녕 생존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내세우는 문화 다양성 홍보에 동참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EIDF를 보이콧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6년 서울인권영화제의 <제3의 성(Third Person)> 상영 취소 이후, 2017년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나의 다음 사랑은?>의 상영을 취소했다. <나의 다음 사랑은?>은 제5회 디아스포라영화제의 ‘디아스포라 월드와이드' 부문에서 상영 예정이었던 영화로, HIV 감염인인 남성 동성애자의 현실을 다룬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스라엘 정부와 유대주의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으며, 핑크워싱 전략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디아스포라영화제 측은 과감히 상영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상영을 불과 열흘 앞두었을 때의 결정이었다. 당해 영화제의 주제가 ‘난민'이고, 팔레스타인 난민이 주인공인 작품을 상영함과 함께 팔레스타인 인권 포럼이 개최되는 상황에서 이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전략과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을 상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이곳저곳에서 이스라엘의 침투, 특히 이러한 문화적 침투 시도들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땅과 민중을 짓밟고 무참한 만행을 계속하는 와중에 이를 덮기 위해 우리를 이용하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말이다. 오늘 살펴본 이야기들 속 알록달록한 갖가지 이스라엘의 로고들은 앞으로 이곳저곳에서 목격될 것이지만, 이는 결국 이스라엘의 불법 군사 점령을 정당화하려는 뻔뻔한 시도임을 알아야 한다. 그 행사에 참여하지 않거나, 행사 주최측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팔레스타인과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다. 내가 행사의 주최측이라면 이스라엘의 침투 시도를 더 빨리 알아채고 내쳐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BDS운동의 첫걸음이기도 하며 멀고 먼 팔레스타인과 지금-여기에서 연대할 수 있는 신호이기도 하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