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영화제 뉴스테러 울림 106호] '반딧불'과 '화기애애'가 있어 더 치열했던 여름!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0/08/31
소식
[알릴 소식] 9월 화기애애, 모두들 오실 거죠?^^
9월 인권영화제 정기상영회 화기애애는 9월 17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에 서울 종로 조계사 맞은편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3층 보현교육장에서 진행됩니다. 9월 화기애애에서는 남한강 관련 다큐인 주현숙 감독의 (9분 30초)와 이주노동자 인권을 다룬 단편영화 4편((12분 45초), (20분), (4분 10초), (34분 19초))을 상영합니다. 영화 상영 후에는 관객과 인권활동가가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자세한 영화 소개는 곧 웹자보로 알려드릴게요.
[지난 소식] 반딧불 - 성미산 생태캠프 '아름다운 소통'과 함께
지난 달에 알려드렸던 찾아가는 인권영화제 ' 반딧불' 소식 기억하시죠? 반딧불은 8월 7일 저녁 8시 30분에 성미산 일대의 비둘기산 무대에서 '성미산 영화관'을 열었습니다. 상영작은 단편 애니메이션인 과 (모두 10회 상영작), 그리고 주민들의 생활터전과 자연을 위협하는 거대 기업의 금광 개발 시도를 고발하는 (9회 상영작)였습니다. 산 속이라 모기가 정말 많았는데도 50여명의 관객들이 아주 진지하게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시간이 늦어지자 전원 차단기가 자동으로 내려가 버려서 를 끝까지 보지는 못했던 것이 많이 아쉬웠지만, 성미산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열정과 관심은 정말 감동적이었답니다.
[지난 소식] 8월에도 화기애애!
인권영화제 정기상영회 화기애애가 지난 달 첫 발을 내딛었죠. 8월 20일에도 역시 서울 종로 조계사 맞은편에 위치한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3층 보현교육장에서 화기애애가 열렸습니다. 상영작은 과 . 첫 작품은 4대강 사업의 이면을 드러내는 짧은 다큐멘터리이고, 두 번째 작품은 성폭력을 경험한 콩고 여성들이 사회를 향해 발언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입니다. 상영 후에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하나 씨와 관객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 달에도, 그 다음 달에도 화기애애는 계속되니 이번 상영회를 놓쳤어도 아쉬워하지 마세요~
[타단체 소식]제5회 이주노동자영화제 개막 (9/4~9/5)
올 11월 G20을 앞두고 정부 각 부처가 이주노동자 단속과 추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고, 이주노조는 이에 저항하는 농성을 40여일간 진행했습니다. 제5회 이주노동자영화제가 9월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서울시 혜화동에 위치한 대학로CGV에서 열립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인권을 무시하는 단속추방에 항의하면서, 이주노동자영화제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이주노동자영화제 홈페이지 www.mwff.org)
어! 울림
신나는 정기회의
시각 장애인을 위한 해설입니다.
1. 오랜만의 정기회의.
잘 지냈어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회의 시작할게요! 금방 끝날 듯해요."
2. 2시간째...
"아이고 졸려...회의 금방 끝난다며ㅠ_ㅠ
할 일은 또 왜 이리 많니...
아아 집에 가고 싶..."
"8월 화기애애는...반딧불 제안이 여기저기서...
이거 다 해야죠?"
네~
좋아요~
3. "자, 회의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고, 뒤풀이 갑시다!"
와~ 와~ 와아~
음? 갑자기 잠이 깼다?
4. 오늘도 충정로의 밤은 깊어갑니다.
"다음주 회의도 꼭 와야지!"
"청양고추 먹기 놀이 하자!"
