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우리에게 “로켓”보다 중요한 것은: 쿠팡 노동자들의 싸움을 지지하며

(소식) 우리에게 “로켓”보다 중요한 것은: 쿠팡 노동자들의 싸움을 지지하며

지난 18일 아침, 꼬마 시절 놀이공원에 간다고 설레는 마음으로 향하던 잠실역에 정말 오랜만에 다녀왔습니다. 쿠팡 본사 앞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집단감염 쿠팡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쿠팡 부천신선센터에서 있었던 코로나19 집단감염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마켓컬리와 쿠팡의 코로나19 감염 대처를 비교한 기사가 떠오릅니다. 마켓컬리는 고객에게 즉각 사과했지만 쿠팡은 그렇지 않았다는 기사였어요. 고객들은 분노했습니다. 로켓배송의 무료반품 서비스를 이용하여 택배 상자에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반품 신청을 줄지어 했지요.

 

 

하지만 사과를 받아야 할 건 고객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입니다. 요즘 서울 일대 지하철역에서는 쿠팡의 배송기사는 주 5일 근무를 한다는, 아주 상큼한 광고가 눈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광고만 보면 쿠팡은 노동자를 무척 잘 챙기는 기업 같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지요. 당시 쿠팡은 센터 내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을 숨기고 당일 오후조를 정상출근시켰습니다. 방역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방한복과 안전화를 세탁 없이 돌려쓰고, 방역하지 않은 작업대와 노트북을 공유했으며,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더라도 강도 높은 격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누군가는 평소에 쿠팡 측의 부실한 방역을 걱정하여 개인 차량으로 통근하고, 식당과 같은 공용 공간도 이용하지 않으며 어렵게 근무를 이어나갔으나 결국 자신도, 가족도 코로나19에 감염되었습니다. 자신은 다행히 회복되었으나 가족은 아직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고 합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기로 했지만 갑작스레 가족의 병세가 악화되어 참석하지 못하여, 또 다른 피해노동자가 대신 발언문을 낭독해주었습니다. 발언문에는 “쿠팡의 안일한 대처가 한 가정을 해체하는 데 불과 며칠이 걸리지 않았지만 우리는 아직 끔찍한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그는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 의무에 소홀하고, 회사 이익만 좇아 택배 물량 시간을 맞추기 위해 근로자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부천신선센터 책임자의 처벌과 김범석 대표의 진심 어린 사과, 그에 따른 책임과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1. ‘코로나19 집단감염 쿠팡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현장.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로켓배송에 가려진 노동권 제로 기업, 쿠팡은 광고 뒤에 숨지말고 문제해결에 나서라!’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을 들고있다.

(사진1. ‘코로나19 집단감염 쿠팡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현장.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로켓배송에 가려진 노동권 제로 기업, 쿠팡은 광고 뒤에 숨지말고 문제해결에 나서라!’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을 들고있다.)

 

쿠팡의 물류센터처럼 감염병에 취약한 사업장이라면 그럴수록 안전 관리를 철저히 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쿠팡 부천신선센터는 기본적인 방역수칙조차 지키지 않았고, 확진자가 발생하고 난 뒤에도 이를 숨기며 수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이 코로나19와 낙인으로부터 고통받게 만들었습니다. 쿠팡은 당시에도, 지금도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피해노동자들은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을 구성하고 쿠팡의 사과와 정당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쿠팡은 일방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볕을 마스크를 쓴 채 견디며, 기자회견은 한 시간이 조금 넘게 이어졌습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시민사회단체들은 피해자모임과 함께 쿠팡 김범석 대표에게 다음의 내용을 당당히 요구했습니다.

 

첫째, 코로나19로 피해를 당한 쿠팡노동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둘째, 노동자들이 피해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지급기준조차 알 수 없는 비용을 일방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무례한 행위입니다. 

셋째, 지금도 현장에서는 방역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과 만나 재발방지대책을 의논하여 현장을 바꿀 것을 요구합니다. 

넷째, 기자회견을 통해 쿠팡의 부실대응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산재 치료 중인 노동자를 해고하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중단하십시오. 

 

정부에도 역시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제대로 살피고 쿠팡처럼 노동자들이 직접 고발하는 업체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할 것, 코로나19로 피해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트라우마 치유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이 노동자들이 현장에 복귀할 때 혹은 복귀 이후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는지, 현장에 재발방지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었는지를 감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정부도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안전한 일터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문한 물건이 하루만에 배송되는, 이 신기한 장면은 결국’ 사람’의 ‘노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비대면이 강조될 수록 우리는 때로 너무나도 간단히 몇 번의 클릭으로 물건을, 음식을 주문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물건과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은 ‘클릭’이 아니라 ‘사람’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편리함으로부터 창출되는 이윤을 위해 누군가의 안전을, 건강을, 생명을 등한시할 수 없습니다. 2차 유행이 번지고 있는 지금, 부디 모두가 차별 없이 안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쿠팡의 피해자모임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우리에게는 “로켓”보다 “사람”이 중요하니까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