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해요, ‘소수자의 날’ ‘반전평화의 날’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07/05/12
영화제 3일째인 5월 20일은 '소수자의 날', 마지막 날인 5월 24일은 '반전평화의 날'로 정해봤습니다. 관련한 주제의 영화를 하루 종일 상영하면서 관객과 만든 사람들 그리고 활동가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공감과 연대를 확산시키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소수자의 날'(5월 20일)
이 날 초대되는 작품들은 이주노동자(), 한센인(), 재일조선인(), 성전환자(), 동성애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여수외국인 보호소에 불이나 10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숨졌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이들은 등록되지 않으면 '죄인'취급을 받고 쫓기고 갇히기 일쑤입니다. 그러다 이렇게 허망하게 죽기도 하구요. 노동을 팔아 먹고 살아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유랑하며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화 는 가난한 중국여성이 영국으로 밀입국해 각종 저임금 노동현장을 전전하다 영국 해안마을에서 밀물이 몰려오는 것도 모른 채 조개잡이를 하다 죽을 뻔한 이야기입니다. 2004년 2월 영국 모캄베이 해변에서 23명의 중국이주노동자들이 사망한 실화를 드라마로 만든 것입니다. 그 현장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이주노동자 에이 퀸이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연기했습니다.
동성애자들이 합법적 부부로 인정받는 것은 멀고도 험한 일입니다. 동성애를 죄악시하거나 낯선 것에 대한 일종의 훔쳐보기와 같은 시선은 동성애자들의 인간답게 삶 권리를 억누르는 아픈 현실입니다. (낸시 니콜/2005/캐나다/다큐/68분)는 동성애자들이 사회적으로 배척당하지 않고 당당한 인간으로 인정받게 된 투쟁의 과정을 힘 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캐나다 퀘벡주에서 2002년 동성애 부부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시민결합권이 통과되었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양육권까지 보장받았습니다. 이런 일이 어느날 로또처럼 갑자기 찾아왔을까요? 수많은 레즈비언, 게이활동가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연대한 변호사, 신부 등의 용기 있는 행동과 꾸준한 실천이 아니었다면 이와 같은 '인권의 역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먼 나라 이야기이지만 우리에게 꿈을 주는 실화입니다.
동성애자들의 힘찬 투쟁과 함께 '성전환자'의 그늘진 삶에도 스크린은 함께 합니다. 성전환 트랜스 젠더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정상이 아닌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내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꿈틀대고 있습니다.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라는 단체를 아시나요? '성전환자성별변경관련법'에 대한 제정 운동이 지속되고 있는 걸 아시나요? 성정체성과 관련된 권리의 향유는 이들에게 목숨과도 같은 것입니다. 영화 (알베르토 벤데미아티/2005/이탈리아/다큐/87분)은 성전환자들이 겪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심도 깊고 밀착된 카메라의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이들은 '비정상적 성'이 아니라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김명준/2006/다큐/80분)에서는 어떤 소수자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일본에서 재일조선인들은 사상과 문화 모두 이질적인 사람들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민족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게 가장 큰 목표인 이들은 일본인으로 스며들어 살라는 요청을 거부한 사람들입니다. 그 때문에 차별과 억압 심지어는 어린 소녀들이 우익들의 협박까지 받고 있습니다. 나치가 유태인들을 게토화하고 미국 사회에서 흑백분리정책을 활용해 흑인들을 이등시민으로 만들었던 것과 다 같은 맥락입니다.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우토로(일본강제징용인들과 그 후손들의 지역공동체)가 겪었던 탄압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재일조선인 학교의 모습은 공동체의 활기가 가득하다고 합니다. 그들의 다른 삶도 인권영화제에서 만나실 수 있겠네요.
