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 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7호] 영화제 D-3, 청계광장에서 만나요~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09/06/02
1. 인권영화제를 후원해주세요
2. 작품소개
3. 인터뷰 - 장호경 감독
4. 작품소개
5. 인터뷰 영상- 김환태 감독
6. 작품소개
7. 인터뷰 영상 - 박홍준 감독
8. 작품 소개
9. 알고보면 더 잘보이는 영화
10. 3일을 위해 달려온 3개월의 시간
11.
화장실에 들어가면 내게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
12. 국경은 없다 - 김환태 감독
13. 소년마부 - 박홍준 감독
청계광장 인권영화관을 세우는데 힘을 보태주시길 조심스럽게 요청 드립니다.
낮부터 상영해야 하는 조건(청계광장 사용은 최장 3일만 승인) 때문에 어느 해보다 재정 부담이 많습니다. 청계광장 사용료/ 무대/ LED설치/ 음향/ 발전차 등 영상을 위한 설치비용만 대략 2천만원이 필요합니다.
인권영화제는 인권운동사랑방 재정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권영화제는 14년 동안 '누구나'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입장료를 받지 않고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비영리 영화제입니다.
인권영화제는 정부와 자본 등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지킵니다. 더불어 물질에 대한 유혹에 침수당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고단함도 감수해야 한다는 운동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원칙을 지키기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영화제라는 큰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무료상영 원칙을 지키는 당당하고 야무진 인권영화제를 만들 것입니다.
국민은행 031601-04-060269 인권운동사랑방(인권영화제)
농협 029-01-223582 인권운동사랑방
■ 문의: (02) 313-2407
■ E-mail: hrfilmfestival@empal.com
■ 홈페이지: http://www.sarangbang.or.kr/hrfilm/
작품소개
- (장호경/2009/다큐/60분)집부자 10명이 5,508채의 집을 소유하고 전체가구의 0.5%가 사유지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건설재벌과 지주들을 배불리는 투기와 막개발에 떠밀려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만 하는, 하지만 그 곳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감독은 대표적인 철거지역인 상도4동, 왕십리 1구역, 용산4가동 개발과정을 통해 화려하게 포장된 뉴타운, 재개발 정책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며 이 개발의 질주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묻고 있다.
사람을 위한 개발이 필요합니다! (이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는 어떻게 만들어진 영화인가요? 용산 사건이 있은 날 아침에 사람들에게 문자가 오기 시작했어요. '용산에서 몇 명이 다쳤고, 명이 연행되어.......'와 같은 문자들이 막 오는데 되게 멍했습니다. 그날 빈곤사회연대와 같이 용산으로 갔습니다.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겉핥기식으로 보도하더라고요. 기존의 개발 문제의 본질 , 용산 문제의 핵심을 빠뜨리고 사망자 수나 폭력진압 등의 문제에만 관심이 집중이 되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빈곤진영이 갖고 있는 개발에 대한 문제점 빈곤당사자, 철거민들이 갖고 있는 재개발의 문제점 , 이런 것들이 다 녹여있는 영상을 만들어보자는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하게 되었어요. 은 현장에서 필요한 영상물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결과물입니다. 감독님은 오래 동안 빈곤에 관심을 두고 관련 영상 활동을 해오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요? 제가 활동하는 빈곤사회연대 내에서 2005~6년 주거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겨나면서 저도 함께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주거권 문제에 대해 다가갈수록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 깨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철거민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서만 투쟁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철거민들의 투쟁이 별 의미 없다고 느낀 적 도 있어요. 하지만 직접 철거민들을 만나보고 지금 주거권 운동이 그런 형태로밖에 갈 수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강제 철거의 문제를 개발을 위한 필요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감독님은 개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바람직한 개발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철거촌에 가보면 아시겠지만 그곳의 주거 환경은 정말 열악합니다. 