"ㅋㅋㅋ"
만든 이: 민지
"물론 모든 활동가가 이러는 건 아니죠. ㅎㅎ"
후원활동가 인터뷰
서지은 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올해 인권영화제를 통해 후원활동가가 된 1인입니다. 개발을 지나 인권을 거쳐 갈등 분야에서 몸담다 현재는 같은 분야이나 보다 긍정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명명법이라 할 수 있는(웃음) '사회통합'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못다한 문화 분야의 한을 풀고자 MB정부가 선사(?)해준 한예종의 자유예술캠프 프로그램 중 이런저런 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칼퇴근 가능한 현 직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인권영화제 후원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전에는 가면 그냥 이것저것 작게라도 사주는 차원과 (인권영화제 상영작들을) 반값 세일했던 어느 해, 이달의 십일조는 여기에 쏜다(!)는 나름 사회적 십일조라는 변형된 차원의 드림으로(웃음) 약간 무리해서 작품들 구매하는 차원에서나마 함께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작년의 대중음악상 사태도 그렇고, 한예종의 황지우 총장 사건도 그렇고 이 정부 들어서 문화계가 정치에 따라서 좌우된다는 게 참 슬펐습니다. 이런 제게 김홍준 선생님은 "문화가 원래 정치적이다"하셨습니다만....... 그러던 차에 대학로에 갔다가 거리상영 덕택으로 지나다 구경하게 되었고 올해는 이렇게 하게 되었구나 알았습니다. 해서 간헐적으로 생각날 때 함께하기보다는 정기적으로 적으나마 보탬이 되면 좋지 않을까하여 신청하였습니다.
스스로 인권영화제 후원활동에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신가요?
천원을 받아도 그 돈이 문턱으로 여겨질 사람들에게 관람권을 보장하기 위해 무료상영의 원칙을 고수한다는 취지의 글을 언젠가 본 적이 있습니다.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 문화는 그 메마른 사이를 채워주는 스폰지 역할을 거창하게 티내지 않고도 훌륭히 해내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렇기에 문화는 기실 더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의도하지 않았어도 어느새 굳어진 마음의 빗장을 무장해제시켜, 울고 웃는 '사람다운'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비워내는 동시에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후원재정이 탄탄해져서 무료상영의 원칙도 지키고 나아가 그 상영장소마저도 잘 올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까지 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웃음) 사실 이건 제가 하려다 불발된 시도이긴 합니다만.
기억에 남는 인권영화제 상영작은 무엇인가요? 기억에 남는 이유는요?
사실 끝까지 다 보지는 못했던 작품인데, 를 보다 프랑스 헌법을 인용한 부분에서 울었던 것 같습니다. 노숙인분들, 외면하기 쉽지만 밤늦게 다니면 은근 보게 되는데 사회의 모순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하여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잠수함의 토끼가 제일 먼저 산소부족을 빨간 눈으로 증언하듯, 나락으로 떨어진 그들을 다시 세워줄 사회적 수준이 참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합니다. 언제고 끝까지 다 보고 싶어요.
그리고 다 보았던 작품으로는 유해정 활동가님께서 영화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활약하신 태국 메솟인가.. 지역의 아이들에 관한 다큐였습니다. 끝나고 낙원상가 드넓은 공터 저편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가서 말 걸어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인권영화제, 또는 울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홍보에 좀 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5월 이면 이런저런 영화제가 있지, 하다가도 어느새 그냥 지나치게 되거든요. 저만해도 인권영화제에 관심있는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텐데 대학로에 갔다가 알게 되었잖아요. 홍보에는 꼭 돈 드는 방법이 아니라도 영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모이는 곳은 뻔하다고 볼 수 있잖아요. 그런 곳에 열정과 감동과 진심이 묻어나는(웃음) 글들을 올리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웹자보 만드는 것도 무료로 쓸 수 있는 템플렛을 사용해서 꼭 세련되지 않더라도 만들 수 있는 거 같구요. 아니면 주변 사람들을 섭외해서 재능기부를 받아 멋지게 홍보물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후원활동가 님께서 바라는 세상의 모습은?
