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24회 서울인권영화제 개최 알림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09/14
오는 11월, 24회 서울인권영화제 온라인 개최를 결정하였습니다.
1. 24회 서울인권영화제 일정: 2020년 11월 10일(화)~25일(수)
1. 본 상영은 프로그램 섹션 별 1일+앙코르상영 약 5일~6일(미확정)을 포함합니다.
2. 부대행사, 관객과의 대화, 광장에서 말하다 진행 여부 및 방법 등은 논의 중입니다.
3. 위 일정은 앞뒤로 1~2일 정도 변경될 수 있습니다. (추후 공지)
2. 24회 서울인권영화제 방식: 온라인 개최
1. 온라인 공간(웹페이지를 통한 상영)에서 작품을 상영합니다.
2. 섹션 혹은 작품별로 소규모 공동체상영회를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3. 상영 방식: 온라인 공간에서도 “누구나 인권영화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활동원칙을 실천합니다.
1. 코로나19인권영화제 웹페이지(http://covid19shrff.org/)와 같은 방식으로 상영합니다.
2. 무료상영의 원칙: 서울인권영화제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무료상영의 원칙을 지키고자 합니다.
3. 장애인접근권 실천, 정보인권을 고려한 상영: 회원가입, 로그인 등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4. 온라인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이용하여 기존 오프라인 상영에서는 시도해볼 수 없었던 장애인접근권을 실천할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을 시도합니다.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개최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은 이러한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1. ‘코로나19 인권영화제: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를 잇는 2020년 24회 서울인권영화제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소수자의 삶은 급속도로 더욱 악화되며 뒷순위로 밀려났던 존재들은 이제 순위조차도 알 수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는 방역법을 이유로 원천봉쇄되어버렸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함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기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우리가 함께 마주친 장면들을 나열하려면 끝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장면들을 목격하면서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은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반드시 올해 안에 개최해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확고하게 했습니다. 물리적 거리두기를 통해 우리는 더욱 서로 연결되어있음을 알게 했으며 연대하지 않으면 코로나19 다음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다시금 깨닫게 하였습니다. 인권영화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연대하는 ‘인권영화제’라는 활동 방식으로 방역을 이유로 전달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기로 하였습니다.
2. 코로나19 시대의 24회 서울인권영화제 야외상영 풍경을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1996년 1회 인권영화제부터 지금까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인권영화에 대한 등급분류를 사전검열로 판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거부해왔습니다. 이로 인해 2008년부터 상영관을 나서 거리에서 영화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누구나 인권영화를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 원칙을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하고자 마로니에 광장, 청계광장에서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미루면서도 내심 ‘3/4분기부터는 뭔가 괜찮아지지 않을까?’, ‘9월경에는 야외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는 전 지구적으로 조금 안정된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습니다. 다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 당시에는 희망을 버릴 수 없었나 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계획했던 시기의 활동이니 무리하게라도 진행'하는 것은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 문화와도 맞지 않기 때문에 "3/4분기에 야외에서 개최하면 좋겠다"는 이전의 결정대로 그저 진행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일정상으로도, 코로나19 인권영화제를 7월 중순에 마쳤는데, 곧바로 9월의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한 달 만에 뚝딱 준비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야외에서 약 4일간 영화제를 진행하는 데에는 실내(상영관)에서보다 고려해야 할 부분이 더욱 많습니다. 그동안 서울인권영화제를 5월 말~6월 초에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기간의 기온이 가장 적당(온종일 덥지도 춥지도 않은)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도 이 기간에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3/4분기에 진행할 수 없으니 4/4분기에 영화제를 개최한다면 야외에서 추운 날씨를 견딜 수 있는 관객은 매우 적을 것입니다.
코로나19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고 이에 따른 방역지침이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 또한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진행되는 ‘행사'는 지금과 같은 방역지침을 따라야 할 것이라 짐작해봅니다. 야외상영일지라도 입구와 출구를 설치하여 동선을 제한하고, QR코드 전자출입명부는 이용하지 않고자 수기로 작성된 관객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발열 체크를 하고, 마스크를 쓰고, 1~2m의 간격을 유지하여 모두 같은 방향만을 보고,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장갑을 끼고 관객을 만나고, 한 번 사용한 마이크 커버는 폐기하고, 한 번이라도 몸이 닿았던 부분은 매번 자체 방역을 하고…… 코로나19 시대의 야외상영을 상상해보자니 이런 풍경이 그려졌습니다.
