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뉘른베르크인권영화제 참석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09/10/21
2009.9.29
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제 89 호
영화제 소식
독일뉘른베르크인권영화제 참석
2010년 14회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될 해외작 선정을 위해 두 명의 활동가가 독일로 출장을 갑니다. 영화제 총기획 김일숙 활동가와 이은진 자원활동가가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리는 ‘독일 뉘른베르크 국제인권영화제’에 참석합니다. 10월 1일 개막식부터 10박 11일 일정동안 50여 편의 인권영화를 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내년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상영할 만한 작품을 섭외해야 하겠지요. 무사히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서 내년에 많은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지역과 타단체에 인권영화 상영제안
인권영화제에서는 지난 3년간 인권영화제에서 상영했던 볼만한 영화들을 주제별로 묶어 지역주민/활동가/후원회원들과 함께 보는 인권영화 상영회를 제안합니다.인권영화제에 상영되었던 영화들을 널리 알리고 지역과 타단체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인권영화를 보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획입니다. 많은 지역 및 단체에서 관심을 보내주시고 있습니다.
현재 뉴욕퀸즈영화제를 비롯해서 광주인권영화제, 마포미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상주 한살림 활동가 분들이 인권영화제의 작품과 만날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2009년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뉴욕퀸즈영화제www.queensinternationalhumanrightsfilmfestival.org에서는 13회 인권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장호경 감독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16편의 인권영화가 상영을 확정하였습니다. 뉴욕 한인모임에서 처음 개최하는 인권영화제입니다. 현장에 갈 수 없어 아쉽지만 멀리서나마 뉴욕퀸즈영화제의 성공적이 개최를 마음 모아 기원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지역과 단체에서 인권영화가 상영되기를 기대해봅니다.
활동가 인터뷰
자유활동가 김대중 씨 인터뷰 영상
(*자유활동가: 작가, 디자이너, 성우, 번역가 등 전문적인 영역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며 영화제를 지지하는 활동가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whQiv88--0o">인터뷰영상 보러가기
인터뷰 전문 내용은 울림 제일 밑단에 있습니다.
인권영화 다시보기
배경설명
반공이데올로기와 연좌제
src="http://hrffseoul.jinbo.net/2013/sites/default/files/ullim/89/section_list/3/article_list/1/photo_list/1/file/halme01.gif" border="0"/>영화 ‘할매꽃’에서 외할머니의 가족과 자손들을 괴롭혔던 연좌제는 원래 범죄인과 친족 관계인 사람들에게 연대 책을 지우는 제도다. 이는 1894년에 폐지되었으나 6·25전쟁과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시대적 배경에서 사상범·부역자·월북인사 등의 친족에게 사실상 불이익처우를 하는 관행으로 남게 되었다. 이러한 연좌제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한다는 불합리함이 인정되어 1980년 헌법에 연좌제 폐지가 규정되었다. 하지만 권위주의 정부 시절동안 개인들에 대한 사찰은 계속되었다.
제도로서의 연좌제는 사라졌지만, 실질적으로 민중의 사상적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정신적 연좌제로서의 반공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그 영향력이 크다. 반공이데올로기는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모든 행위는 철저하게 탄압해야하며 그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는 희생될 수 있다는 논리를 가진다. 이러한 논리는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를 정당화하는 기제였다. 무소불위의 국가 권력을 유지시켜주던 반공 이데올로기는 광주 민주화 운동과 민주화를 계기로 약화되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그 뿌리는 여전히 빨갱이라는 말과 함께 남아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무조건적 적개심을 양산하고 그 자손마저 배척하는 심리적 연좌제의 근거가 되고 있다.
