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소통간담회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21/05/07
지난 4월 16일 무지개행동에서 준비한 ‘소통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소통간담회는 올해 처음 열린 자리로 무지개행동 운영위원들이 소속단체의 구성원을 만나 안부를 묻고 무지개행동의 활동에 대한 의견과 바라는 점 등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한 번에 모든 단체가 모이는 것이 아니라 며칠에 걸쳐 조금씩 나눠 만났어요. 처음 보는 얼굴도 있고 아는 얼굴도 있었지요. 방역수칙을 지키며 자리하느라 옆사람과의 거리는 1미터 이상 유지되어 있었지만 오프라인 회의가 오랜만인 만큼 반가웠습니다. 어떤 활동가 분은 오프라인 회의가 낯설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간담회는 종로에 자리하고 있는 ‘친구사이’에서 진행됐어요. 그동안 말로만 들어봤지 실제 가보지 못했던 곳이라 가는 발걸음이 설렜습니다. 1층에 치킨집이 있어서 이곳이 맞나 긴가민가 했는데 계단 벽에 붙은 사진들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어요.
소통간담회에는 총 네 개의 소속단체가 참석했어요. 각 단체의 소개부터 시작해서 무지개행동의 시작과 현재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어요. 서울인권영화제의 상임활동가가 되기 전까지 무지개행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저에겐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에 성소수자차별반대를 위한 연대체가 있다는 것이 든든했어요. 사실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참 잔인하다고만 느껴졌지요. 실제로도 많은 분들이 힘빠지고 지치는 시기를 보냈을 것 같아요. 제 마음이 그래서 그랬는지 간담회의 분위기 초반,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활기차게 보이지는 않았어요.
쉬는 시간 후 프로그램은 2021년 무지개행동에 기대하는 것, 무지개행동과 하고 싶은 것을 공유하는 시간이었어요. 성소수자 인권포럼, 차별금지법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도 있고 그 외에 연대를 요청하고 싶은 것을 포스트잇에 적어 화이트 보드에 붙여 공유했어요. 서울인권영화제는 BDS 공동선언과 BDS워크숍 공동주최를 제안했습니다. 먼저 물꼬를 터줄 단체 있을까요~? 라는 말에 저요! 저희요! 저희는 목적이 뚜렷합니다! 하며 손을 번쩍 들어 다른 활동가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어요.
코로나 탓에 다른 단체 활동가와 같이 하는 오프라인 회의는 무지개행동 소통간담회가 처음이었어요. 길지 않은 시간을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연대의 힘을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느껴졌는지 회의 막바지가 되니 모두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진 것 같았어요. 제 표정도 그랬어요. 회의가 끝날 즈음에는 괜히 기분이 들떠서 밤 하늘도 예뻐 보이고 현란한 종로의 밤거리에 마음이 울렁울렁 하더라고요. 아~ 오늘 하루가 이제 시작되어야 할 것 같아!!! 이러면서 말이죠.
간담회가 끝난 후 동료와 친구사이 사무실을 나와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낡은 칼국수집을 하나 발견했어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시간이 느껴지는 곳이었죠. 동료가 “칼국수 먹을까?” 하길래 “현금이 없는데”했더니 “나 있어”라며 쿨하게 가게로 들어갔어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저희 둘 다 수제비를 먹었는데요, 그릇을 가득 채운 홍합으로 우려낸 진한 조개국물과 손으로 무심하게 뜯어낸 수제비에 겉절이까지. 단돈 육천원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맛이었어요.
그렇게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종편 뉴스와 주인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세월호가 왜 박근혜 탓이야.”
잊고 있던 것이 기억났어요.
맞다 오늘 4월 16일이고, 이곳은 종로이지.
한 발 나아간 것 같다가도 후퇴한 것 같고, 살만 해진 것 같다가도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는 말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은 사라지지 않네요.
그래도, 그런 날, 혼자 있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날을 이렇게 주절주절 털어놓고 싶은 이들이 있어서 또 다행인 것도 같아요.
내년 4월 16일은 올해보다 나을 거예요.
잔인한 4월을 보내고 따뜻한 5월이 왔어요. 5월의 시작은 좀 추웠지만 점점 따뜻해지겠죠.
그렇게 믿어요.
그러니 건강히, 온라인이 아니라 온기 속에서 만날 그날까지 안녕히 계세요 모두..!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채영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추모와 저항의 특별상영회 <지금, 트랜스젠더로 살다>
http://hrffseoul24.org/tghereand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