물론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과 행동으로 이 지침을 모두 지켜가며 함께 영화를 보고 들을 수는 있겠으나, 서울인권영화제가 만들어 오고 만들고자 하는 ‘인권영화를 함께 보는 풍경’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논의 속에서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야외상영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온라인 형태의 인권운동'을 조금 더 실험해보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운동은 사람을 직접 만나야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프라인 기반의 활동을 많이 만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줄곧 사람들이 모여있는 야외/실내에서 영화제/상영회를 하고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오프라인으로 사람을 만나기 어렵게 하며, 온라인 연락(해외 배급사, 감독 등) 조차도 모두 조심스러운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권'은 더욱 쉽게 뒷순위가 되었고,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3월 31일에 장문의 글을 통해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가을로 연기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서울인권영화제가 할 수 있는 활동을 급히 만들었습니다.
기획 초기에는 '인권영화 3~4개만 단순 온라인 상영'하는 형태로 (비교적) 간단한 포맷의 영화제를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그러한 것처럼 개별 작품 하나하나를 상영하는 것만으로는 “코로나19 인권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엔 부족하며,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사건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잘 엮어낼 수 있는 프로그래밍 작업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비교적) 간단한 포맷의 온라인 영화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점점 구체화되면서 '온라인 형태의 영화제'를 구상했습니다.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영화제라서 모든 준비과정이 새롭고 어렵기도 했습니다. ‘‘일단 해보면 알겠지. 다들 모르는 상황이니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곧장 본격적인 영화제 준비 단계로 돌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영화제에서는 관객들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내가 누군가들과 이 영화를 함께 보고/듣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할까?에 대해 많이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관객과의 소통에 대한 평가는 코로나19 인권영화제 개막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한 관객이 서울인권영화제로 메일을 보내왔기 때문입니다. 대안공간 운영주체였던 관객은 코로나19 인권영화제가 온라인으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상영시간표에 맞추어 소규모로 상영회를 열고, 해당 공간에서 함께 본 사람들과 작품에서 다루는 인권이슈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해도 되느냐는 문의를 했습니다. 이 메일을 받고 영화제 활동가들은 “우리가 미리 이러한 상영회를 염두에 뒀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인권영화를 함께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평가의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영화제 활동가들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니 당연히 대부분 개별적으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듯 상영작을 만날 것이라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코로나19 인권영화제 때, 위 문의하여 자체적으로 소규모 상영회를 진행한 곳이 여럿 있었고 서울이 아닌 공간에서도 이러한 상영회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같은 시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오프라인 영화제의 (기존) 형태는 온라인 영화제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며, 인권영화 속 이야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험에서 출발하는 고민을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실천하려 합니다.
4. 온라인의 특성을 이용한 장애인접근권 실천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코로나19 인권영화제에서 새롭게 만든 배리어프리 상영본에서는 이전보다 더욱 큰 수어통역영상과 색깔자막, 더 큰 한글자막의 크기를 볼 수 있습니다. 각자 영화를 보는 디바이스가 달라서 이전과 같은 수어통역영상 크기와 자막 크기로는 볼 수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유튜브 생방송으로 진행된 라이브토크에서는 관객이 현장에 있지 않은 점에 주목하여 현장감과 수어, 문자통역이 분리되지 않는 배리어프리 연출을 고민하였습니다. 모든 출연자의 바로 옆에 나란히 앉아 수어통역을 하고, 화면분할을 통한 문자통역을 진행하였습니다. (링크: 라이브토크 1부 라이브토크 2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장애인 당사자 그룹과 직접 소통하며 온라인 상영에 적합한 방법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코로나19 인권영화제 폐막 이후에 이 그룹과 함께 장애인접근권에 대해 평가하며, 다시 온라인으로 영화제를 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시도해보고 싶은 무궁무진한 활동들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통해 “누구나 차별 없이 인권영화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서울인권영화제의 슬로건을 더욱 새로운 방법으로 실험하며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실천해보고 싶습니다.
오는 11월, 인권영화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잠시 멈춤'은 우리를 더욱 멈출 수 없게 할 것입니다. 거리에서 만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그곳이 곧 광장일 것입니다.
2020년 9월 14일
서울인권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