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편지] 명절이 지나고

[활동가 편지] 명절이 지나고

안녕하세요, 자원활동가 권태입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건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네요. 그 사이 벌써 반팔을 입으면 고독함이 몰려오는 계절이 와버렸습니다. 편지를 읽고 계신 여러분 모두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명절이 명절이 아니고 연휴가 연휴가 되지 못했을 많은 친구들에 대해 생각하면 입 안이 조금 씁니다.

 

저는 밀린 일에 허덕이면서도 꾸준히 주최하고 있는 ‘불효듀스 101’이라는 모임을 개최했답니다. 명절이 비껴가는 퀴어들과 비퀴어들이 모여 서로의 불효에 대해 이야기하며... 구차해져도 함께 구차해지며 웃기라도 하는 모임이었어요. 어쩌면 어색하기도, 과하게 친숙해서 권태롭기도 한 친구들과 엉망으로 취하며 명절을 잘 버텨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도 지나갑니다. 하루는 너무 긴데 계절은 너무 빠릅니다. 조금은 견딜만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까지 아직 잘 모를지 잘 모르겠어서 조금은 벅찹니다. 우는 친구들을 달래주고 싶었는데 그냥 같이 울어버립니다.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명절을 살아내줘서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표현이 시혜적이지만 감사합니다.

 

그냥, 그랬습니다.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지어볼까 합니다, 슬슬. 영화제의 새로운 활동이 시작되려 하니 특정하지 않지만 이유없이 애틋한 여러분이 보고싶습니다. 그때까지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권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