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2호] 14회 인권영화제 국내작품 상영 확정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0/03/26
영화제 소식
14회 인권영화제 국내작품 상영 확정
올해 인권영화제 출품작은 작년에 비해 그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용산참사등 수시로 터졌던 인권문제를 감안하면 출품작이 줄었다는 사실이 위태롭습니다. 인권침해의 현장이 새로운 인권의제를 밝혀내는 작품으로 환원되어 돌아오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표현의 자유'의 억압 때문일 것입니다. 작품 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하나의 인권의제를 가지고 긴 호흡으로 작품을 만들어 온 감독들의 새로운 작품들과 스스로 인권의 주체자로서 카메라를 든 작품들은 주목할만 합니다. 14회 인권영화제에 소중한 작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심사평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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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인권영화제 국내작품 상영 확정작 (공모 접수 순)
(상영 확정 7편/ 공모접수 총 54편)
1. "대추리에 살다" 정일건/ 2009/ 다큐/ 83분
2. "땅의 여자" 권우정/ 2009/ 다큐/ 95분
3. "오체투지 다이어리" 지금종,최유진/ 2009/ 다큐/ 83분
4.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0.39" 임덕윤/ 2009/ 다큐+드라마/ 33분
5. "당신과 나의 전쟁" 태준식/ 2010/ 다큐/ 85분
6. "시설장애인의 역습" 박종필/ 2009/ 다큐/ 60분
7. "그날 이후," 김주현/ 2009/ 다큐/ 26분 17초
은진, 상임활동가 되다!
(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였던 은진이 지난 2월 임시총회를 통해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되었습니다. 인권영화제 독립을 준비하기 위해 인권영화제 활동가로 배치되었습니다.)
상임활동을 시작한지 갓 3주된, 파릇파릇하지만 벌써 일에 쩔어버린 은진입니다. 상임 시작과 동시에 영화제에 바람 잘 날이 없어서 많이 의기소침해 있습니다.
청계광장 불허 통보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퇴짜를 맞고 있어요. 정말 이 넓은 서울 땅에 인권영화제를 개최할 장소가 한 군데도 없는 걸까요? 자유란 가진 자에게는 참 쉬운 말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손닿을 수 없는 곳에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습니다.단체의 성격이 문화행사의 개최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는 건 대한민국이라는 곳은 생각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곳이라는 걸 반증해주는 거죠. 몇 달 전 인권영화제 15주년 기념영상에 들어갈 자료들을 일숙과 정리하면서, 그동안 얘기로만 들어왔던 백골단, 서준식 선생님의 구속, 발전기로 영화제를 계속해나간 이야기 등을 사진으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이렇게 인권영화제는 지켜져 왔구나.' '나는 인권영화제에서 어떤 운동을 해나갈 수 있을까.' 그 물음의 답은 아직 얻지 못했습니다. 다만, 화려하고 거창한 운동보다는 앞으로도 이어질 인권영화제의 역사에,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 진보적 인권을 이루는 그 자리에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인권영화제가 걸어갈 길은 지금보다도 더 험난하겠죠? 먼지투성이가 되어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 길이 외롭지는 않습니다.
국내작 소개
당신과 나의 전쟁
태준식/ 2010/ 다큐/ 85분/ HDV/ 컬러+흑백 ☞감독 인터뷰 보러가기
신동기씨는 쌍용자동차 노동자이다. 하지만 그는 2009년 정리해고 저지를 위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옥쇄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쫓겨났다. 일터를 떠나는 동료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파업에 참가했던 그는 정리해고 대상자가 아닌 이른바 산자였다.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는 체념이 만연한 현실에서 그의 지난 1년과 지금의 현실에 대해 이 사회는 답을 해야할 것이다.
(감독 인터뷰 전문은 울림 맨 밑단에 있습니다.)
해외작 소개
탭트(Tapped)
스테파니 소크티그/ 캐나다, 미국/ 2009년/ 다큐/ 76분/ HD/ 컬러 ☞'탭트'예고편 영상 보러가기
플라스틱 생수통을 가지고 다니면서 생수를 드십니까? '탭트'는 그런 생활 습관에 이의를 제기하는 작품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네슬레, 코카콜라, 펩시와 같은 대기업들이 미국의 하천에서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마음껏 취수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습니다. 식수 공급을 장악하려는 미국 생수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만 급급합니다. 또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페트병의 생산 과정에서 독성 화학물질이 나타나며, 사용할 때도 배출되어 생수에 녹아들 수 있습니다. 다 쓴 페트병은 함부로 버려져 바다를 심각하게 오염시킵니다.'탭트'는 거대 생수 산업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발언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줍니다.
