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부산, 한 60대 여성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 자신의 반려와 사십년을 함께 한 집의 건너편에서, 장기를 기증해달라는 유언을 남긴 채. 갑자기 나타난 조카가 그들을 갈라놓았던 탓에 반려의 죽음을 뒤늦게 접한 후였다. 어떤 기사는 여고 동창 시절부터 이들이 함께한 시간과 그녀의 죽음이 “우정을 과시”했다고 표현했고, 또 어떤 기사는 그녀가 “친구”의 죽음을 비관했다고 서술하였다. 〈깊고 오랜 사랑〉은 이들의 서사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허구의 영화다.
지난 14일과 15일은 13회 성소수자 인권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포럼은 한국 성소수자 인권의 현실과 나아갈 바를 둘러싸고 토론, 교류하는 자리로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주최로 2008년부터 매해 이어져오고 있는, 퀴어 그리고 활동가들의 큰 명절 중 하나랍니다.
(...) 2주 전 목요일에도 전체회의가 있었어요. 당분간 정신없이 바쁜 일이 겹쳐 회의에 오지 못한 활동가들도 있었지만, “다음 회의 때는 정말 다 볼 수 있을 거예요!”하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장애인접근권팀과 후원/홍보팀, 그리고 울림팀에서는 서로의 활동과 계획을 공유했어요. 저는 후원/홍보팀에 있는지라 잠시 저희 팀 홍보를 할게요. 이번 회의에서는 후원활동가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서 따끈따끈한 소식으로 공유했습니다. 후원활동가들이 어떤 마음으로 서울인권영화제 후원을 시작하고 이어나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어서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광장에서 영화제를 만나지 못해 아쉬우셨을 후원활동가들을 위해 지난해 열렸던 두 영화제의 책자와 배지, 그리고 2020년 연간활동보고서를 열심히 포장했습니다. 총 206개의 소포를 보내고 나니 사무실이 한층 가벼워졌어요. 우체국에 다녀온 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으니, 많이들 받아보셨겠지요? 이번 책자는 각 영화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영화제를 준비한 활동가들의 이야기도 잔뜩 담겨있으니 심심할 때 차근차근 열어보세요. 서울인권영화제를 후원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주시는 여러분께 항상 감사합니다.
[사진2. 책상에는 상자와 봉투, 책자가 놓여 있고 혜지 활동가가 손으로 세 가지 책자와 뱃지를 들고 있다.]
활동가 편지
나는 너를 통해 내가 된다 (3)
* 서울인권영화제의 상임활동가 채영과 후원활동가 윤석이 서로 편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지난 편지는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어제와 오늘, 상대와 주고받은 말이 뜻대로 전달되지 않은 일이 있었어. 그전에도 여러 번 있었을 테지만 어제와 오늘은 유난히 그 경험이 거슬리더라고. 오해의 원인을 찾아보았고 아주 단순한 실수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그 실수는 내가 문자를 '내 입장'에서 적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거더라. 상대가 나와 같은 양의 정보를 숙지하고 있다는 '오해'에서 나온 말, 상대가 나의 고민의 맥락을 알고 있을 거라는 '오해'가 채택한 정보. 그렇게 만들어진 말을 받은 이의 '오해'에 주눅 들어 입을 다무는 나. 이 얼마나 우스운 꼴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