얼마 전 자예캠 만화클래스 뒤풀이에서 비오는 저녁 편의점에 모여앉아 나눴던 주제를 여기에도 나누고 싶습니다.
세상이 쉽게 말해 "짜져있다"구요. 좀 발음이 그렇긴 합니다만.(웃음) 올해 인권영화제 주제였던 "당신이 다른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처럼 다양성, 다름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정말 재미없는 이분법의 세상에서 사는 게 아닐까 합니다. 모두 다 정해져있고 이 길만이 정답이고 저렇게 시도하면 더 돌아가는 시간낭비를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하이킥에서 세경이가 결국 포기했던 '계급의 사다리'에서 낙오자가 되고. 그런 식이라면 세상이 얼마나 뻔할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현실이지만 좀 더 다른 꿈을 꾸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갑갑한 연쇄고리 속에서 조금은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무채색의 세상이 아니라 무지개가 펼쳐지는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 자신의 개성을 만발하며 사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런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문턱이 없는 인권영화제의 하얀 스크린 위에 세상의 이면을 표현함으로써 (이러한 세상을) 직면하게 되고, 인식하게 되고, 그렇게 대안을 모색해보고. 그런 활발한 수다의 장이 격의없이 펼쳐지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영화제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단발에 끝나더라도 그 기간만큼은 그럴 수 있으니까요.(웃음)
인권영화 다시보기
콩고의 평범한 여성들과 남성들의 이야기
침묵에 맞서다
네덜란드/ 다큐/ 이르세 반 베르젠, 펨케 반 베르젠/ 53분/ 2007년 (14회 인권영화제 상영작)
어쩌면 우리 누구에게나 있을지 모르는 상처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모여 함께 이야기했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날 아이들은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운이 좋았었는지 그때는 특별히 털어놓을 게 없었던 나 역시 세월이 흐르며 이런저런 성추행 경험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겪게 되었고, 그 상처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가만히 자리하고 있다. 굳이 그 경험의 크고 작음을 따지자면 나의 경험들은 분명 그리 커다란 것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게 그 경험들을 떠올리는 것은, 나아가 그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그리고 불쾌한 일들은 생각보다 흔하게,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연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 것일까.
용기를 내어 침묵에 맞선 피해자들의 목소리
여기 무거운 침묵을 깨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영화 (Fighting the Slience, 2007, 14회 인권영화제 상영작 )는 7년의 전쟁 동안 8만 명 이상의 성폭력 피해자가 발생한 콩고에서 침묵을 깨고 자신의 아픔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네 명의 여성은 모두 지극히 평범한 여성들이다.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삶을 꾸려가던 이 여성들은 먹을 것을 구하러 가거나 집에 있다가 성폭행을 당하게 되었다. 이들은 나직한 목소리로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들려준다. 어떤 여성은 자신의 몸을 계속해서 씻으며, 어떤 소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성폭행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은 콩고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러한 고백을 하는 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한편 이 영화에는 피해 여성들의 남편과 아버지도 등장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성폭행 사건은 피해자 당사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릇된 통념 그리고 해결해야 할 과제
영화는 피해자들의 고통뿐 아니라 사회에 존재하는 그릇된 통념과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보여준다. 콩고에서 여성은 열등한 존재로 치부된다. 성폭행을 당한 한 소녀의 아버지는 이제 자신의 딸은 처녀가 아니므로 쓸모없게 되어버렸다고 한탄한다. 어떤 남편은 아내를 군인과 '나누었다(share)'는 사실에 분노하면서 아내를 쫓아내버린다. 여성들의 옷차림과 밤늦게 돌아다니는 행동을 비판하며 성폭행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며, 범인들은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탓에 체포되었다가도 곧 풀려나고 만다. 이러한 모습들은 콩고에 성범죄가 만연하게 된 것이 반드시 전쟁 탓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여성의 사회적 위치, 법 실행의 문제, 그릇된 인식 등이 모두 얽혀 콩고는 성범죄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침묵에 맞서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
다행히 영화는 우리에게 희망의 빛을 보여준다. 영화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폭행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 행동의 중요성은 영화가 전달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침묵에 맞서면서 상처를 치유해나가기 시작한다. 성폭행에 대해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연극을 꾸며 성폭행의 피해와 고통에 대해서 알리는 사람들도 있다. 한 피해자의 남편은 이제 자신의 아내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글머리에서 언급했던 친구들도 아마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고 공유하며 그것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받았으리라.