어!울림
1984
'가정'에 대한, 조금은 다른 단상
편집자 주: 는 전체주의 사회를 경고한 조지 오웰의 소설입니다. 우리 일상 속의 1984는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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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가정에서 좋은 사람과 좋은 자식이 된다는 것은 과연 나에게도 '좋음' 인가? 나는 단연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과 어린 자식들에게 '룰'을 제공하고 이를 평가하는 이들 또한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이들이 행할 수 있는 최고의 행위는 '자기반성'을 통한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이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 얻어지는 권력과 그것에 의해 이어지는 횡포, 나이가 적은 이들에게 행하는 감시와 검열, 곧 인권침해를 나는 지금까지 수시로 봐왔다.
이런 것들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장소가 나는 슬프게도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너보다 몇 십 년 더 살아보았기 때문에,' '너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은 종종 끝맺음이 일방적 요구(곧 폭력)일 때가 많다. 부모들이 자식들을 하나의 훌륭한 인격체로 생각하기보다는 담금질 시켜야 하는 '금속', 자신의 욕망을 대신 실현시킬 '대리인'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게끔 하는 일들을 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식의 입장인데, 효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부모의 말을 잘 듣고 좋은 자식이 되는 것이 최고의 선이기 때문에, 자식은 인격적으로 무시당하거나, 종교를 강요받거나,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 자신의 생각은 존중되어지지 않는 경우에도 자식은 부모에 의견에 반대하거나, 그런 부모를 심리적으로 미워하기도 쉽지 않고, 만약 그렇게 했을 경우 굉장한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정을 최소한의 비판과 긴장감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항상 괜찮은 곳, 개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고통 받는 약자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으며, 더욱 아파지기 쉽다.
좋은 자식이 된다는 것이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정면으로 부딪힐 수도 있고, 어쩌면 최고로 나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부모와 자식 모두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원활동가 편지
아무튼, 신기한 세상이에요~
몇 주 전이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 전 후드를 뒤집어쓰고 - 우산을 들기 귀찮아서 안 챙겨왔더랬죠. - 시내를 배회하고 있더랬습니다. 어, 경찰아저씨가 절 부릅니다.
아저씨 : 잠시 검문 좀... 신분증 보여주세요.
성호 : 네? 왜요? (얼마 전 끊은 딱지 생각)
아저씨 : 잠깐이면 되니까 신분증 보여주세요.
성호 : 저 계속 보도로만 걸어 왔는데요...
아저씨 : ('답답하네'라는 표정) 아, 그러니까 잠깐만 보여주면 된다고요.
성호 : (뭐 딱지는 아닌 것 같군...) 여기요~
아저씨 옆에는 자원봉사활동이라도 하는 듯이 보이는 청년이 서류철을 들고 뭔가를 적었습니다. 서류철에 수배자 명단이 들어있는 걸 보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마도 지난 몇 주간 뉴스에 자주 나오시던 분의 몽타주 같았습니다.
간단한 기록을 마치고 신분증을 돌려받은 후 편의점으로 가서 따뜻한 캔커피를 마셨죠. 커피와 함께 몸을 녹이며 생각했습니다. '찝찝하다. 지명수배자로 의심받은 건가;; 그건 그렇고 신분증이 없었다면 어찌 되는 거지?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뭔가 귀찮은 일이 생길수도 있는 걸 방지하기 위해 늘 신분증을 갖고 다니는 것이 좋겠지만, 이것도 저의 게으름을 간섭하는 요인이랄까, 어느 한 나라의 시민으로 생활하기도 참 귀찮군요 ㅎㅎ
얼마 전 TV를 보는데 애완동물 등록에 대한 내용을 방송해주더라고요. 동물의 체내에 전자칩을 심어주는 장면을 보는데... 얼마 후엔 사람도 저렇게 관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아무튼, 참 신기한 세상이에요~
부담과는 먼, 자유와는 가까운 사랑방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는다는 게 뭘까요? 사람들은 나이에 맞는 생각과 행동이 다르고, 나이에 따라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고들 합니다. 글쎄요... 이런 생각이 저에겐 참 벅찼습니다. "네 나이쯤 되면 최소한 자격증은 2개 정도 있어야 되고, 토익은 800점, 봉사활동 시간은 최소 100시간 정도 있어야지." 22살. 사회에서는 어린 나이지만 학교 내에서는 어리지 않은 나이로 취업을 준비할 시기라 부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격증을 기본적으로 2~3개씩 소유한 사람, 토익 점수가 900이 넘는 사람, 봉사활동 점수가 많은 사람, 평균 학점이 4.0이 넘는 사람 등 여러 가지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난 뭘 했을까? 생각해보지도 않은 청년실업자 중 한 명이 내가 되지는 않을까? 나이를 한 살 더 먹을수록 바쁘게 생활하는 사회 속에 나 혼자 뒤쳐져 있다는 느낌이 점점 절 옥죄었습니다. 아직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하고 싶은 나이인데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 정말 내가 원하지도 않는 것들을 해야만 하는 건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저에게 있어서 곤욕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사랑방에 대해 알게 되었고 어렵게 용기를 내서 인권영화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사랑방에 왔을 때의 낯선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그런 느낌은 정말 저에겐 생소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주변의 압박 따윈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부담과 압박에 몸부림치던 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오랫동안 집을 떠나 살았던 저에게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서 더더욱 좋았습니다. 인권, 자유, 맛있는 밥... 아직 사랑방을 이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서서히 익숙해지게 되면 더 많은 말들로 표현할 수 있겠죠?
