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서울인권영화제 1교대 디자이너의 회고록

(활동펼치기) 서울인권영화제 1교대 디자이너의 회고록

울림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현입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매일같이 비가 쏟아지는 요즘, 꿉꿉하고 끈적이는 날씨에서 잘 버티고 계신지요. 마스크와 우산을 챙기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문득 코로나19인권영화제를 마친지 한달이 되어 간다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한달만에 저는 코로나19인권영화제의 1교대 디자이너로서 일했던 감회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1월 즈음이었던가요. 디자인 교실을 일찍 진행하게 되었을때 저는 극구 거부했어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분명 기억을 못할거라고, 다시 또 2017년의 악몽이 되살아날거라고 말이죠. 하지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에 최적화된 생물인가봅니다. 결국 수업은 진행되었지만 1월에 배운 포토샵과 일러스트는 '대지'만 남기고 모조리 디자인팀의 머리에서 사라졌습니다. 있지만 없는 디자인팀.. 9명이 있는 디자인팀 텔방은 어느덧 제 디자인을 피드백하는 방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코로나19영화제라는 해일 앞에서 다같이 으샤으샤 웹자보를 만드는 소중하고 가치있는 조개를 주울 수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매일 올라가는 웹자보와 엽서를 만들고, 뱃지 디자인을 하고 있었지요.

물론 코로나19인권영화제의 총 디자인은 매년 영화제의 전체 디자인을 담당해주시는 그라픽피엘에프의 디자이너 효정님이 해주셨습니다. 저는 갓효정님의 파일을 받아 요래조래 편집해서 SNS에 주로 올라가는 콘텐츠 디자인을 주로 담당합니다. 저도 9-6시로 일하는 직장인인데, 퇴근하고도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열고 작업을 하게 되니 죽을 맛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번 디자인은 왜이렇게 포인트를 주기 힘든지.. 저의 미감에 대한 고뇌와 눈이 감기는 피로 속에서 간신히 마감을 마치는 일이 대부분이었지요. 

가장 힘들었던 작업은 뱃지를 디자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디자이너도 사람인지라 코로나19와 인권을 어떻게 형상화 할것인지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왕관 모양... 서로 연결되어있는 점들.... 포스터 요소인 라인들..... 창의력이라곤 제로에 가까운 이야기들 속에서 저는 또 요래조래 시안을 만들어 냈습니다. 처음에 만들었던 시안을 보고 상임활동가 L이 NO JAPAN 같다고 말한 순간이 또렷히 기억나네요. NO JAPAN같은 디자인을 또 한번 변형하고, 슬로건을 기울였다 줄였다 원근을 줬다 회전시켰다 (슬로건: 죽여줘....) 이리저리 만지고 이야기하고 긴 논의끝에 드디어! 뱃지 디자인이 완성되었습니다. 항상 영화제 기념품 중에서 뱃지가 고난이도를 자랑하는데, 올해는 더욱더 초초초고난이도였던 것 같네요.

[그림1. 코로나19인권영화제 뱃지 시안. 빨간색 원 안에 검정색으로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라는 코로나19인권영화제 슬로건이 새겨져 있다.]

[그림1. 코로나19인권영화제 뱃지 시안. 빨간색 원 안에 검정색으로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라는 코로나19인권영화제 슬로건이 새겨져 있다.]

사실 코로나19인권영화제 이후로 안정적인 생업을 찾기 위해 사무실에 간지가 꽤 오래 되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울림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영화제가 그립고 다른 활동가들이 보고싶어서 가슴이 울렁입니다. 진짜루요. 영화제에서 하는 디자인은 힘들지만, 사람들과 깔깔대면서 만든 완성작을 보면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뿌듯함이 있습니다. 특히 서울인권영화제 기념품이 가장 예쁘다는 관객분들의 평을 들으면 어깨가 으쓱해지고 '하,, 진짜 어떡하냐 나,, 이렇게 천재적인 디자이너라서,,,'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런 순간을 다시 경험하고 싶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눈앞의 할일들을 열심히 헤쳐 나가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던 있지만 없는 디자인팀 팀원들과 각각 뭐가 다른지 모를 시안들을 진지하고 꼼꼼히 봐준 우리 자원활동가 분들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할게요.

사랑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