성폭행 신고율이 6-7% 정도에 그치는 한국에서도 침묵에 맞서는 일은 중요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우리 중에서 누가 침묵과 맞서야 할 당사자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며, 누가 침묵 속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침묵에 맞서는 일은 어떤 특정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수건돌리기
'바퀴'
(*편집자 주: 이번 호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수건돌리기'! 소풍가서 즐겁게 하던 놀이인 수건돌리기처럼, 친근하고 일상적인 주제로 여러 활동가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꼭지입니다.)
2010년 하반기 울림 기획 '수건돌리기'의 첫 번째 명제를 '바퀴'로 선정한 것은, 어떤 커다란 의미가 있다거나 또는 치밀한 계획 아래서 나온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저 울림 회의를 위해 들어간 주막(영화제 아시죠? 술집=아이디어 제조 공장)에서 자리 잡은 테이블 옆에 장식용으로 자전거 바퀴가 있었다는 사실이 전부이죠. "어? 옆에 바퀴가 있네. 그럼 바퀴로 해볼까?"
그렇다고 이 글을 무시하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돌고 도는 쳇바퀴 속에 숨겨진 허무함, 혹은 무거운 짐을 싣고 한없이 굴러야 하는 아틀라스적 운명을 지닌 장대한 의미로서 바퀴를 다루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볍지 않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제게 있어 바퀴란 어렸을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물건이니까요.
초등학교 6학년, 한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에 항상 웃음을 지니고 계셨죠. 아이들을 사랑하여 아이들을 위한 시를 쓰시는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매보다는 '바위섬'같은 노래를 선물해주셨습니다. 능력보다는 감성을 일깨우려 노력하셨고, 차별보다는 차이를 인정하셨습니다. 아이들도 '인격체 '라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셨던 것이죠.
어린이라는 틀을 벗어나 소년기로 진입하는 초등학교 졸업식, 우리들은 한 권의 책을 받았습니다.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 그리고 몇몇 부모님들의 글을 모아 만든 일종의 문집이었죠. 순전히 기억으로만 남게 될 유년의 시절을 하나의 기록으로 남긴 그 책의 서두엔 '석별의 정을 생각하며'란 선생님의 자작시가 실려 있었습니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조금은 우수어린 문장으로 시작되는.
그 속에 '바퀴'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너희들 가는 길에 / 긍정적인 마음과 부정적인 마음의 / 두 바퀴가 굴러갈 때 / 긍정적인 바퀴를 굴리어 / 너희가 서있는 땅에서 최선을 다하여 / 바른 사람이 되어라.' 아직 세상의 어둠에 눈뜨기엔 측은한 나이의 어린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으로 뭉쳐진 어린이들에게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을 심어주려 했던 것입니다. 아, 어린이들의 환한 웃음이란 얼마나 값진 보석과도 같은 것일까요. 그 웃음을 잃지 않길 바라셨던 것일까요
그러나 세월이 흘러 염세란 단어를 알게 되고, 세상을 구성하는 건 비극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수긍을 하게 되면서부터, 천진난만한 웃음이란 한낱 세상물정을 모르는 자의 순진한 표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사랑도, 꿈도, 결국엔 물질이란 생존수단 앞에서 조작되고 일그러진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이후로 조건 없는 웃음은 점점 줄어만 갔습니다. 한마디로, 어른이 된 것입니다.
