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나눠요] 내 이름은 '마리아나'입니다

[함께나눠요] 내 이름은 '마리아나'입니다

* 영화 <내 이름은 마리아나>는 2016년 21회 서울인권영화제 상영작입니다.  

나의 이름은 마리아나입니다. 나는 마리아나로 불리고 싶습니다. 여자이고 싶습니다. 길 가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나를 그냥 ‘평범한’ 키 큰 여자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설명합니다. 부탁합니다. 나를 ‘마리아나’라고 불러 달라고요. 나를 여자로 대해 달라고요. 안타깝게도 그 부탁은 종종 튕겨져 나옵니다. 사람들은 자꾸 나를 우즈텍이라고 부릅니다. 엄마는 ‘아들’처럼 이야기하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또라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묻고 싶습니다. 나는 정말 ‘오류’에 불과한 것일까요?

나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스스로가 너무 역겹게 느껴졌던 그 날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샤워를 하고 내 몸을 똑바로 바라보기조차 힘들었죠. 그래서 나는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평범’해지기 위해 나는 누구보다 용감해져야 했습니다. 수술을 끝마치고 나는 드디어 여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번듯한 남자친구도 생기고, 신의 축복을 받은 것만 같은 느낌이었죠. 그렇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세상은, 당신은 나를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어떤 때는 모든 게 좌절스러워서, 신이 나를 버린 것만 같습니다. 그저 ‘나’로 살고자 했을 뿐인데, 신은 나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는 것만 같습니다. ‘평범’해지는 길이 이리도 어려운 일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당신이 자꾸 나를 ‘우즈텍’이라고 부르는 건 어쩌면 견고한 습관 같은 것이겠지요. 습관이라는 건 고치기 쉽지 않잖아요. 사십 년 동안 나를 그렇게 불러왔으니까, 이젠 ‘마리아나’가 되겠다는 나의 선언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당신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당신에게 이해받고 싶어요. 당신과 화해하고 싶어요. 누가 뭐래도, 나는 ‘마리아나’이니까요. 누가 뭐래도, 나는 ‘여자’이니까요. 나는 묻고 싶습니다. 내가 아니라, 당신의 습관이, 편견이, 고집이 오류인 건 아닐까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