상도동 같은 곳은 거의 판자촌이고, 왕십리도 낙후된 곳이죠. 이런 것을 보면 개발을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런데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하고 있는 개발이 원주민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 그 곳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내쫓고 그 공간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그곳의 시장 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현재의 개발입니다. 저는 그런 의미의 개발에는 반대합니다. 사실 개발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기반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곳이 개발이 되어서 쫓겨나면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요. 여기서 쫓겨나 겨우 서울시내에서 싼 집을 구하게 되면 또 그곳이 개발되고 그래서 또 싼 집을 찾아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이처럼 동시다발적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서울시내에 싼 집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싼 집이 없어지니까 서민들은 자꾸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어요. 저는 원주민이 정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곳에 살고 있는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주택들도 많이 공급되어야 하고요. 개발에 의해 직접 영향을 받을 세입자들이 개발에서 배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는 개발이 지주 중심, 가옥주 중심의 개발이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세입자들은 개발의 과정에서 아무런 권리도, 정보도 얻을 수 없습니다. 이주비용, 등의 보상 개념으로만 있을 뿐이죠. 왕십리에서 하는 투쟁이 이번에 제도적으로 세입자들의 권리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아직 힘듭니다. 용산참사의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등은 아직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알려주세요. 국민참여재판을 하겠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검찰 쪽에서 60여명의 증인을 대면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소화하기가 힘들어 못하게 되었습니다. 일반 재판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현장에서는 개발을 막는 투쟁이 진행 중입니다. 용산뿐만 아니라 다른 철거 현장에서도 촬영하신 적이 있을 듯한데 용역깡패들과 직접 맞부딪친 적이 있는지, 그때의 느낌이나 고민들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학교 다닐 때는 그런 경험이 많았습니다. 철거촌에 같이 연대해서 들어갔을 때 용역을 만나서 싸우고 맞기도 하고 그랬는데 카메라를 들었을 때는 그런 적이 없었어요. 제 영화에 의용역 등장하는 장면들은 다 주민 분들이 촬영하신 것입니다. 사실 카메라가 있다고 해도 용역들이 빼앗고 부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행위들은 불법이 많죠. 폭력 상황에서 경찰들이 오면 오히려 경찰들이 용역들을 비호해 줍니다. 주민들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으면서 많이 투쟁에 나서게 됩니다. 예전 용역의 경우는 철거촌뿐만 아니라 노점상 그리고 공장의 구사대 같은 곳에 많이 투입이 되었습니다. 그런 용역 업체의 폭력성, 불법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서도 꾸준히 이야기 되어왔고요. 용산사건이 크게 터지면서 이슈화 되었지만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닌 것이죠. 언론 탓인지 전철연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도 많은 듯합니다. 감독님이 영상 활동을 하면서 만난 전철연의 모습은 어땠는지요? 다양한 철거민들의 연대가 있는데요. 그중 전철연은 순환식 개발(재개발시 한꺼번에 철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비구역 내외에 임시 주거단지를 마련하여 개발이 끝나면 원래의 주거지로 재정착 할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을 말한다)을 요구하는 단체입니다 전철연의 활동이 폭력적이며 독선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철거민 문제의 본질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은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현장에서 밝게 영화를 하고 싶어요. 