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서울인권영화제 국내작(공모작) 선정을 마치며

25회 서울인권영화제 국내작(공모작) 선정을 마치며

25회 서울인권영화제 국내작(공모작) 선정을 마치며

 

2022년 서울인권영화제는 25회를 맞이하며 공모를 통해 총 70여 편의 국내작을 만났습니다. 이번 공모에는 출품 자격에 ‘장애인접근권 실현을 위해 노력하며 한글자막이 있는 작품’을 추가하였습니다. 지난 2020년 24회 서울인권영화제 공모보다 확연히 줄어든 공모작 수에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글자막이 영화의 기본적인 요소로 자연스럽게 있는 작품들을 농인/청인 활동가 구분 없이 함께 심사하며 지금, 여기의 인권을 실천하는 데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예년보다 더 오랜 시간 깊은 논의가 필요할 정도로 작품마다의 무게가 무거웠습니다. 13명의 활동가가 3개월간의 숙고를 거쳐, 오는 9월 마로니에공원에서 개최될 25회 서울인권영화제 상영작(국내작)으로 선정한 인권영화는 총 10편입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사회의 차별과 배제를 드러내는 와중에도, 거리에서 쫓겨난 이들이 다시 거리로 나와 싸우고, 우리 삶의 불평등과 혐오를 말하며 기나긴 싸움을 거듭해왔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여전히 차별금지법에조차 길을 터주지 못하고 있으며 새로운 정부는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듯 차별을 차별이라고 말하지조차 않습니다. 25회 서울인권영화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광장으로 나가 영화제를 여는 의미를 되새기며, 서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들을 만나게 하는 영화를 찾고자 했습니다. 작품을 상영하며 어떤 이들을 초대하여 무슨 이야기를 엮고 이을 수 있는지 논의했습니다. 온전한 정답을 내리지 않더라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만날 때, 소수자의 ‘있음’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힘’을 보여주는 작품을 만날 때, 개인의 서사로부터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고민하게끔 만드는 작품을 만날 때 모두가 환영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투쟁의 현장을 담은 영화들을 많이 만나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인권의 서사는 어디서든 이어져야 함을 다시금 떠올리며 그 기록에 서울인권영화제도 힘이 되어야 함 역시 다시금 되새깁니다. 또한 필요한 주제나 소재를 담고 있는 작품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시선과 해석이 중요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소재나 배경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은 특히 많은 논의가 필요했습니다. 감염병이 사회적 재난으로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으나, 아쉽게도 상황을 보여주는 데서 더 나아가는 작품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소수자 정체성이 소재가 되는 작품 또는 당사자가 제작의 주체인 작품 역시 논의를 거듭하며 정상성의 시선에서 소수자를 호명하고 있지 않은지 물음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재현 윤리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작품들 또한 있었습니다. 주목이 필요한 현장일지라도 비참함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피사체와 관객, 그 사이의 관계성을 고민하여 표현한 작품을 찾고자 했습니다. 한편 광장이라는 공간의 특성 상 상영이 어려운 작품에는 큰 아쉬움이 따랐습니다.

 

이러한 논의를 쌓아가며 앞으로 이어나가야 할 질문 또한 보였습니다. 영화와 인권의 의미가 점차 확장되는 지금, 서울인권영화제에게 ‘인권영화제’란 무엇인지, 영화로 인권운동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습니다. 또한 ‘좋은 영화’를 찾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질문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가 작품을 해석하고 프로그래밍할 때, 그 작품이 인권영화로서 관객의 삶과 만나고 투쟁의 현장과 맞닿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상영활동의 책무임을 믿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가 광장에서 나누게 될 이야기와 작품 사이에 먼 거리가 생기지 않도록, 이야기의 씨앗을 쏘아올리는 영화를 발굴하는 것 역시 중요했습니다.

 

25회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은 앞으로 더 깊고 진한 고민과 논의를 거치며, 연대를 도모하고 확장하는 광장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그 어떤 좋은 영화일지라도 이미 인권영화로서 완성된 작품은 없다고 믿습니다. 작품이 사람과 만나고 삶과 연결되며 현장과 연대할 때, 그렇게 우리가 모이고 싸울 때 비로소 인권영화가 되고 인권영화제가 된다고 믿습니다. 소중한 작품을 공모해주신 모든 출품인께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인권의 현장을 기록하고 영상/영화로 연대하는 이들과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2022. 6. 8. 

서울인권영화제

 

25회 서울인권영화제 국내작(공모작) 상영 확정 (가나다순)

▲ 2차 송환⎮김동원⎮2022⎮30’⎮다큐멘터리

▲ 기다림⎮섹 알 마문⎮2020⎮60’⎮다큐멘터리

▲ 명:우린 같지만 달라⎮김규림, 김민교, 박혜진⎮2021⎮23’48”⎮다큐멘터리

▲ 멜팅 아이스크림⎮홍진훤⎮2021⎮70’⎮다큐멘터리

▲ 빠마⎮섹 알 마문⎮2021⎮30’⎮극영화

▲ 섬이 없는 지도⎮김성은⎮2021⎮91’⎮다큐멘터리, 실험

▲ 싸우는 여자들⎮박지혜, 이은혜⎮2021⎮34’50”⎮다큐멘터리

▲ 애프터 미투⎮박소현, 이솜이, 강유가람, 소람⎮2021⎮86’⎮다큐멘터리

▲ 오시카무라에 부는 바람⎮김명윤⎮2021⎮87’⎮다큐멘터리

▲ 코리도라스⎮류형석⎮2021⎮87’⎮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