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물음표, 더 많이 만들고 이어나가기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0/12/06
제목 : 물음표, 더 많이 만들고 이어나가기!
24회 서울인권영화제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섹션은 서로 각기 달리 놓인 위치와 상황, 조건 속에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어떤 방식으로, 누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 있는 섹션인데요! 마지막 섹션답게 여러분들에게 많은 질문거리를 던진답니다 :)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섹션에 함께한 영화 <유어 턴>, <뚜렛히어로 : 나의 임과 나>, <이름의 무게>의 내용을 살펴보면 고민의 방향에 길이 터지는 것 같은데요. 한 사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시작으로 차별 그 자체에 반대하는 길로 향하는 브라질의 ’힙‘한 청소년운동, 뚜렛증후군 당사자가 기존의 ’장애극복서사‘가 아닌 차별과 편견에 맞서며 공연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유쾌한 거부와 저항, 연대의 과정,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록밴드 라디오 헤드의 공연 취소요청 서명에 연명한 후 불이익이 생길까 봐 고민하는 두 팔레스타인인 두 친구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사진1. 관객과의 대하를 진행하고 있는 보석 활동가. 목에는 분홍색 쿠피에를 두르고 빨간색 반팍티를 입고 있다. 셔츠 가슴 부분에 무지개 플러그가 프린트되어 있고 PEACE LOVE와 미키마우스 얼굴을 간단하게 표현한 로고가 있다. 보석의 앞에는 나무 테이블과 노트북이 있다.]
이야기 손님으로 함께한 청소년 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난다님, 장애여성공감의 진정선님,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새라님은 영화를 보시고나서 영화에서 일어난 일들과 한국사회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그리고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하는 내용을 나누어주셨습니다. :)
<청소년 인권운동연대 지음> 난다ㅣ (한국사회에서는) 청소년들이 저항하고 참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있고, 나서서 행동하는 것을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많이 여기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청소년들이 겪는 부당한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내도 주목을 덜 받게 되는 것 같고, 우선순위가 밀려나는 문제 있다고 봐요.
저는 20살이 넘고 나서는 주변 사람들이 언제까지 청소년운동을 할 거냐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청소년운동은 ’청소년들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금도 조금 있기도 하지만 그때는 더 강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청소년인권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단체 만들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정도 정리된게) 청소년도 인간답게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고 청소년의 편에 서서 함께 싸우면서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저희가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우리는 좋은 어른이 많은 세상이 아니라 나쁜 어른을 만나도 두렵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장애여성공감> 진정선ㅣ <춤추는 허리>는 장애 여성이 연출하고 있는데 장애여성 연출가가 공간에 접근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저역시도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공간 접근성이 중요한데, 이 문화예술 안에서 장애인이 문화를 향유해야 하는 존재로는 얘기가 되는 것 같은데 문화예술을 만들어내고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상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또 던지고 있고요.
<춤추는 허리>가 무대 위에 등장하거나 장애인의 몸으로 공연을 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감동을 주거나 저희 공연을 하면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이 많이 있거든요. 이럴 때 사실 저희는 고민이 생겨요. 그래서 사회가 요구하는 갇힌 이미지에서 벗어나서 장애인이 일상에서 시선에 보여지는, 수동적인 사람으로서 경험이 많은데 우리는 주체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이런 공연을 통해서 저희가 관객을 계몽하거나 인식을 바꾸자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장애여성의 주체적인 경험을 통해 어떤 질문을 같이 할 수 있을까. 공적인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정상성을 규정하는 활동을 하고 있고요. 이 과정이 비장애인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되게 비정상으로 규정되는 장애여성의 몸을 보고 어떤 움직임이나 관계를 보여줄지 그 부분도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리고 내가 좀 더 주도해보고 내가 실패하는 경험들을 찾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새라ㅣ 이 작품의 감독인 마하디가 참여한 운동을 문화보이콧 운동이라고 해요.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문화보이콧 운동 같은 경우는요. 이스라엘 정부가 ’브랜드 이스라엘‘이라는 국가홍보전략을 통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군사점령 중이라는 현실을 가리고 정상국가라는 이미지로 세탁을 하려고 해요. 그래서 이런 현실을 폭로하고 저지하는 그런 운동이 바로 문화보이콧 운동입니다.
이건 더 넓게 보면 이스라엘에 대한 BDS운동에 포함되는데요. BDS운동은 보이콧(Boycott)의 B, 투자철회(Devestment)의 D, 제재(Sanction)의 S를 따서 BDS운동이라고 불러요. 이 운동을 통해 과거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제재를 철폐시켰던 것처럼 이스라엘을 고립시키고 압박해서 팔레스타인을 옥죄고 있는 정착민 시민주의라든지 군사점령, 인종차별, 이런 것을 중단하도록 하는 그런 운동이 BDS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름의 무게>에서 록밴드 라디오헤드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와서 공연하는것에 반대하는 서명함으로써 자기한테 불이익이 생길까 봐 고민인 친구랑 감독이 통화하잖아요. 이게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이스라엘이 이 BDS운동이 점점 확대되고 힘을 키워나가니까 막으려고 엄청 힘을 쓰고 있어요. 예를 들면 전 세계 대사관에 BDS에 대응하는 직원을 파견하기도 하고요. 로비 활동을 통해 BDS를 불법화하려고 계속 시도하고 있거든요. 이스라엘에서는 BDS에 동참하는 단체가 국가의 지원 등을 받을 수 없게 되어있고요. 외국 활동가의 입국을 거부하거나 BDS를 지지하는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활동가가 아니더라도 BDS를 지지하는 사람의 입국을 막거나 강제출국을 시키는 법안도 있습니다.
이야기 손님들이 차곡차곡 말을 꺼내주실 때마다 우리는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슬금슬금 올라오곤 했는데요. 그럴 때 마다 이야기 손님들의 말 곳곳에 묻어있는 ’함께‘에 더 귀 기울이며 몰입했습니다. 각각의 현장에서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과 어떻게 합을 맞추고 있는지, 우리가 여기 모여서 나눈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 분명 서로 다른 경험을 해왔고, 하고 있지만 이 경험이 어떻게 교차되는지를 나누면서 곁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물음표가 이어지고, 더 많아질수록 ’응!‘이라는 답과 함께, 우리의 곁을 더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깨닳음을 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섹션을 마지막으로, 24회 서울인권영화제 관객과의 대화는 막을 내렸습니다 :) 영상은 오랫동안 서울인권영화제 유튜브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안에 다 담기지 못한, 촘촘하고 심도깊은 이야기들을 꼭꼭 만나보세요!
레나(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