또한 실제 운동하시는 분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싶기도 하구요. 투쟁을 좋은 방향으로 확장시키는, 많은 사람들의 연대를 부르는 계기가 되는 영화를 하고 싶습니다. 투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카메라에 담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인터뷰: 영은, 성기, 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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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 (김환태/2009/다큐/64분) 집단 자결을 강요받고 학살까지 당한 오키나와 사람들. 국가공권력에 의해 수만 명을 학살로 떠나보낸 제주도민들. 가깝고도 먼 두 섬 주민들은 지울 수 없는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 영화는 제주도와 오키나와의 슬픔의 현장을 더듬으며 전쟁과 공권력의 참상 앞에 '국경은 없다'고 외친다. 인터뷰 영상 - 김환태 감독(인터뷰 전문 내용은 울림 제일 밑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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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준/2009/극영화/44분 30초)
고등학생 주인공은 노점상투쟁 중 분신을 시도해 병원에 입원중인 아버지를 대신해서 노점상에서 떡볶이를 팔고 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노점상은 철거된다. 학교 대신 민원실을 드나드는 주인공의 참담한 일상은 계속 이어지는데... 인터뷰 영상 - 박홍준 감독
(인터뷰 전문 내용은 울림 제일 밑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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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아이작 아이시탄 Isaac Isitan/ 캐나다/ 2008/ 88분) 전례 없는 자본 유출로 실직자가 된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에게 법원은 계속 일하고 싶으면 기업주가 진 빚을 떠맡으라는 판결을 내린다. 빚을 갚지 못할 경우 공장이 국가재산이 되는 상황 속에서 의복공장 'Brukman'의 노동자들은 생산 현장에 복귀하며 새로운 실험에 눈뜨게 되는데. 지역사회에 대한 헌신과 민주적인 운영 시스템으로 노동자들의 가슴에 꿈을 심어준 경이로운 이야기. 알고보면 더 잘보이는 영화
전태일이 꿈꿨던 공장의 현실화 - 브루크만 공장 브루크만은 아르헨티나에 있는 방직공장이다. 현재 노동자들이 서로 협력하여 직접 공장을 경영하고 있다. 마치 전태일이 꿈꿨던 이상기업체와 같다. 전태일의 이상기업체는 하나의 실험이었다.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악조건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은 자본가가 벌어들이는 이익이 별로 없어서가 아니라 자본가가 이익을 독점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실험의 현실화가 브루크만 공장이다. -준식 |
추운 날씨, 어두운 하늘, '제미니네 슈퍼' 옆 사랑방으로 향하던 오르막길. 제가 처음 사랑방에 가던 날의 풍경입니다. 전 아직도 그 날이 어제 같아요. 그러던 중, 지난 번 정기회의를 하러 사랑방에 가는데 날도 따뜻하고, 아직 해도 떨어지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오르막길 올라가는 데 이전에 비해 숨이 안 차는 거예요. 그 때 실감이 났죠.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구나. 영화제 일을 하다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갑니다. 좋은 시간은 언제나 빨리 지나간다는 점에 미루어보면, 그만큼 제가 이 보고 듣고 배우는 시간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일주일만 지나면 영화제가 끝난다니... 전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말이에요. 그러고보니 죄송할 따름입니다. 정말 별로 한 일이 없네요. 활동한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요. 하지만 전 뻔뻔해서 활동한다고 꿋꿋이 말하고 다녀요. 자랑스럽거든요.
영화제가 3일 남은 이 시점에서 소박한 바람을 딱 하나 뽑자면, 영화를 상영하는 청계광장의 3일 동안 3개월의 시간이 온전히 녹아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정도에요. 하늘이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즉,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고요. 그리고 소박하지 않은 바람을 딱 하나 뽑자면, 영화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가 사람들의 마음에 닿아서 묵직하게 울렸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울림을 위한 3개월의 시간이 더욱 더 가치롭게 빛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물론 지금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요.)
