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편지] 다시 만나게 될 것을 약속하며

[활동가 편지] 다시 만나게 될 것을 약속하며

안녕하세요 항상 울림을 통해 서울인권영화제와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채영입니다.

자주 활동가 편지로 찾아뵙고 했지만 이런 문장으로 편지를 시작할 날을 상상한 적은 없었네요.

 

7월을 마지막으로 상임활동가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적지 않은 고민과 시간 끝에 내린 결정이기에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겠지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라는 위치였기에 보고 만나고 경험할 수 있었던 일들 전부. 값졌고 제가 성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라는 한계를 마주하기로 했지만 동시에 제 안에 있던 가능성을 발견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혐오와 차별을 마주하기도 했지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힘을 모아 우뚝 선 벽에 균열을 내는 경험도 했지요.

그동안 ‘세상은 잘 안 바뀌잖아’라고 말했던 시간이 부끄러웠습니다.

어쩌면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내 안에 있는 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안 될 거라는 체념, 냉소, 실패와 좌절을 전망하는 목소리는 대부분 제 안에서 시작되더라고요.

 

그래서 ‘나’를 믿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소속 집단이나 가치, 의미, 명분, 대의, 원칙이 아니라 ‘나’를 따라보기로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잘 사는 것’ 아니겠어요?? ㅎ..

 

서울인권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과 영화들은 저에게 항상 기쁨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상임활동가라는 위치를 벗어나는 것이지 서울인권영화제를 떠나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러니 다시 만날 거예요.

다른 위치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을 약속하며

 

우리 모두 잘, 살아요. 잘 살아내보자구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