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눠요
시점으로부터
⟨살인자, 그리고 살인자들⟩(원제 : Who killed Eloa?)은 슬픈만치 익숙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브라질의 열 다섯 살 여성 엘로아가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과 납치와 폭력에 시달리고 있을 때, 카메라는 액션영화마냥 박진감 넘치는 현장에 초점을 맞추었고 심리학자는 사랑에 빠져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한 청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은 엘로아의 어떤 행동이 그녀의 남자친구를 집착하게 만들었고, 화가 나게 만들었는지를 설명했으나 그들의 맥락 속에 엘로아는 없었다. 피해자로서의, 선택의 주체로서의 엘로아는 없었다. 경찰에 의해 방치되고 시선에 의해 부추겨진 인질극으로 엘로아가 사망했을 때 언론은 다시 한 번 앞다투어 엘로아의 장기 기증 사실을 알렸고 그녀의 장례식에는 수 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그렇게 엘로아는 비극 끝에 여러 생명을 구하고 떠난 성녀가 되었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에게 물었다. ‘누가 엘로아를 죽였을까?’
[사진1. 서울인권영화제 21회 상영작 <살인자, 그리고 살인자들> 스틸컷. 브라질의 한 여성인권 활동가가 화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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