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지]짧지만, 굵기가 다른 <이름의 무게>의 여행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11/26
안녕하세요,
저는 24회 서울인권영화제 상영작 <이름의 무게>입니다. 저는 11월 29일 열리는 섹션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 팔레스타인 예술가로부터 받은 ‘나'가 청원 서명에 대해 친구와 상담하는 통화 내용이 주를 이루는 상영작이랍니다. 약 11분가량의 단편 영화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짧은 편이죠.
다른 상영작 친구들처럼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저를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로 고민 됐어요.
자막의 경우, 색을 입혀서 두 사람이 대화하는 상황에서 누가 말하는 중인지 구분할 수 있도록 꾸며졌답니다.
제가 품고 있는 소리들도 자막으로 들어갔어요. [전화벨소리]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다음으로 한국수어사용자들이 저를 볼 수 있도록 한국수어통역을 하는 담당자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아마 제가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누락되지도, 곡해되지도 않도록 신중하게 논의하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저는 한국수어통역을 할 수어통역활동가와 수어사용자의 관점에서 통역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고민해줄 수어사용당사자 활동가를 만났답니다.
(아! 수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농인'이라고 한대요! 저도 알게 되었답니다!)
다른 영화에 비해 짧은 러닝 타임인 11분이라는 시간 동안 웃으며 저를 보던 분들이 제가 끝나갈 때는 심각한 표정이셨어요.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빠른 속도로 주고받는 화자 두 명의 대화를 어떻게 한 사람의 통역활동가가 구분해서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가 발견된 것이죠.
더 나아가 저는 겉보기에는 청원서에 서명을 해야 했느냐, 말아야 했느냐에 대한 단순한 고민 상담처럼 비추어지지만, 이 고민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 그 뒤의 배후세력, 그리고 계속된 전쟁과 탄압, 차별에 뿌리를 두고 나눈 대화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짧은 대화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함축적인 의미가 방대했고, 그것을 한국수어로 옮기는 것은 다른 외국어 번역과정처럼 복잡하다고 말했어요. (통역활동가와 농인활동가 미안해요ㅠㅠ)
그래서 저에게는 특별히 한 명의 통역활동가가 추가로 투입되었답니다. 두 명의 전화 통화 라는 형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통역할 수 있는 설정이었어요.
저는 다른 상영작 친구들과 다르게 두 명의 통역활동가와 함께하게 되어 너무나 좋았답니다. (나중에 들은 소식인데, <뚜렛히어로: 나의 입과 나>라는 상영작 친구도 두 명의 통역활동가가 함께했다고 해요.^^)
그렇게 세 명의 활동가들은 농인접근권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너무나 오래전에 시작된 저의 배경을 짧은 시간에 수어로 옮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답니다. 더 나아가 저에 대한 정보 가운데 ‘인권의 시각’으로 올바르게 설명한 자료들도 없었고요.
그러다가 저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농인접근권으로 모인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저에 대한(팔레스타인이 겪고 있는 탄압의 역사 등) 심층적인 강의가 시작되었어요. 무려 두 시간이 걸렸답니다.
그렇게 저는 본격적으로 농인 접근권을 위한 따뜻하고 포근한 촬영과 편집 과정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겉보기에는 작은 영화인 저를 온전하게 전달하기 위해 무려 5명 이상의 장애인접근권 활동가들이 함께 작업했다는 것이 조금 미안하지만 그만큼 뿌듯하고 자랑스럽답니다.
세밀하게 고민되어진 저 <이름의 무게>, 만나러 오시겠어요?
그 누구도 차별 받지 않도록 저는 열려있습니다. (찡긋)
잊지 마세요! 11월 29일이랍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