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편지] 여름에 보내는 편지

[활동가편지] 여름에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차별금지법 국민청원이 십만을 돌파했다는 반가운 소식과 더불어 인권과 연대의 인사를 건넵니다. sns가 차금법 국민청원이 십만을 돌파하는 화면 캡쳐로 가득 차는 걸 보고 한없이 기쁘다가도 어딘가 위태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만에 숨통이 트이는 한편 누군가는 누구보다도 이 소식을 반가워했을 동지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나날이니까요. 편지를 쓰는 지금 술을 마신 친구와 전화를 하면서도 뭘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채 모르겠다는 느낌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지쳤고 조금은 편안해졌습니다.

여러분의 여름은 어떠하신가요.

다시 생각해보면 여름은 늘 버거운 계절인 것만 같습니다. 불안해도 들뜨는 겨울과 어지러울 정도로 생생한 봄을 겨우 버텨냈더니 오는 게 버거운 여름이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비겁한 일인 것만 같습니다. (같습니다 라는 말으로 문장을 끝내지 않으려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실패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올 상반기를 한껏 앓다 유월 중순이 된 지금에서야 조금 나아진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다시 여름이 온다니 조금 지치기도 합니다. 또다시 마스크를 껴야 하는 이번 여름은 골목마다 이끼가 필 정도로 비가 쏟아붓던 지난 여름보다는 덜 습해서 마스크를 끼기만 해도 허덕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더 할 말이 없나 쥐어짜다가 읽을 사람을 아는 편지를 쓰는 일과 읽을 사람을 알지 못하는 편지를 쓰는 일 중 어느 편이 더 어려울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읽을 사람을 알지 못하는 편지에서는 읽어줬으면 하는 사람을 상정하게 되는 것 같아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읽을 사람이 정해진 편지에는 하고 싶은 말들이 할 수 있는 말의 모습으로 나타나 있지만 읽어줬으면 하고 바랄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에는 하고 싶었던 말들이 하지 못한 말들의 모양으로 남아있게 되니까요. 

더 추해지기 전에 글을 줄입니다.

허연의 ⌜칠월⌟을 읽고 싶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권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