한센인들이 복권된 건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에이즈 환자가 현재 그렇듯이 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은 '문둥이'라며 공포와 죄악을 천형처럼 짊어지고 살아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제대로 치료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병에 대해 국가(사회)가 저지른 범죄행위는 끔찍합니다. (박정숙/2006/다큐/78분)는 평생 한센인이라는 낙인 때문에 잃어버렸던 인간다운 삶에 대한 회고를 한 할머니의 인생사를 통해 보여줍니다.
* 을 상영 후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성전환자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반전평화의 날'(5월 24일)
20세기 이후 인류의 최대 가치는 평화일 것입니다. 평화를 위한 국제적 약속과 공동의 행동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전 세계가 단 하루라도 전쟁 없는 평화의 날이 있었을까요? 전쟁은 인간의 모든 권리를 잿더미로 만드는 인권의 무덤입니다. 전쟁이 하루라도 멈추지 않는다면 지구상 어딘가에는 인권의 무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권영화제에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상영된 작품 역시 '전쟁과 분쟁'에 대한 영화입니다.
최근에 가장 많은 상영목록을 지닌 작품은 '이라크 전쟁'입니다. (제임스 롱리/2007/미국/다큐/94분)는 짧은 외신으로 파악할 수 없는 전쟁 이후의 이라크를 알려줍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전쟁을 일으킨 부시 정권이 이라크에 선사한 건 죽음, 가난, 인간성에 대한 배반 그리고 종파로 인한 분열 뿐입니다. 아버지를 잃은 11살의 소년가장, 중산층의 대학생을 통해 전쟁이 남긴 것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특히 터키 정부의 탄압으로 인해 등이 꺾여 살고 있는 유랑민족 쿠르드 인들은 이라크 북부를 차지했습니다. 그들에게 전쟁은 그리고 미국은 누구일까요?
팔레스타인 소식도 있습니다. 텔아비브 인근에 있는 팔레스타인 땅 블레인에서는 저항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곳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쫓아버리고 이스라엘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분리장벽을 설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로 농사를 짓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올리브 나무는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분리장벽을 설치하기 위해 수백년된 올리브나무를 자르고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합니다. 농민들은 올리브나무에 쇠사슬을 묶고 격렬하게 저항합니다. 이들의 저항에는 동지들도 있습니다. 주로 이스라엘과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아나키스트들인데 이들은 농민들과 함께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이스라엘 군인들과 맞섭니다. (샤이 카멜리 폴라/2005/팔레스타인/다큐/84분)은 만든 이가 이 행동에 동참한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전쟁은 아닐지라도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 수 십년을 농사짓고 살아온 대추리 도두리 농민들이 자기 땅에서 쫓겨났습니다. 최첨단 무기와 초호화판 시설의 미군기지를 짓기 위해 농민들이 논밭에서 쫓겨나야 했던 것입니다. 대추리에 들어가서 그곳 주민들과 함께 하면서 매일매일 들소리 방송을 만든 를 통해 주민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권리를 희생하면서 내놓은 땅에 들어선 미군기지가 동북아의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요? 수 십년을 미군기지 반대 운동을 하며 살아온 일본 오키나와 지역주민들은 평화는커녕 전쟁의 먹구름만 잔뜩 드리울 게 뻔하다고 답합니다. 지역 케이블 방송이 만들어서 반향을 불러일으킨 (고바야시 에우시/2006/일본/다큐/46분)는 주민들의 다양한 반기지 운동(해상시위, 해안집회, 기지찬반투표 등)을 통해 미군기지가 평화의 훼방꾼이라는 점을 드러냅니다. 2006년 멕시코의 와하까 지역에서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신자유주의 정부 정책은 농민을 비롯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하루 하루가 전쟁 같은 일상입니다. 지역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공공성 실현을 요구하며 나섰는데 정부는 총을 동원해 이들을 탄압했습니다. 심지어는 죽은 사람들도 있지요. 한국 활동가들은 지난해 와하까가 멕시코의 대추리라며 이들과 연대하는 투쟁을 하기도 했습니다.
* 상영 후 이라크 반전운동, 팔레스타인 평화운동, 반미군기지 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현장 활동가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