영화 리뷰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가
src="http://hrffseoul.jinbo.net/2013/sites/default/files/ullim/89/section_list/3/article_list/2/photo_list/1/file/halme02.gif" border="0"/>2001년 11월 정신병으로 고생하시던 작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감독은 자신의 외할머니 집안과 관련된 놀라운 과거에 대해 접하게 된다. 민족이 대치하던 상황에서 공산주의를 꿈 꾼 대가는 가혹했다. 외할아버지 세대 뿐 아닌 그 아랫세대까지 연좌제에 묶여 직업의 자유마저 박탈당한 채 숨죽이며 살아야했다. 하지만 연좌제의 불이익보다 더 큰 고통은 그 시대 사람들의 상처가 치료도 되지 않은 채 억지로 봉합되어 곪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부를 살펴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상처를 만든 가해자는 민족 대결의 구조 속에서 친한 사람을 해쳐야했던 또 다른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계속 피해자였던 외할머니의 가족을 비추면서 또한 가해자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 과정 속에서 자꾸 다 지난 일을 들추어야 하는지를 물으셨고, 아들은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며 어머니를 설득하였다. src="http://hrffseoul.jinbo.net/2013/sites/default/files/ullim/89/section_list/3/article_list/2/photo_list/2/file/halme03.gif" border="0"/>영화를 보는 동안 감독의 이성적인 설득보다 어머니의 친구에 대한 딱한 마음이 더 와 닿았다. 이 때문에 가해자였던 가족을 찾아가는 카메라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 이제 와서 아픈 상처를 꺼내어 들여다본들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난을 직접 체험했던 세대가 아닌 우리가 외할머니 세대의 아픔에 대해 이제 털어버리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실재하는 상처를 가리고 없는 것처럼 웃고 산다고 해도 마음속에 피해자로서, 가해자로서의 감정이 남아있다면 그러한 삶도 절대 행복한 삶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순간 어머니가 가해자 가족의 집의 벨을 누르는 순간 그러한 시도가 만들어 낼 또 다른 갈등과 아픔에 대해 염려가 되었다. 하지만 염려를 뒤로한 채 가해자 친구의 집에서 울린 벨소리가 작은 할아버지가 울리던 분노의 종소리가 아닌 서로를 어루만지고 서로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자원활동가 편지
H에게
H에게.
하늘은 높고 밤에는 어김없이 맥주 한 캔이 생각나는 좋은 계절입니다. 아무런 걱정도 없이 이대로 삶을 즐기고 싶은 요즘입니다. 아시겠지만 지난 5월 군복무를 마치고 휴학을 연장하면서 내 삶의 주인 자리를 스스로 꿰차고자 적잖은 고심을 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그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러다 인권영화제를 만났습니다. 첫 만남부터 알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욕구를 채우며 살아온 내 삶의 시공간적 장이 그들의 삶의 배치와 드디어 만났다는 것을. 그것을 인연이라 불러도 좋았습니다. 함께 소통하고 분노하고 술을 마시며 작은 선물처럼 스스로에게 ‘하라’라는 이름을 안겨주었습니다. 당신이 말한 적 있지요. 말로써 행동하지 말고 행동으로 말하라고.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으로 말하는’ 생활을 계속해서 찾아 나섰습니다. 장애인 야학 선생님, 인권 연극단, 초등학생 멘토링, 통기타 동호회, 그리고 인권영화제 활동이 제 생활의 주를 이룹니다. 그들은 제가 진정으로 열망하는 것들이고 모두 ‘사람’을 향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돈과 명예와 권력을 거부하고 사람과 그 관계를 추구하는 것들입니다.
저번 주에는 3개월여 준비한 연극 공연을 했습니다. 10분 정도의 단막극 다섯 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 인권연극이었습니다 연극 중간에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눈을 감고 내 기타소리를 들으며 관객의 집중된 이목을 느끼며 노래 부르는 것은 마치 윈드서핑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화창한 하늘아래 망망대해. 밀려오는 파도를 즐기며 까딱 잘못하면 죽음의 심해로 빠지고 마는 스릴이 있었습니다. 기타를 튕길 때마다 일렁이는 파도가 다가왔습니다.
