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대한 인권적 원칙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1/02/26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대한 인권적 원칙
코로나19 상황이 1년 넘도록 지속되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공급에 대한 소식이 들려와 많은 사람이 희망을 품고 있다. 백신의 개발 및 공급이 현 상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또 다른 불평등 및 차별, 배제를 야기하지는 않을지 우려도 크다. 백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지금, 재난적 상황의 한정적인 자원은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과 이해의 충돌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의 충돌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를 향한 혐오 및 차별 등 다양한 인권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감염병 위기 상황이 드러낸 의료의 공공성 부족 및 혐오, 차별로 인한 의료공백은 백신으로 해결되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코로나19의료공백실태조사단은 다음과 같이, 인간의 존엄과 평등에 입각한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대한 인권적 원칙과 과제를 제안한다. 우리의 제안은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정부의 계획과 집행 그리고 이후에 대한 인권 원칙임과 동시에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확인하고 덧붙여 나가자는 제안임을 밝힌다.
1. 백신 공급의 기준은 이윤이 아니라 생명이어야 한다.
특정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따지기 전에 모든 사람의 생명권을 우선해야 한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백신 공급을 우선해야 하는 필수적인 직군/집단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특정한 기업 혹은 사회의 경제적 이익을 계산하여 우선순위를 정해서는 안된다. 백신 우선접종 대상이 될 사회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직업 등에 대해서는 누가, 어떤 기준과 권한으로, 어떻게 정하는 것인지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그 과정과 결과가 참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2. 지구적 연대의 강화 아래 공동체적인 백신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는 어느 국가나 지역의 한정되지 않는, 전 지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지구공동체 과제이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포함 특정 국가나 사회에서만 백신 공급이 이루어지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백신의 확보와 공급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을 위주로만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그리고 모든 국가는 연대•협력하여 코로나19 백신의 지구적 공공성을 지켜내야 한다. 사람의 생명, 더 나아가 공동체의 생명이 달린 만큼, 백신 등 의료적 제품이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 의해 독점되지 않을 수 있도록, 전 지구적으로 공유하며 서로의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백신 공급은 평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코로나19 감염에 가장 취약한 인구집단을 우선해야 한다.
백신 공급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방역정책의 효율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감염에 취약한 인구집단을 우선 접종해야 하며, 백신의 유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사회적 약자 및 취약계층을 우선해야 한다. 감염 취약성을 고려할 때에는 다중접촉가능성 등 거주환경, 기저질환 등 개인의 건강상태, 나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돌봄을 행하거나 돌봄이 필요한 집단 등 돌봄 노동 및 돌봄 관계에 대한 고려도 필수적으로 행해져야 하며, 영토내 모든 이들에게 조건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4. 사회구성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촘촘한 백신 관리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앞서 백신접종을 시작한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때문에 백신 관리에 대한 엄격한 절차와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부작용은 어떻게 관리할 지, 부작용을 겪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떤 의료적 조치를 제공할지, 그에 따르는 의료적 비용은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 등 촘촘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 계획안에는 백신 공급 과정에서 수집되는 일련의 개인정보들이 어떻게 관리, 활용되며 보존 혹은 폐기될 것인지에 대한 체계도 포함되어야 한다.
5. 백신 접종에 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
개인의 동의는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동의여야 한다. 개인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사람에게 과학적이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사람들은 이러한 정보들에 근거하여 본인의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현 정부는 확보했거나 확보할 예정인 백신에 대한 정보 -유효성, 안전성, 부작용, 접종 이후 모니터링 계획 등-을 투명하게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6. 백신 접종에 대한 결정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다.
백신 접종과 같은 의료적 개입은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거부하는 개인에 대해서 강제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원칙은 보건윤리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논의되어 왔고, 개인의 자기결정권은 인권담론에 있어 아주 주요한 개념이기도 하다. 감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적 조건과 공중보건을 위한 백신 접종의 당위성이 자기결정권 침해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개인의 동의를 구함으로써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다. 이는 의사결정과정에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7. 백신 접종 여부에 따른 차별을 예방, 금지해야 한다.
백신 접종 계획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면 백신 접종에 동의하지 않거나, 순차적으로 접종이 되기에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동시에 우선 접종 대상이 되어 이미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두 가지 경우에 모두, 접종을 했든 안 했든,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차별 및 배제가 일어나는 것을 예방, 금지해야 한다. 정부가 발급할 계획인 백신 접종 증명 서류의 보유 여부에 따라 노동, 재화 이용,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적인 대우가 일어나지는 않을지 섬세한 모니터링과 예방 작업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은 개인의 아주 사적인 영역부터 전 세계의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는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다. 너도나도 ‘코로나19 종식’을 바라고 기다리지만, 종식을 어떻게 정의 내릴지, 언제 종식이 될지는 저마다의 의견이 다르다. 언론 등 매체에서 쉽게 볼 수 있듯이 많은 이들이 ‘일상으로의 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리는 그 ‘일상’과 ‘회복’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너무나 취약한 환경 속에 살았기에 회복할 일상이 없는 이들과는 그 일상의 회복을 어떻게 말할지, 일상이 차별이고 인권침해였던 이들은 어떻게 그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지 등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매우 많고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과정과 결과에서뿐 아니라, 그 이후의 사회에서도 평등과 인권보장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위기가 완화되어도, 언제나 차별과 배제, 인권침해라는 위기 속에 있었던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마주한 공동체적 과제는 해결되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끊임 없이 다가올 위기 상황 속에서도 존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모두가 평등하게 가질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공공병원 및 의료 인력 확충 등 의료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노력해야 한다. 인간다운 삶을 유보하지 않고 혐오와 차별의 그늘 없이 모두의 안녕을 돌아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백신은 그 과제를 잊지 않게 할 촉매 중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21년 2월 26일
코로나19 의료공백인권실태조사단
건강과 대안, 건강세상네트워크 다산인권센터, 서울인권영화제, 인권운동공간 활,
인도주의의사실천협의회 인권위원회, 장애여성공감,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