지난 호 독자의견
편집후기
아직 극도의 낯설음에 주뼛주뼛 상태라;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더 알차진 2호가 발송되어 뿌듯합니다~ (영은)
부족한 솜씨이지만 '어! 울림'을 그리고 나니 뿌듯뿌듯합니다. :) 14회 영화제를 준비하며 날로 새로워지는 울림에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소라)
고심해 쓴 제 글이 실리게 되어 더욱 기쁜 울림 2호입니다^^ 다음 호에는 재미있는 그림으로 찾아뵐게요~ (정윤)
흔쾌히 원고 청탁을 받아주는 인권영화제 활동가들에게 항상 감사! 그나저나 빨리 무사히 발송하고 집에 가고 싶어요... ㅠㅠ (민지)
헛! 벌써 울림 2호가! 울림 이행시는 아직 완성하지도 못했는데!! (재영)
감독 인터뷰 전문
태준식 감독
영화를 제작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투쟁의 현장에는 함께 있지 못했었어요. 쌍차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들어 알고 있었고,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고 잇는 입장이었죠. 때문에 투쟁이 끝나고 난 후 그곳에서 함께 하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부채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사건으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당시 현장에서 싸움을 했던 미디어 활동가로부터 제안이 들어왔고 그럼 내가 해보겠다라고 역제안을 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치열한 현장을 연상케하는 제목과는 달리 영화의 내용은 생각보다 차분하다고 느껴졌는데 의도적인 건가요?
처음부터 현장의 치열하고 비극적이 이야기들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쌍차 노동자들의 싸움을 통해, 이 사회의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같은 일반적인 이슈에 사람들이 체념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본다든지, 이 사회의 자본과 노동의 불균형한 대립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다른 이야기기들이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상영회 후에도 왜 투쟁에 좀 더 집중하지 않았느냐 오히려 가족들의 이야기가 더 감동적이었다 등등 여러가지 반응들이 있었어요. 사실 현장에서의 촬영본이 많이 부족하기도 했어요. 모자라서 아쉽긴 했지만 애초에 기획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기에 불충분한 양은 아니었어요.
요즘 들어 폭력적 진압에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노동문제를 대하는 한국사회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노동과 자본이라는 대립적인 관계에 관한 성찰이 한국 사회에서는 첫발도 내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동자들이 시민의 권리조차 얻지 못했다는 일부 시각에 동의하구요. 게다가 굉장히 불균형적인 그 둘 사이에 국가의 폭력과 언론의 외면과 왜곡이 끼어들면서 더더욱 노동자들을 억누르고 있죠. 사실 처음 편집을 하면서 충격적인 영상들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가 때문에 힘들었어요. 하지만 작업을 하면서 다르게 생각된 게 있는데요. 사실 최근에 노동 운동들이 굉장히 관습적이고 적당히 타협적으로 변질되어 왔잖아요. 하지만, 그와 달리 짓밟히고 성과도 없는 비극으로 끝난 듯 보이는 쌍차 투쟁은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거죠. 거기에서 저와 같은 사람들의 부채의식도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구요. 그래서 이야기는 절망적일 수 있지만 그 싸움의 시작과 과정 결말에 관해 성찰하고 토론하다 보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고 생각해요.
