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변희수 하사, 김기홍 활동가, 은용 작가의 삶과 뜻을 기억하고, 혐오와 차별 없는 우리의 내일을 이어가기로 다짐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의 안녕을 묻고 지금, 여기 우리의 존재를 드러낼 것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까지 추모와 저항의 특별상영회 <지금, 트랜스젠더로 살다>를 이어갑니다.
지난 달 31일은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었습니다. 자신답게 살아가는 모든 트랜스젠더들의 존재를 축하하고 이들이 마주하는 차별의 현실에 대해 사회적인 경각심을 일깨우는 국제적인 기념일이지요. 올해는 특히 특별한 날입니다. 많은 이들이 추모와 애도, 슬픔의 시간을 견디는 동시에 분노를 느끼고 저항의 의지를 다지고 있으니까요.
새삼스레 숫자의 무게를 가늠해보는 날이 있다. 어떤 숫자는 화폐의 단위였고 어떤 숫자는 시간의 구분이었으며 또 어떤 숫자는 사람의 단위였으나 화폐의 숫자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사람의 숫자를 가늠하는 일은 한없이 아득하기만 하다. 남겨진 도시가 매년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일처럼. 만 오천 명가량의 희생자와 칠 만여 명의 유족을 남겼다는, 팔 년가량 계속된, 그러나 아직도 비석에 새길 이름을 찾지 못해 사월의 셋째 날로 불리는. 영화 〈비념〉은 숫자나 문장으로는 표현되지 못하는 어떤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 분명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인 것 같은데, 제가 근무하는 회사의 사무실은 여전히 춥습니다. 그래서 봄이 온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의자에는 경량패딩이 걸려 있어요. 여러분은 어떤 시절을 보내고 계실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전에 편지를 쓰던 시기는 여름이었는데, 어느새 한 해가 지나고 봄이 왔습니다. 뭘 했다고 벌써 봄인지, 2021년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또 한 해를 잘 지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두의 안녕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