-연주
'아, 내가 왜 그 때, 그 표현을 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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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들어가면 내게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익숙한 편이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상당한 기행(奇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떠어떤 것들 때문에 주목을 끌었는지 하는 이야기는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다만 고등학교 때 청소년인권운동을 시작한 이래로는, 거의 전교에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시라.) 게다가 나의 평상복은 생활한복이 90% 이상에다가 머리는 꽤 긴 편이라서, 어차피 어느 정도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을 때는, 무슨 눈에 띄는 거리 퍼포먼스 같은 거 할 때를 제외한다면, 바로 치마를 입고서 돌아다닐 때다. 나한테는 치마가 세 벌 있는데, 한 벌은 고등학교 때 친구가 선물한 건데 소화하기가 좀 난감해서 입고 다니지 않고 있고, 주로 입는 것은 청치마와 인도풍 치마이다. 청치마에는 위에 보라색 무늬의 남방을 주로 입고, 간혹 하얀 생활한복과 맞춰 입기도 한다. 인도풍 치마는 방울이 달린 녹색 치마인데 하얀색 인도풍 상의와 세트여서 같이 입는다. 인도풍 치마 쪽은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나있는 모양새라서 추위를 잘 타는 내가 입고 다니긴 좀 춥다. 그래서 주로 청치마 쪽을 자주 입게 되는데, 나 자신도 부담스러운 내 다리털들은 무릎양말로 가린다.(한때 다리털을 밀어보았으나 밀어도 밀어도 끝이 없는 다리털들에 포기하고 그냥 무릎양말로...) 내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하는 남성으로 분류되어 있는데다가 외모도 그렇게 여성 같진 않기에(최근에 파마를 했는데 좀 더 여성 같을지도 모르겠다.) 치마를 입고 돌아다니면 아무래도 사람들 눈에 확 띄나보다.
음? 왜 치마를 입냐고? 글쎄... 사실 나도 그렇게 듣는 이가 만족할 만한 답변을 제시해 줄 수는 없다. 남성은 치마를 입을 수 없는 사회적 규범과 고정적인 성별 규범에 대한 반감이 치마를 입는(그리고 머리를 기르는) 이유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사실 그렇게 의식적으로 '여성의 옷인 치마'를 입는다고 생각하고 코디하는 건 아니다. 그럼 내가 '크로스드레서'냐 하면,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게 나는 속옷이나 디테일한 부분까지 이 사회에서 여성이 입는 것으로 분류된 복장으로 맞추지는 않으며, 그냥 치마를 입을 뿐이다. 그건 뭐랄까, 마치 "왜 생활한복을 입습니까? 민족주의자입니까? 전통문화나 예술 관련 일을 하십니까? 동양철학 전공자십니까?" ... 같은 질문들을 받는 느낌과 비슷하다. 치마든 생활한복이든 그냥 내가 찾아낸 편하거나 예쁜 패션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나. 사람들에게 "왜 청바지를 입습니까?"라고 묻는 일은 별로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좀 짜증도 나는 노릇이다.
여하간 치마를 입고 다니다보면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많다. 일단 시선 집중은 기본이고, 한 번은 지하철에서 어느 6~8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분이 "엄마 저 사람은 남자야, 여자야?"라고 큰 소리로 물어보자, 그 여성의 모친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쉿!"이라고 하며 혼을 내셨다.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랑 얽히면 안 돼."라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보면서 혼내진 않으셔도 되는데 말이지. 물어볼 수도 있지 뭘 그리 과민반응 하셨던지.... 또 한 번은 교육부 앞에서 교사단체인가 교대생들인가가 하는 집회를 갔는데, 다른 단체 사람이 "아저씨 팬티 보여서 민망해요, 앉아 있지 말아요."라고 해서(그때 난 그래도 나름 다리를 오므리고 얌전히 앉아 있었는데!) 상당히 모멸감을 느낀 적도 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되며 동시에 스스로도 좀 곤란할 때는 화장실에 갈 때다.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시선 집중은 피할 수 없고,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도 종종 보게 된다. 치마를 안 입었을 때도 머리가 길어서 그런지 흠칫흠칫 놀라며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시는 분들(어째서인지 대개가 나이가 좀 많은 분들이다. '머리 긴 남자'가 익숙하지 않은 건가?)이 좀 있는데, 치마를 입고 들어가면 부담스럽고 미안할 정도로 놀라시는 분들도 종종 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일부러 참고 공중화장실은 안 가기도 한다. 여자 화장실을 들어갈까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지만 그랬다가 경찰서에 끌려갈까봐 그건 무서워서 못하겠다. 그래서 나는 여/남으로 구별된 화장실 체제에 반대하는 트랜스젠더인권단체의 주장을 적극 지지한다. 내가 내 개성이자 정치적 문화적 실천으로 치마를 입기로 한 이상 어느 정도 쏟아지는 시선들은 각오하고 견뎌내야 할 문제겠지만, 화장실에서의 문제는 정말 견뎌내기 어렵다.
