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완벽한 상영작이 되고 싶은 <해미를 찾아서>의 여행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11/24
안녕하세요~!
저는 24회 서울인권영화제 상영작 <해미를 찾아서>입니다
지난 2월 서인영 활동가들과 처음으로 만났어요. 사무실에 온 여러 사람이 번갈아 가며 저를 보고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한숨을 쉬며 갑자기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가기도 했어요.
그러더니 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해미는 어떻고 저떻고~”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모두 꽤 기분 좋은 이야기였던 거 같아요. 그렇게 저는 상영작으로 땅땅땅 확정이 되었답니다! 상영작이 된 저는 더 바빠졌어요.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이 제 이름을 부르고 찾았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저는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완벽한 상영작이 될 거니까요.
3월에는 자막해설이라는 걸 공부하느라 다들 바쁘더라고요. 제가 내는 모든 소리를 자막으로 넣는다는 말 같았어요. 제가 곡을 연주하면 “~한 음악”이라고 자막을 넣고, 등장인물이 문을 쾅 닫는 소리가 나면 타이밍에 맞게 ‘쾅 문을 닫는 소리’라고 자막을 넣는 거죠. 등장인물이 바뀔 때는 누가 하는 말인지도 표시하더라고요. 이 작업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도 저를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래요. 공부하는 걸 엿들어 보니까 좀 시원찮던데... 이 사람들 잘 할 수 있을까요?
아 참, 화면해설이라는 것도 공부했어요. 이건 제가 담고 있는 장면들을 소리로 설명하는 일이래요. 저한테는 ‘선아’라는 주인공이 있는데요, 저를 잘 이해하려면 선아의 섬세한 표정 변화를 느껴야 해요. 제게 화면해설을 입히면, 선아의 표정이 나올 때 “선아가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라고 음성이 나오는 거죠! 물론, 영화 속 인물이 말하는 중일 때는 음성을 넣지 않고요. 너무 멋지지 않나요? 저는 꼭 자막해설과 화면해설을 모두 가져서,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영화가 될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서인영 사람들이 더는 저를 찾지 않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코로나19 인권영화제’를 준비하느라 바빴거든요. 하드 구석에 외로이 있던 저는 7월 말의 어느 날, 회의록에 다시 이름을 올렸어요. 맙소사, 24회 영화제를 할지 말지 이야기하네요? 떨리는 마음으로 회의를 기다린 결과... YEAH! 이 사람들이 24회 영화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한대요~~^^ 저는 짱 멋진 영화가 되어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됐어요.
기쁜 마음도 잠시, 저는 상영작 되기가 이렇게 험난할 줄 몰랐어요. 먼저 저를 데려간 서인영 활동가가 저를 뚫어져라 보면서 갑자기 감독님께 편지를 쓰더라고요. 며칠 후 저는 편지와 함께 감독님의 품으로 돌아갔어요. 감독님이 편지를 읽으시면서 제게 열심히 자막 해설을 달아주셨어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서인영으로 돌아왔죠. “후후 이제 화면해설 입을 준비를 하면 되나~” 했는데 이게 뭐야. 어떤 인간이 저를 다시 뚫어져라 보면서 감독님께 편지를 썼어요. 자막해설 옷을 조금 고쳐 입어야 하나 봐요. 까다롭게 정말. 저는 다시 감독님께 갔고, 완벽한 자막해설 옷을 입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저는 수어통역사님과 마주 앉았어요. 수어통역사님께서 저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수어로 통역해주시고, 제 뒤에서는 수어통역사님을 촬영했어요. 촬영이 완료되자, 저는 수어통역사님의 영상과 함께 사무실 프리미어프로에 안착했어요. 서인영 활동가가 수어통역 영상을 제게 딱 맞게 입혀주었답니다. 고마워요 모두~ 이제 화면해설만 남았네요.
화면해설을 맡은 사람들은 저를 보면서 회의를 아주 많이 했어요. 감독님도 이 사람들한테 시나리오까지 보내주시면서 피드백을 정성스레 해주셨어요. 감동감동. 제게 딱 맞는 화면해설을 입혀주려고 다들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그들의 얼굴은 피곤함에 절어있었지만요. 그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보아하니 이 사람들 저한테만 이런 일을 해주는 게 아니라 모든 상영작에게 자막해설을 입혀주고 있었어요! 화면해설 옷을 입는 친구도 둘이나 더 있었고요! 그래서 피곤한 거겠죠. 저는... 이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어요...아무튼 몇 번의 회의 끝에 제 화면해설 옷인 대본이 완성되었고 옷을 입으러 저 멀리 스튜디오에 갔습니다.
목소리가 좋으신 분이 화면해설을 녹음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완벽하고 싶거든요. 아니 근데, 하... 탄원서뭉치, 탄원서뭉치, 탄원서 뭉치...! 탄원서뭉치 발음하시는 걸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화면해설 팀인 고운, 권태, 채영님 덕분에 녹음이 잘 마무리 되었어요. 다들 많이 힘들었는지 끝나고 부리나케 쌀국수를 드시더군요...
이젠 정말로 완전체가 되어서 제가 속한 섹션 ‘기억의 문을 열다’의 상영 날인 11월 25일까지 편히 쉬다가 여러분을 만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 저를 또 어딘가로 보냅니다. 한국농인LGBT 활동가 분들이 제게 이상한 점은 없는지, 감상하기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 주셨어요. 이 분들도 많이 피곤해보였어요... 한국농인LGBT 활동가 분들이 다른 친구들도 다 이렇게 검수해 주셨거든요...
검수를 끝낸 저는 이제 정말 완벽한 상영작이 되었어요! 야호 너무 신나요. 여러분을 만날 생각을 하니 떨리네요. 저 정말 오래 기다렸거든요. 11월 25일, 저 꼭 만나러 오실 거죠? 꼭 만나요 우리. 여러분 만나려고 이렇게 고생했단 말이에요. 안 오면 삐질거야~~! 흥칫뿡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
<해미를 찾아서>는 섹션 [기억의 문을 열다]의 작품 중 하나로 11월 25일 오전 10시부터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