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펼치기] 평등의 이어달리기 온라인 농성, 차별을 박살내는 골방 생활!

[활동 펼치기] 평등의 이어달리기 온라인 농성, 차별을 박살내는 골방 생활!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의 정신머리 없음을 담당하고 있는 고운입니다. 울림으로 찾아뵙는 건 오랜만인 것 같아요. 다들 안전하고 평등한 명절 보내면서 푹 쉬셨길 바라요.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저는 엄청나게 정신 없이 살고 있었어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2021 평등의 이어달리기’ 온라인 농성 덕분이었죠!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9월 1일부터 16일까지 총 60여 개의 단위와 4,942명의 참여자가 힘을 모은 농성이었습니다. 마지막날인 16일 저녁 5시에는 서울인권영화제가 “당신의 반란을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농성을 주관하기도 했지요.

 

[사진1. 평등의 이어달리기 온라인농성 8일차 7시 평등집중 시간의 화면. 사회자와 수어통역사, 차별금지법 제정 음악을 만든 음악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의 비디오 아래로 수많은 참가자들의 작은 비디오 화면이 있다.]

[사진1. 평등의 이어달리기 온라인농성 8일차 7시 평등집중 시간의 화면. 사회자와 수어통역사, 차별금지법 제정 음악을 만든 음악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의 비디오 아래로 수많은 참가자들의 작은 비디오 화면이 있다.]

 

저는 2주가 조금 넘는 농성 기간 동안, 온라인농성단 기술지원팀의 일원으로 농성장에 함께했습니다. 기술지원팀은 저를 포함한 총 3인의 활동가(연분홍치마의 넝쿨, 진보넷의 미루, 서인영의 고운)로 이루어졌는데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소회의실에 수많은 컴퓨터와 라인 등등을 잔뜩 가져다놓고 돈독한 2주를 보냈답니다. 소회의실은 이윽고 ‘골방’이라 불리우게 되었죠. 저희는 해가 져도 불 켜는 것을 까먹을 정도로 온종일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종종 “으악” 소리를 내며 온라인농성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날의 농성 주관 단위와 소통하고 소중한 농성 장면을 하나하나 저장하는 농성장 지킴이들의 맹활약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온종일을 보내고 나면 서로 무척 소중해질 수밖에 없었겠죠?

 

[사진2. ‘골방’의 풍경. 햇살이 들이치는 작은 공간이다. 노트북과 모니터 여러 대가 ㄱ자 테이블에 놓여있다. 기술지원팀 활동가들과 지킴이 활동가들이 화면을 들여다보고 손을 바삐 움직인다.]

[사진2. ‘골방’의 풍경. 햇살이 들이치는 작은 공간이다. 노트북과 모니터 여러 대가 ㄱ자 테이블에 놓여있다. 기술지원팀 활동가들과 지킴이 활동가들이 화면을 들여다보고 손을 바삐 움직인다.]

 

처음 계획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현장의 사건사고가 있기도 했습니다. 요즘 줌바밍(zoom-bombing)이라는 게 유행이라면서요?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몰려와 이상한 채팅으로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 적도 있었지만,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무지개 이모지와 평등을 외치는 구호로 채팅창을 도배하기도 했습니다. 이것 말고도 무슨 사고가 생길지 모르는 고도의 긴장 상태! 내가 혹시 방송국에 입사한 걸까,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 무엇도 (평등을 염원하는) 우리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온몸과 마음으로 느낀 덕분에 딱히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화면 송출에 집중하느라 소중한 발언 하나하나 집중해서 듣지 못한 게 아쉽지만, 다양한 이들이 다양한 언어와 방식으로 차별에 맞서고 평등을 염원하는 시간 속에 있다는 것은 정말 귀하고 영롱한 경험이었어요. 때로는 차별의 이야기에 함께 화를 내기도, 때로는 혐오에 맞서는 재치에 깔깔 웃기도, 때로는 평등을 바라는 절실한 마음에 같이 울기도 했네요.

 

뜨거웠던 온라인농성도, 기술지원팀의 활동도 끝났지만(아, 평가회의가 남아있군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는 아직 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열흘하고도 나흘을 저마다의 색채로 칠하는 동안 국회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평등’은 더이상 합의의 영역이 아닙니다. 원래부터 아니었죠. 그럼에도 차일피일 미루며, “나중에”와 “사회적 합의”를 거들먹거리며 차별금지법 논의조차 두려워하는 국회! 우리의 온라인농성이,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투쟁이 그 두려움을 이제 그냥 꿀꺽 삼켜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잘근잘근 씹어서 퉤! 하고 뱉어야겠어요.

 

[사진3. 온라인농성 동안 열심히 일해준 서울인권영화제의 ‘왕왕컴’을 다시 사무실로 옮겨주는 중. 천으로 둘러싼 컴퓨터 본체를 끌어안은 고운이 승합차 안에 꾸깃꾸깃 앉은 채 웃고 있다.]

[사진3. 온라인농성 동안 열심히 일해준 서울인권영화제의 ‘왕왕컴’을 다시 사무실로 옮겨주는 중. 천으로 둘러싼 컴퓨터 본체를 끌어안은 고운이 승합차 안에 꾸깃꾸깃 앉은 채 웃고 있다.]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염원하는 마음도, 골방에서 있었던 수많은 추억들도 더 구구절절 적고 싶지만, 안 그래도 늦어진 원고 마감을 더욱 늦추고 있는 것 같아 이만 글을 줄이려 합니다. 온라인농성의 기록은 https://nongsungon-equalityact.kr/에 남아있으니 찬찬히 둘러보시고요. 그럼 구호 한 번 외치고 마칠까요?

 

차별 박살! 혐오 파괴!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제정하라~ 제정하라~ 제정하라~

 

[사진4. 온라인농성 마지막 13일차, 기술지원팀 발언 중인 고운의 비디오 화면. “차별 박살 혐오 파괴 평등 염원”이 적힌 부적 모양 가상배경을 하고 있다.]

[사진4. 온라인농성 마지막 13일차, 기술지원팀 발언 중인 고운의 비디오 화면. “차별 박살 혐오 파괴 평등 염원”이 적힌 부적 모양 가상배경을 하고 있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