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화면 속에서 복작복작 활동 펼치기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09/14
코로나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거리의 풍경도, 사람들 간에 건네는 인사도 그리고 서울인권영화제의 회의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코로나19인권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는 동시에 온라인 회의도 열었습니다. 다 같이 모이기가 어려웠죠. 각자의 건강을 위해서 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었습니다. 어떨 때는 사무실에 모인 사람이 온라인 회의로 참여하는 사람보다 적어서 쓸쓸했던 적도 있었답니다. 분명 같이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데도 그렇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가끔 사무실에 모인 사람이 온라인 참여보다 많으면 괜히 신이 나고 좋기도 했어요. 사무실에 사람이 복작복작 있는 느낌은 우리가 함께 있다고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거든요.
그러다가 코로나19 확산 정도가 심각해지면서 저희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오프라인 회의는 하지 말고 온라인 회의만 하자! 그렇게 목요일 저녁에 저희는 사무실이 아닌 각자의 집에서 자신이 가진 기기 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사진1. 컴퓨터 화면 캡처. 왼쪽에는 속기록이 있고, 오른쪽에는 온라인 회의 화면이 있다. 온라인 회의 화면에는 각자의 공간에 있는 자원활동가들의 모습이 분할되어 있다.]
온라인 회의도 쉽지 않습니다. 집중이 잘 안 되기도 하고, 무슨 말인지 제대로 들리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누가 말하고 있는지 헷갈릴 때도 있고요. 그렇지만 좋은 점도 있어요. 저희와 함께 하는 속기사분도 집에서 편하게 속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퇴근하게 되지요. 지난 회의 때는 속기를 끝내고 라면을 드신다고 했어요. 저희도 마찬가지로 회의가 끝나자마자 바로 집이게 돼서 편합니다.
회의 풍경도 더 새로워졌습니다. 회의 시간이 저녁 시간과 겹쳐서 식사하느라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고, 화면 앞에서 오물오물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재밌기도 합니다. 뭘 먹고 있는지 얘기하기도 합니다. 서로를 직접 볼 수 없게 돼서 궁금한 소식들이 더 많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자세히 볼 틈이 없었던 얼굴들을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활동가들의 생활공간을 볼 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개성 있는 사진으로 화면을 꾸미기도 하고요. (이런 모습을 보고 저희는 재밌는 기획을 했답니다. 무엇일까요? 24회 서울인권영화제에서 확인해 주세요!)
[사진2. 텔레그램 화면 캡처. 자원활동가 은비가 온라인 회의 화면을 캡처 해 보냈다. 캡처된 화면에는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이 각각 분할된 칸 속에 있고 자원활동가 은비가 자신의 칸 아래에 있는 자원활동가 권태를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는 시늉을 하고 있다. 권태가 ‘??’라고 은비의 메시지에 이어서 답장하고 있다.]
오프라인보다는 덜 가깝지만, 이상하게 서로 더 가까이 있는 기분입니다. 저희는 이렇게 저희만의 방법으로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에 복작복작 모인 때처럼 화면 안에서 복작복작, 그렇게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망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