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나눠요] 게임의 규칙

[함께나눠요] 게임의 규칙

영화 <게임의 규칙(Changing the Game)>의 주인공 맥, 안드레아, 새라는 트랜스젠더 청소년 운동선수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세 사람은 그들이 살고 있는 주법에 따라 운동경기에 출전하며 겪는 고충이 각각 다르다. FTM인 맥은 남성 레슬링 팀으로 출전을 하고 싶지만 법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무패기록을 세울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지만 경기를 할 때마다 ‘불공정하다’는 관중석의 야유를 받는다. 안드레아가 다니는 학교는 선수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허가하지만 관중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노르딕 스키 선수 새라는 ‘여자팀에 뛰려면 트랜지션부터 하라’는 말에 순응하는 대신 자신이 받은 요구가 정당하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방법을 택한다. 

 

맥, 안드레아, 새라는 반복적으로 ‘트랜스젠더 선수의 경기 출전이 공정한가?’라는 질문 앞에 선다. 사람들은 제도를 문제삼지 않고 당사자 세 명에게 정당성을 증명하라 요구한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부정’하다 평가한다. 이때 언론이 옮기는 ‘트랜스젠더의 경기출전 정당한가?’라는 타이틀의 뉴스들은 세 사람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사진1 . 해가 뜨는 새벽, 바깥을 달리는 안드레아.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추고 땅은 초록색 풀로 가득하다. 중간중간 전신주도 있다.]

[사진1 . 해가 뜨는 새벽, 바깥을 달리는 안드레아.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추고 땅은 초록색 풀로 가득하다. 중간중간 전신주도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경험해야 했던 비난과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뉴질랜드 역도선수 허버드는 MTF 성별지정수술 후 여성 역도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녀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녀의 출전이 불공정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왔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낮다 하더라도, 태생이 여성인 선수들과 경쟁하기에는 불공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많은 비평가들은 남성으로서 사춘기를 겪은 사람들의 뼈, 근육 밀도의 증가와 같은 생물학적 이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허버드 선수와 같은 체급 경쟁자인 안나 반벨링헨(27) 벨기에 역도 선수는 허버드가 도쿄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소식에 "끔찍한 농담 같다"며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출처: ‘첫 트랜스젠더 올림픽 선수 등장 두고 "공정한가" 논란 커져’ 21.06.22, 한국일보]

 

아쉽게도 허버드는 경기 초반에 탈락,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있었던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번 경기를 통해 스포츠는 성별, 인종,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증명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의 여자축구 캐나다 국가대표 선수였던 ‘퀸’도 이번 올림픽에서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혔다. 그녀는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에도 트랜지션을 마친 상태였으나 밝히지는 않았다. 올해 그녀는 트랜스젠더 선수로는 최초로 메달을 딴 선수가 되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번 도쿄올림픽에 자신이 LGBT임을 공개하며 출전한 선수는 최소 163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지난 브라질 리우올림픽에 비해 3배 정도 많은 수치다. [출처: ‘트랜스젠더 여자 역도선수 공정성 의심은 기우였다’, 21.08.02, 한겨레] 경기 결과를 떠나서 그들의 경기 출전은 누군가의 희망이 또하나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침묵을 강요한 이들은 자신들의 행태를 잊을지라도 침묵당한 목소리는 스스로의 존재를 잊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서로의 존재를 기억하는 이들의 용기를 통해 사회는 계속 변화할 가능성을 갖는다. 다양성을 ‘불공정’과 ‘부정의’의 이름으로 의심하는 목소리는 계속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을 향한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쉼 없이 흘러 새로운 길을 닦아 ‘공정’과 ‘정의’를 새롭게 정의할 것이다.

 

서울인권영화제 (전) 상임활동가 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