'해고'없이 기업과 노동자를 지켜낼 수 있는 제도는 현실 불가능한가, 노동자들의 인권을 지키면서 노사합의를 이뤄낼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관찰자로서 감독님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힘의 균형이 문제잖아요. 균형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열린 맘으로 터놓고 협의하고 합의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는, 힘의 균형이 완전히 한쪽으로 기울었던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좀더 합리적인 대안은 무엇이냐? 원칙이 뭐냐? 사람이냐, 제도냐? 라는 점에서 봤을 때는 사람을 해고하지 않고 해결할 방법이 당시에도 분명히 있었어요. 실제로 노조에서는 정리해고 결정이 있기 전에 해고를 막기 위해 정말 굴욕적일 정도의 많은 제안을 사측에 했던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힘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던 거죠. 하지만 보다 합리적인 대안들은 분명히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에 집중하기 보다는 '노동과 자본의 관계'와 같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내용을 구성하신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대중과의 접점을 어떻게 찾으셨는지?
일단 이 작품에서는 강상구씨가 나오는 장면에서 그런 역할을 기대했어요. 쌍차 노동자들의 이야기에서 시야를 좀 더 넓혀서 단지 투쟁의 이야기간 아닌 자본과 노동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노동과 정치 , 정리해고, 노동 유연화 등 쌍차노동자들의 투쟁과정자체가 갖고 있는 드라마적인 힘에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 중간중간 적절한 시점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함께 하면 좋을거라 생각했어요 표현 방식은 일단 운동권용어는 배제한다, 집회모습은 담지 않는다 –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최대한 지양하기 위해,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 라는게 있었죠, 음악도 조금 다른 음악을 써 보았구요. 사실 운동권에게 보다는 그 투쟁을 보며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입니다. 그게 성공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판단은 관객들이 해 주시겠죠.
관객들이 꼭 기억해 주었으면 또는 관객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있으신가요?
마지막에 노동자 세분이 카메라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표정 속에서 앞의 이야기들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성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화 속의 완전히 웃음을 잃어버린 그들의 모습, 그들의 고단한 표정이 그들이 얼마나 힘든 투쟁을 했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투쟁했던 노동자들, 공장에 남은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 이 분들의 현재 어떤 삶을 살고 계신가요?
사실 지금의 진행 상황은 저도 잘 몰라요. 첫 공개 시사회를 마쳤을 때 당사자분들을은 이 상처를 이렇게 영화를 통해 확인하는게 좋은진 잘 모르겠다라고 하시더라구요. 아직 상처가 많으세요. 매 상영마다 당시상황이 떠올라 영화를 보시며 고통 받고 우시는 분도 계시구요. 너무 많은 아픔과 사연들이 평택이란 도시에 쌓여있습니다. 비단 해고자들뿐 아니라 '산자'라 불리우는 분들에게까지도 말입니다. 공장의 노동자들을 인터뷰한적이 있습니다. 그분들 이야기가 3,40년전으로 돌아간 분위기라고 해요. 작년에 격은 일이 있기 때문에 찍소리 못하고 일만 하는 분위기라는 거죠. 게다가 자기만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일을 했다는 죄책감도 있구요. 정말 치유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인데, 정작 노동부에서는 쌍차 간부를 위한 정신치료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하더라구요. 지역사회 역시 완전히 붕괴된 셈이죠. 지역 공동체가 완전히 깨져버렸어요. 해고자와 '산자'가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그저 같이 살고 있을 뿐인 죽은 자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어요 평택이...
꾸준히 인권영화를 만들고 계신데 감독님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 자신이 '영화감독'으로, 제 자신의 작품이 '영화'라고 불리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작품은 제 소중한 노동의 결과물이지만, 일반적인 영화감독들의 '감독'이라는 자의식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영상으로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재주가 있는 것이고, 그것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데, 여러 사회적 사안들에 대해서 누군가가 발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발언에 영화라는 작업이 필요하다면 제가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꼭 인권영화만을 하는 건 아니고요. 그 밖에 제가 하고 싶은 작업들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요즘 공동체 상영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곳에서 어떤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계신지?
요청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갑니다!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의 도움으로 4월 초 까지의 상영일정은 거의 대부분 잡혀있는 상태고요. 사실 배급업체를 끼고 하는 게 아니고 극장 개봉을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 상영에 관한 홍보가 많이 필요해요. 많은 홍보 부탁드립니다.
인권영화제가 올해로 15주년이 되었습니다. 축하 또는 지지의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노동자 뉴스 제작단에 있을 때부터 거의 항상 제작품을 영화에제에서 상영해 주셨어요. 감사드리구요. 사라지지 않고 잘 버텨주시는 것 같아요. 그것만으로도 고맙구요. 함께 할 수 있는 이일 무엇이 있을까, 내 있을 자리를 고민하게 만들어 주는 영화제인 것 같아요. 한 150 주년은 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