온갖 욕심으로 점철된, 돈과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이전투구로 이루어진 어른들의 현실 속에서, 다시 한 번 그때의 문집을 꺼내봅니다. 긍정적인 마음이란 것이 '난 너보다 잘할 수 있어.'라는 협소한 도구적 의미로 변질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현실 속에서, 다시 한 번 긍정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그것은 결국 삶에 대한 긍정, 타인에 대한 긍정이며 이해타산을 배제한 어린 시절의 '웃음'을 되찾는 것이 아닐까요. 아련한 옛 추억을 생각하며, 녹이 슨 긍정의 바퀴를 다시 굴려보려 합니다.
다음 '수건돌리기'의 필자와 주제를 선정해야 하는군요. 처음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주위의 사물에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음, 책상 옆 미니컴포넌트에 CD가 쌓여있군요. 비틀즈, 지미 헨드릭스 등등. 비틀즈..하니 소라 씨가 떠오르네요:) 소라 씨에게 비틀즈란 어떤 의미인가요?
* 재영('바퀴')이 소라('비틀즈')에게 수건을 돌립니다~
자원활동가 편지
앞으로도 좋은 인연 맺어가고 싶어요
영화제 활동가로서 이런 글을 쓰다니 정말 떨리네요. 영화제에 별로 기여한 것도 없는 것 같아서 쑥스럽기도 하구요. 하지만 영화제는 저의 지난 몇 달간의 공백기간에 한 일 중 가장 의미 있고, 소중한 추억이기에 다시 돌아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인권"에 관한 자신의 생각과 관념에 대해 많이 쓰시지만, 저는 저의 이야기로 이번 활동가 편지를 채워보려고 해요.
제가 다니던 학교 언덕만큼이나 엄청나게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 처음 인권운동사랑방 사무실에 온 날, 사실 굉장히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문을 열고 들어선 것 같아요. 물론 그 목표의 십억 분의 일만큼도 활동을 한 것 같지 않지만^ㅡ^;; (아, 갑자기 떠오른 랜덤한 생각: 그 때는 아해가 심각한 분인 줄 알았는데ㅋㅋ) 하지만 사랑방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을 존경하는 마음과 나도 이 분들과 앞으로의 6개월 남짓한 시간을 잘 보내보자 하는 생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가지고 있어요. 1월이었던 거 같은데 그 때 사랑방 가족들을 처음 만나면서 참 따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추운 겨울의 따뜻한 사람들!
그러다 한동안 개인 사정으로 몇 달간의 정기회의를 빠지다 보니 다시 돌아왔을 때는 정말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영화제 기간 동안 거의 모든 분들과 함께 매일매일 보며 생활하다 보니 다시 친해졌을 때는 정말 행복했어요. 다른 곳에서 만나면 서로 예의 차리기에 바쁘고, 어떻게 해도 불편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사귈 수 있다는 것에 참 감사했어요. 일숙, 호야, 은진 언니, 민지 언니, 하라 오빠, 재영 오빠, 소라 언니, 지용 (왠지 지용한테는 오빠라는 말이 안나와ㅋㅋ) 등등 계속 좋은 인연 맺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음들도 정말 재미있는 모임이었어요.
번역을 하거나 대학 홍보(영동씨ㅋㅋㅋ), 각 사이트에 대자보 올리기 같은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정아 언니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랑방의 모든 사람들은 다 젊고 씩씩하고 멋있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일 시킬 거 있으면 저 시험 기간만 아니면 간단한 번역 같은 거는 도와 드릴 수 있어요. 부려먹으세요.
으악 너무 길어졌다... 어쨌든 영화제는 제 인생에 있어서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우리나라 정말 싫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영화제 사람들을 보면 정말 힘이 나요! 앞으로도 좋은 활동 부탁 드려요, 파이팅!
울림 독자 여러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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