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제 12회 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제8호'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08/06/27
영화제 공지
활시위는 팽팽히 당겨진 채로
무사히 마쳤으나, 언제 곪아 터질지 모르는 문제
개막 4일째인 6월 2일(월)부터 서울 대학로에는 낮이고 밤이고 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국가 권력에 맞서 거리로 나온 인권영화제에게 궂은 날씨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쏟아지는 비는 오히려 인권영화제에게, 비를 피해서 영화가 상영중인 마로니에 공원 TTL존으로 들어오는 시민들과 만날 기회를 선사했습니다.
7일간 국내작 14편, 해외작 15편으로 총 29편의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미디액트 실내상영까지 합해서 약 3천여명의 관객이 다녀갔습니다. 낮부터 계속된 사전행사에는 반차별공동행동,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전쟁 없는 세상, 노숙인인권과복지를실천하는사람들 등이 신자유주의 반대의 날, 반전평화의 날, 반차별의 날 등의 당일의 주제에 맞추어 결합했습니다. 영화 상영 1시간 전부터 해가 지기를 기다리는 사전마당 무대에서는 캐비넷싱얼롱즈, 돕, 연영석, 꽃다지, 루드의 상상력 등의 공연이 축제 분위기를 돋우었습니다. 가까이의 또 다른 거리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한 반대의 촛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무대 위에 섰던 가수들,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 영화제를 찾은 감독들 대부분은 매일 밤 영화제가 끝난 후에는 촛불시위가 계속되는 광화문 앞 거리에서도 서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인권영화제는 개막식이 열리는 5월30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관할 구청으로부터 공원사용허가를 받지 못했었습니다.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스크린을 걸 때 구청 쪽과의 충돌까지 사전에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했지만,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 의하면 일몰 뒤 집회는 불법이기 때문에 오후 8시 이후 이뤄질 문화제 형식의 상영도 안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제 1회나 2회 인권영화제 시절처럼, 철거 압력이나 물리적 충돌, 어마어마한 과태료, 관련자 연행 등등의 탄압의 재연도 감당하리라 생각했습니다. 매일밤 인권활동가 두명이 교대로 상영장비를 지키며 천막에서 노숙을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인권영화제 거리상영은 조용히 치러졌습니다. 마로니에 공원 관리소와 화단 관리나 환경 정화 등의 일상적인 다툼이 오고 갔지만, 지난 겨울 노들장애인야간학교의 천막수업 장소로도 사용되었던 장소이고 인권영화제와의 정면충돌도 원하지 않았던지 별다른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등급심의와 표현의 자유 문제를 세상에 알리려 했던 인권영화제로서는 아쉬움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거액의 과태료가 언제 부과될 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활시위는 그대로 당겨친 채입니다.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보여지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날을 위해, 인권영화제는 다시 다음 영화제를 준비합니다.
2008 올해의 사진 15선
사진으로 보는 제12회 인권영화제
5월 30일, 개막식을 찾은 수많은 관객들
캐비넷 싱얼롱즈의 개막 공연
만화가 김대중의 걸개그림
개막작 '파벨라 라이징, 빈민이여 노래하라' 상영 중
5월 31일 마로니에 공원,환자권리주간 의료보험민영화반대서명운동 중
'사고 파는 건강' 상영 중
5월 31일 미디액트, 감독과의 대화 중
'세리와 하르' 의 장수영 감독과 세리 아버지 역의 홍석연씨
6월 1일 미디액트, 관객 심의
6월 2일, 이주노조의 피켓 전시
6월 3일, '표현의 자유 확대와 영비법 개정을 위한 공동행동' 문화연대 이원재 활동가의 라디오스테이션 '표현의 자유 ON AIR'
6월 3일, '노숙인인권과복지를실천하는사람들'의 거리발언과 용산지역쪽방철거반대서명운동
6월 4일, 비오는 날, 우산 속 인권영화제와의 첫 만남?!
티셔츠와 해설책자 사세요오~
6월 5일 폐막식, 자원활동가 무대 인사
루드의 상상력의 폐막 공연
인권영화제 관객인터뷰:"세리와 하르를 보러온 조경구씨"
인권영화제는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24일 미국산 소고기반대집회하는 날, 청계광장을 지나는데 영화제 팜플렛을 나누어주더라구요. 저희가 영화모임을 하고 있어요. 친구들하고 같이 영화 개막식에도 잠깐 갔었는데, 너무 늦어서 영화는 못보고 왔어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가 보통 시도하지 않는 걸 많이 시도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영화제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특별히 세리와 하르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제가 사는 곳에서 이주노동자분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보기에는 이분들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를 떠나서 그냥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일하러 온 것은 똑같을 텐데 합법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잡혀가는 사람도 있고 남아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더라구요. 정부가 합법, 불법을 떠나서 사람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세리와 하르를 보시고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세리랑 하르의 입장이 다르잖아요. 둘 다 부모님이 외국인인데도 불구하고, 세리는 합법이고 하르는 계속 도망을 다녀야 한다는 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 친구이고, 결국에는 화해를 하는, 그게 참 좋았어요.
앞으로 남아있는 인권영화제 작품들을 보시러 오실 건가요?
아, 제가 인권영화제 정보를 자세히는 몰라서. 만약에 정보가 있다면 계속 참여하고 싶어요. (그래서 울림은 조경구씨에게 브로셔를 전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