야학과 멘토링도 즐거운 일들입니다. 교과서에 나열된 도식이 아닌 진정한 삶을 함께 배우고 있습니다. 문학 수업을 하는데요. 비유법과 심상 외우기로 시를 난도질하지 않고 함께 낭송하고 느끼며 사람을 배우고 삶을 성찰하고 관계를 벼립니다. 야학 어머님에게서는 깜짝 놀랄만한 상상이 나오기도 해요.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의 "낙화"를 읽고 딸을 시집 보낼 때의 눈물이 다시 떠올랐다고 하셔요. 당신과 밤새 시를 논하던 그 시절이 생각나는군요. 진정한 문학을,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H. 곧 낙엽이 발길 속에 제 소리를 내고 소매는 더욱 길어질 것 같네요. 정직한 계절은 그렇게 다가오고 떠나가며 세월의 주름살을 한 줄씩 더하겠지요. 그러면 그 때 우리 오늘처럼 시원한 가을밤 술 한 잔 합시다. 그리고 여전히 뜨겁게 살고 있음을 기뻐해줍시다. 당신이 그랬잖아요. 세월은 얼굴에 주름을 만들지만 열정을 잃는 것은 영혼의 주름살을 만든다고요. 언제나 식지 않을 수 있어서, 당신을 보며 다시 일어설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영원히 함께 합시다. 하라여.
2009. 9. 22
활동가 인터뷰
자유활동가 김대중 씨 인터뷰
현재 하고 계신 활동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새만화책’이라고 만화책 만드는 출판사를 하고 있어요. 책을 내기 위한 작가들을 발굴도 하고,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만화도 조금 그리고요.
하고 계신 활동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다른 매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그냥 본래 그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약간은 일상적인 일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밥 먹고, 살고, 돈 벌고, 사람도 이 안에서 만나고, 생산도 하고 소비도 하고.
인권영화제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제가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같은 과 선배들이 인권영화제 활동을 했었어요. 제대하고 나서 선배들 소개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제가 이런 종류의 일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제 활동도 지속하게 된 것 같아요.
인권영화제 상영작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상영현장에서 인상적인 점이 있었나요?
올해 영화제에서 용산 관련 영화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를 봤어요. 용산 참사가 심정적으로 더 이해가 되고, 오랜만에 슬픔도 느꼈어요. 그 다음 작품인 미얀마 이야기("버마VJ")도 봤고요.
청계광장이 오픈된 곳이어서 좋았어요. 사람들이 지나가며 잠깐 보거나 제대로 안 보기도 하지만, 집중하는 사람은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봐요. 자기가 원래 갖고 있던 관심 때문이든, 아니면 영화가 관심을 주었든지 말이에요.
김대중 씨의 작품인 13회 인권영화제 포스터를 보면 터치가 강렬하고 힘찬 느낌입니다. 포스터에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멋있게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어필했으면 해서요. 세련된 것 보다는, 사람들이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고 했어요. 강렬하게 하려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극을 많이 받으니까요. 그만큼 영화제도 더 소개가 많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죠.
요즘 현실에서 느끼는 문제의식이나 관심 있는 인권 사안이 있나요?
요즘은 너무 많죠. 제 주변에서는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지고 있어요. 관심이 높아진 만큼 상황이 열악하다는 뜻이겠죠. 인권은 기본적인 무엇인데 기본이 충족되지 않는 것이 문제죠. 그러다보니 저처럼 인권 말고 다른 것도 많이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다시 모두 인권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에요(웃음).
앞으로의 영화제 활동 계획은?
편하게 제가 갖고 있는 기능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요. 저에게는 그림 그리는 일은 아주 기본적인 일이에요. 목수가 직업적으로 일을 받아서 물건을 만들 수도 있지만, 이웃집에서 물건이 하나 필요하다고 해서 만들어 주는 것과 (영화제 활동이) 비슷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거죠.
인권영화제에 바라는 점이 있으면 이야기해주세요.
인권영화제를 오래 하면 좋겠어요. 오래 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영화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영화제가 다루는 인권에 대한 관심도 더 생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