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3.6 변희수 하사 추모행동에 다녀와서

[활동펼치기] 3.6 변희수 하사 추모행동에 다녀와서

몸 곳곳에 달린 트랜스젠더 색의 액세서리가 눈에 띕니다. 2호선 시청역에 책을 한 권씩 든 사람들이 들어섭니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장갑 낀 손이 높이 들어지면, 다 같이 들어섭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러나 한 공간에서 한 모습으로 3월 6일 변희수 하사 추모 행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랜만에 간 시청광장은 휑했습니다. 낮은 펜스가 잔디를 둘러싸고 있고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날은 궂었고, 기분도 가뿐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지개행동을 통해  모집된 '추모 행동 진행 스텝'들은 시청역 출구 옆에 모여 짧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오픈채팅방에는 시청역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하나둘 올라왔고, 스텝들은 원하는 참가자에게 나눠줄 무지개 리본을 챙기고 걸음을 옮겼습니다. 몇 명의 시민이 참여하실까, 의심 섞인 기대감을 안고 시청역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2호선 승차장에 들어서자마자 몇 개의 무지개 리본이 보여 반가웠습니다. 저에게 지정된 지하철 칸 앞에 서서 '탑승'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분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저도 리본 받을 수 있나요?"

그 순간 책 한 권을 들고 지하철을 기다리는 여러 시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연결된 느낌이었습니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칸마다 서 있는 사람들이 동시에 발을 내딛는 그 순간은 짜릿하기도 했습니다.

 

계획은 시청역에서 출발해서 시청역으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책을 읽는 것이 추모 행동의 전부였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모습이 한곳에 모이자 눈에 띄는 '행동'이 되었습니다. 시청역뿐만 아니라 2호선 곳곳에서 추모를 잇는 참가자들이 지하철 안으로 들어왔고, 추모 행동의 존재감은 점점 커졌습니다.

 

지루하고 답답했던 2호선에서 숨통 트이는 느낌이 든 것은 처음 이었을 겁니다. 정류장에 설 때마다 설렜고 다음 역으로 가는 길은 지루하지 않은 기다림이었습니다. 덕분에 책은 한 장도 못 넘겼지만요.

 

다시 시청역으로 돌아온 '우리'는 시청 광장에 거리를 두고 서서 마지막 추모 행동을 준비했습니다. 각자의 핸드폰으로 공유된 링크에 들어가 변희수 하사님의 발언을 재생하고 끝으로 IU 님의 'Love Poem'을 재생하기로 했습니다. 신호에 맞추어 변희수 하사님의 발언을 틀었을 때, 광장에 들어오는 몇 명의 관리인이 보였습니다. 나가라는 손짓과 그것을 설득하고 타이르는 활동가의 몸짓. 변희수 하사님의 떨리는 목소리가 겹쳐졌습니다.

 

IU 님의 노래가 끝난 후에도 '우리'의 발은 광장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채영

 

 

[사진1] 시청 광장에서 무지개 리본이 휘날린다

[사진1] 시청 광장에서 무지개 리본이 휘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