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X서울인권영화제) 처음 뵙겠습니다

(차별금지법X서울인권영화제) 처음 뵙겠습니다

* 차별금지법 제정을 향한 움직임이 뜨겁습니다. 울림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 서울인권영화제의 지난 상영작과 함께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하는 글을 싣습니다.

 

오늘 내가 이야기할 영화는 <딩동>과 <망명: 난민이 된 아이들의 기록>(이하 <망명>)이다. <딩동>은 장애에 대한 이야기이고, <망명>은 난민이 된 아동들의 이야기이다.

 

[사진1. 영화 <딩동>의 스틸컷. 화면에 가득찬 인터뷰이의 얼굴.]

[사진1. 영화 <딩동>의 스틸컷. 화면에 가득찬 인터뷰이의 얼굴.]

 

<딩동>의 시작은 이렇다. “이야기나 한번 하자고요~ 우리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 않나요?” <딩동>은 그런 영화였다. 장애인, 그리고 그 가족들과 함께 커피 한잔,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랄까? 무언가를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랑 술 한잔하면서 그냥 너스레 떠는 영화. 그래서 그런지, 다시 보자면 “나랑 술 한잔 하자구요~”라는 메시지가 담긴 영화랄까?(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해서 그렇게 이해했을 수도..?)

 

<망명>에서는 또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나 한번 하자고요~ 우리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 않나요?” 난민이 된 아동들과의 대화에서 한 아동이 이런 말을 해주었다. ‘피난은 굴욕이고, 병이고, 나를 죽였다.’ 시리아가 아직 무섭고 끔찍하지만,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아동들.. 다시 공부하고, 꿈꾸고싶지만 난민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들..

 

[사진2. 영화 <망명>의 스틸컷. 두 아이가 바다를 바라보는 뒷모습.]

[사진2. 영화 <망명>의 스틸컷. 두 아이가 바다를 바라보는 뒷모습.]

 

<망명>은 난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사회는 장애인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없고, 꿈꾸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시설이란 피난처를 떠나서 사회라는 보금자리로 ‘돌아가고자’ 한다. <딩동>은 장애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사회는 난민들을 불편해하고 추방하기도 어딘가 안 보이는(시설처럼) 곳에 있기를 원하기도 한다.

 

해외에서 한국에게 엄지를 들어주는 법 중 하나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은 아직 이 사회에서 난민이다. (지나가다 마주친 것을 제외하고) 장애인을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들에게 마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예산을 따와서 편의시설을 만들고, 보조기구를 지원해주는 일종의 도구로만 여겨진다. 그래서, 시민들은 그러한 법에 자신의 아까운 세금이 쓰인다면서 이들의 존재를 더 불편해하기도 한다.

 

지금 한국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두고 반대하는 여러 세력들과 충돌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차별금지법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데, 차별금지라는 것이 추구하는 것에 대해 많은 오해들을 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포괄적)차별금지법이 근본적으로 말해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 어느 누구도 제한 없이 자격 없이 이 사회의 시민으로 살겠다는 것, 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 받겠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이야기나 한번 하자고요~ 우리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 않나요?” 차별금지법은 이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난민이 아닌 시민으로 살아가자는 것을 이야기 한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이 대화에서 차별금지법을 통해 당신의 인생의 큰 부분을 떼어달라는 것과 같은 그런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아무 조건과 노력 없이 가지고 있는 그 권리, 나도 보장 받겠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나는 호소하는 방식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 항상 우리는 당신과 같은 시민이라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설명해야하는가. 당신이 나를 몰라서 나를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나를 자꾸 드러내고 이해받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점이 불편하다.

 

<딩동>은 한국 사회에서 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망명>은 조국에서 쫓겨나 난민이 되어 시민권이 손상된(Injury, Disable)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딩동>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호소하기 위해 일부러 쥐어짠 내용이 아니다. 술 마시면서 늘 하는 이야기 소재인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정말 평소에도 술 마시면서 한다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본인이 농(Deaf)친구들과 술 한잔하면 꼭 빠지지 않는 대화 소재임은 분명하다. 가볍게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면서 만나본 적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국농인LGBT 상임활동가,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보석

 

*<망명: 난민이 된 아이들의 기록>은 21회 서울인권영화제: 나는 오류입니까 (2016)  중 ‘삶의 공간’ 섹션, <딩동>은 23회 서울인권영화제: 적막을 부수는 소란의 파동 (2018) 중 ‘혐오에 저항하다’ 섹션의 상영작입니다. 두 영화 모두 상영지원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영화를 함께 나누고 싶으신 분들은 서울인권영화제로 연락 주세요. 02-313-2407, hrffseou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