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6 붙어버린 발 여기 있어요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10/21
[사진1. 흑백사진. "붙어버린 발 여기 있어요"라는 제목이 연두색 글씨로 오른쪽 하단에 적힘. 한국군의 베트남민간인학살 위령비인 '빈영 위령비'가 가로로 뉘어져 있다. 앞쪽에는 향이 꽂힌 향로가 있다.]
#6. 붙어버린 발, 여기 있어요
이번에 베트남 평화기행을 간 게 일곱 번째였는데요, 처음 갔을 때는 너무 충격 받았죠. 한국군 민간인 학살 이런 거 배운 적 한 번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막 생존자 분들, 유가족분들 만나고 이런 거죠. 이번에는 새로운 마을을 갔는데, 어떤 할머니가 저희를 부르셨어요. 할머니께서, “나도 저 학살 때문에 우리 가족 죽었다. 근데 내가 10년 넘게 여기 앉아 있었는데 우리 집엔 아무도 안 왔다.”고 하시면서, 많이 편찮으신지 몸을 엄청 부들부들 떠시더라고요. 그때 되게 뭔가 좀 강렬했어요. 항상 약속 잡고 생존자 분들 만나고 그러다가 처음으로 진짜 의도치 않게 그런 분을 만난거예요. 종이에 꼬깃꼬깃 접어놓은 자기 자식들이랑 친척들 이름을 보여주시는데 발이 그 집 마당에 붙어버린 것 같더라고요.
-요다, 2020
⛧⛧[나 여기 있어요]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고 삶에 대해 이야기 하기 어려워진 요즘, 타인의 삶은 어떠한지 살펴보는 자리를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