표현의 자유는 단지 특정한 내용의 표현들(흔히 생각하기에는 '정치')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고전적인 경구를 다시 상기시키자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고 정치적인 것이 개인적이다. 어떤 정책이나 정치인, 정당 등에 대한 발언 뿐 아니라 두발복장자유나 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표현들 또한 표현의 자유가 적용되는 영역이며, 그 모두가 인간의 자기표현으로서 가치가 있다. 내 치마 코디는 기존 성별 규범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점에서도 그리고 그냥 나의 개성적 패션이라는 점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치마 입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거나 탄압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너무나 견고한 '상식'들과 여러 가지 구조들이 나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은 제법 분명하다. 최근에 미국인가 어느 나라에서는 차별금지법에 "sexual expression", 즉 성적인 외모/복장/자기표현 등에 대한 차별도 금지하는 조항을 넣었다는 소문도 들리던데, 제대로 된 차별금지법조차 없고 성별 고정관념도 제법 견고한 이 땅에서는 아직 요원한 일인 듯하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머리 기르는 것만 가지고도 온갖 잔소리를 하며 군대 가라고 하는 친척들에게 치마 입은 모습을 보여주면 얼마나 난리가 날지...;
마침 오늘, 이제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또 치마를 입고 돌아다닐 수 있겠지, 하면서 서랍에 넣어둔 치마를 세탁기에 던져 넣었다. 혹시 나중에 인권영화제 등에서 이 글을 읽은 분들이 나를 볼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 공현
-평화운동에는 국경이 없어야 합니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2005년에 원폭 피해자 분들을 만나면서 일본 분들과 교류가 좀 있었어요. 그 다음해에 한국에서 '스톤워크'라는 행사가 있었어요. 스톤워크는 원래 미국 시민단체가 원폭 투하 사죄 의미로 일본에서 했던 것인데, '스톤워크 코리아'는 일본 사람들이 한국을 침략했던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1톤짜리 비석을 끌고 한국을 도는 거예요. 그 때 만났던 시민단체 사람들과 함께 그런 평화 활동들의 연장으로 제주도와 오키나와를 둘러보는 평화순례를 하게 되었고요. 이 영화도 평화순례의 일정의 하나로 만들어졌습니다. 감독님의 작품들은 평화와 전쟁, 국가의 폭력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감독님이 갖고 계신 '국가관'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분들을 만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어요. 그 친구들을 계속 만나다보니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군대와 전쟁에 대한 문제로 확장이 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국가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니, 국가는 매우 폭력적인 존재더라고요. 국가는 언제나 정당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하죠. 그러다보니 국가 외의 것들은 정당하지 않은 것들로 보게 되고, 국가는 무시무시한 권력을 행사하게 돼요. 저는 기본적으로 국가를 부정하고 싶고, 국가라는 존재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렵다면, 국가가 힘을 빼고 선한 얼굴을 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의 개인적인 군대경험의 영향은 있었나요? 그렇진 않아요. 전 군대를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사회적으로 여호와의 증인이 이단이라고 낙인찍혀 있는데, 저도 막연히 만나보지도 않고 이상한 사람들로 취급했던 기억이 있어요.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여호와의 증인들을 만나면서, 그 기억이 아프게 다가왔어요. 저는 군대를 갔다 왔지만, 군대를 가지 않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우리 사회가 좀 더 탈군사화, 탈국가화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이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투쟁 상황은 어떤가요? 저도 기사를 통해서 소식을 듣고 있는데, 얼마 전에 정부와 제주도가 협정 체결을 해서 해군기지가 들어서게 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기사에서 보니 마을 회장님 등이 자해를 시도하기도 하셨다는데 마음이 많이 아파요. 이제 제주도 도지사 주민소환운동을 위해 서명을 받고 있다고 해요. 전에 하남에서 주민소환운동을 처음 했었는데 결과가 안 좋았대요. 이번에도 좀 어렵게 전개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여러 지역에서 반대해서 해군기지가 강정마을까지 오게 된 건데, 주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 이유가 있는데도 그걸 무시하는 국가 권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죠. 영화에서도 마을회장님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하셨는데 그걸 무시하고 진행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가슴 아파요. 제주도 해군 기지는 미국의 세계 전략과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제주도민들의 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더욱 힘들게 진행될 것 같아요. 오키나와의 문제나 제주도의 문제는 세계적 차원의 연대를 필요로 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부당한 국가 권력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은 오랜 기간 진행되어 왔어요. 지배 권력은 그 저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하지요. 이러한 지배 권력을 균열시키고 무력화 하는 방법에 한 가지 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대해서 끊임없이 지치지 않고 투쟁을 계속해나가는 일이 필요합니다. 굴곡이 있을지언정 개개인의 작은 실천은 결국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믿습니다. 평화가 인권 문제와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실제 전쟁 상황에 처한다면 평화가 인간의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은 한국 전쟁도 겪어왔고, 직간접적으로 여러 전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이런 사실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이는 지배 권력이 한국의 전쟁 참여를 국가의 발전을 위한 것으로 미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지배층의 이러한 논리는 우리의 발전을 위해 타인의 삶을 희생시킬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어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문제와 평화의 문제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그 둘은 전혀 다른 문제가 아닙니다. 군사주의와 국가주의는 한국 사람들의 인식 속에 깊게 뿌리를 박고 있습니다. 이 둘은 한국 사회의 남성성을 강화시켜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논리는 또한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정당화합니다. 이런 사회 속에서 '작은 존재들'은 배제되기 마련입니다. 평화는 작은 존재들이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촬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언어가 자유롭지 않아서 고생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영화에는 함께 가신 분들이 알려주신 이야기만을 담을 수밖에 없었지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외에 활동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알게 되는 그 분들의 아픈 사연들이 제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소통의 도구로서 영화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요? 영화는 영상을 통해 좀 더 대상의 감성적인 부분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영화가 실천의 도구에요. 영화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 곁에 다가갈 수 있고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저는 영화를 만드는 일이 좋습니다. 현재 병역거부 문제와 군대 문제를 다루는 이라는 작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함께 작업하는 분들과 유라시아의 군사전략과 그에 관련된 주민들의 삶을 다루는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 있습니다. 인권영화제와 거리상영에 대한 지지메시지를 부탁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인권 영화제가 끝까지 이런 가치를 지켜나가면 언젠가는 승리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영화제 파이팅! - 인터뷰: 영은, 민지 /촬영: 민지/영상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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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청소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해요
2007년도 말부터 서울시에서 디자인 서울 거리라는 즉, 서울의 디자인을 체계적으로 바꾸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어요. 그런 정책이 가시화 되어 2008년 초부터 동대문운동장 개발 등의 여러 가지 사업이 시작되고 시에서 근처의 노점상들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죠. 이런 과정에서 많은 사고와 인명피해가 있었어요. 제가 원래 평소에 생존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고 그런 것에 대해 고민하던 중에 그런 시류를 접했고 지금 이 시기에 이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찍기 위해 실제 노점상을 인터뷰 했다든지, 소년가장을 만나봤다든지 하는 과정이 있었나요? 솔직히 많이는 못 했어요. 대신 좀 더 현안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전국노점상연합회라는 조직의 사무처장님한테 도움을 받았어요. 영화에 노점상 아저씨가 포장마차를 지키기 위해 밤에 쇠사슬을 묶고 자는 장면은 사무처장님께 들은 실제 에피소드로 연출된 장면이에요. 낮에는 저항이 심하기 때문에 보통 밤에 구청에서 마차를 끌고 가는데 그런 것을 막기 위해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이 보여주고 비판하고자 하는 사회의 단면을 극영화로 보여줄 때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극영화는 연출하는 감독이 자신의 가치관이나 현상이나 태도에 대해서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큐를 할지 극을 할지, 진정성에 있어서 고민이 많았어요. 극영화는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고 또 관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봐요. 다큐와 극은 각기 다른 지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앞으로는 다큐도 하고 싶어요. 감독님에게 영향을 준 감독이나 영화가 있나요? 처음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마음먹게 한 것은 96년도 켄 로치 감독의 극중에 독립다큐 감독이 나오는데, 어떤 걸 의도하신 건가요? 사실, 준비하면서 그 인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들었고 거북해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일단은 주인공 소년의 상처를 건드리는 미디어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로서 설정했어요. 거대 미디어는 주인공 소년 같은 이야기에 관심이 없어요. 저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독립영화 감독인 인물은 좋은 의도를 갖고 소년에게 접근한 거지만 결과적으로 소년의 상처를 건드리는 인물인 거죠. 직업정신도 투철하고 의지가 강한 긍정적 인물이지만 자신이 다가가는 사람을 대상화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놓치는 면을 보여주려고 한 겁니다. 하지만 전면적으로 (미디어를) 비판하고 싶은 의도는 아니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녹아있다고 할 수 있죠.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걸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세심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타까운 일들을 많이 지나치게 되는 것 같아요. 조금만이라도 관심이 있고 여유가 있다면 노점에 대해 생각을 해봤으면 해요. 불법이나 합법이라는 법적인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법적인 얘기를 떠나서 이 문제가 생존에 대한 문제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가 약자에 대해 보호하고 관심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으면 좋겠고요. 영화의 주인공인 소년처럼,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을 사회에서 보호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그리고 약자들이 꿈마저 꾸지 못하는 모습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하는 고민을 담은 것이라 특별한 대안을 영화가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거리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청소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해요. 잘 살기 위해서 사회를 구성해서 사는 건데 누군가가 잘 살기 위해서 또 다른 누군가를 삶의 끝자락까지 떨어뜨린다는 것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주인공이 노점상 아저씨가 단속당하는 과정을 옆에서 함께 겪으면서 자신이 이해 못했던 아버지(노점상)에 대해 조금은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촬영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단속이 실제로 나왔었어요(웃음). 단지가 깨끗한 아파트를 섭외해서 촬영을 했는데 실제 구청이 근처에 있어 단속반차가 지나가다가 뭐하는 거냐고 물어서 당황했던 적이 있어요. 또 다른 에피소드는, 이번에 반대의 경우인데, 단속반이 와서 마차를 때려 부수는 장면을 한참 찍고 있는데, 아파트 부녀회장님이 오셔서 단속반 역할을 하는 연기자에게 꾸중을 하셨어요. 실제 단속반으로 착각하시고 이 사람들 영화 촬영 중이라고 말리셨던 거죠. 인권영화제의 거리 상영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부탁합니다. 인권영화제 거리 상영을 응원하고 축하드립니다. 거리 상영을 하게 되면 어느 극장보다도 많은 관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인권영화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지나다가 어쩔 수 없이 한 두 컷 보게 될 텐데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거리상영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많은 격려를 드리고 싶고요, 함께 많이 못해서 죄송하고 저는 마음속으로 비가 안 오길 기도하겠습니다. 파이팅! - 인터뷰: 수진, 은진, 화신 /촬영: 화신/영상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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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만드는 사람들 :
미류, 민지, 준식, 영은, 연주, 호야, 연아, 재원, 성진, 화신, 은진, 성기, 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