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인권영화제 국내작 확정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1/03/30
2011년 15회 인권영화제 국내작 선정총평 (20110330)
2011년 15회 인권영화제 국내작 공모에는 총 54편의 작품이 응모하였습니다. 그 중 총 11편을 최종 선정하여 국내 작품으로 상영합니다. 소재가 인권 문제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따뜻하게만 흘러가거나 개인적인 문제로 환원하는 작품보다 인권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고 있는, 사회성을 담보하며 인권 주제에 힘껏 달려든 작품에 집중하였습니다. 올해 상영될 작품들은 인권 사안에 깊은 관심을 갖고 함께 보고 얘기할 여지가 많은 작품들이 될 것입니다.
일부 작품들은 일상에서 아픔을 뿜어내 권리로 내세우는 전형적인 방식이 좀 아쉽고, 선명한 주제가 선동적이거나 또는 편파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권영화가 차별받는 사람들의 함성으로 세상을 호통 치는 행위라고 한다면, '선동'은 관객들을 능동적으로 영화가 들춰낸 현실에 참여하도록 할 것입니다. 또 '편파적인' 강조는, 공정하지도 보편타당하지 않은 사회의 자전축을 제대로 세우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정면 돌파하여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하여 15회 인권영화제를 준비하겠습니다.
15회 인권영화제 국내작 공모에 참여해 주신 감독님과 국내작 선정에 참여해 주신 다섯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15회 인권영화제 국내 상영 확정작](가나다순)
1. 박홍준/2010/극/33분44초
2. 손경화/2011/다큐/63분
3. 김경만/2011/다큐/118분
4. 장애in소리/2010/다큐/25분35초
5. 박일헌/2011/다큐/60분
6. 이강길/2010/다큐/102분
7. 문정현/2010/다큐/73분
8. 태준식/2010/다큐/23분
9. 박배일/2010/다큐/60분
10.take 1. 남한강 최진성/2010/다큐/8분
11. 이혁상/2010/다큐/117분
15회 인권영화제 국내작품 선정에 참여한 사람들
기선(인천인권영화제 총기획, 민주노동자연대)
김정아(인권재단 '사람' 사무처장)
김태일(다큐멘터리 감독)
박종필(다큐인 회원)
한낱(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김일숙(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은진(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2011년 인권영화제 국내작 선정에 참여하며
한낱(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인권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9년과 2010년. 인권영화제 기간만큼은 틈틈이 시간을 내 청계광장(2009)과 마로니에 공원(2010)에 '죽순이' 마냥 앉아있었다. 공짜로 볼 수 있어 좋았고,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볼 수 있어 좋았다. 올해도 다행히 공짜로 볼 수 있고, 게다가 야외 상영이란다. (물론 인권영화제의 야외 상영엔 마냥 웃지 못 할 사연이 있긴 하다. 궁금하신 분은 영화제 팀에 문의하시길ㅎ) 나만큼 빈털터리이자 수다쟁이인 사람한테는 더없이 좋은 소식이다. 내가 영화제에서 얻은 감동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만큼, 나도 영화제에 경제적 보탬이 아닌 다른 의미의 연대를 보내고 싶었다. (물론 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이 이번에 상영할 국내 작품을 선정하는 작업에 흔쾌히 참여한 첫 번째 이유였다.
설렘 다음에 찾아든 감정은 난감함이었다. 나는 영화를 보는 종합적, 전문적 안목을 갖춘 사람은 아닌데,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작품을 고른다는 말인가? 결과적으로 인권운동을 하며 길러온 나의 인권감수성을 기준으로, 아주 '편파적'으로 선정에 임했다. 이러한 내용적 명확함을 위해 인권영화제에서는 선정위원 중에 꼭 인권활동가를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리라. 영화는 오로지 메시지만으로 이루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인권' 영화제인 만큼 메시지에 집중해 작품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담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가? 지금 우리에게 어떤 공감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가?'를 중심에 두고 영화를 보았다. 감독의 고민 끝에 탄생한 작품이겠지만, 일부 작품에서는 인권적 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장면이 꽤 등장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은 작품들의 경우, 선정 위원들의 진지한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제한된 시간, 제한된 작품을 틀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조건에서 '어떤 고민이 우리에게 우선되어야 하는가?'가 최후의 선정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선정한 사람들의 '깜' 이지, 이것은 경쟁도 무엇도 아니라는 이야기. 그래서 나는 '심사'라는 말보다는 '선정'이라는 말로 이 작업을 표현하고 싶다.
다소 뻔한 선정 배경을 줄줄이 늘어놓은 이유는 왠지 모를 미안함 때문이다. 작품을 선정할 수 있는 자는 권력을 가진 것임에 분명하고, 그 결과,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작품들은 언제나 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모든 작품(그리고 작품을 만든 분들)에 대한 존중을 담아 최대한 열심히 보려 노력했다. 함께 선정 팀에 참여했던 분들도 마찬가지리라. 적어도 여기, 당신의 관객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길. 선정 위원들의 깜냥으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예술성이 있을 수 있으니, 심려치 마시길.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다.
그리하여 11개의 작품을 선정했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꽤나 괜찮은 작품들로 충만하다! 카메라 앵글 끝에 우연히 잡혀 뉴스에 출현하는 사람들, 그만큼 어디에도 있지만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사람들. 이들이 무대의 정면에 등장해 자기 목소리를 낸다. (, ) 심지어 조잡한 모자이크 뒤에 가려져 '음산한' 냄새를 풍기던 존재들이 모자이크 장막을 찢고 진짜 얼굴을 내보인다. () 인권 영화제 최대의 미덕,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날 것의 문제들을 우리 앞에 던져 놓는다. (take1.남한강, ) 망각할 수 없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고민을 연결하는 작품들도 있다. (, , ) 한 인물의 고군분투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사는 맛이 물씬 풍기는 작품도 있고 () 소통의 기본전제는 이해임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 인권적 문제의식을 극영화에 담아낸 작품을 만나는 건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
더 이상 무슨 말을 보탤 수 있으랴. 이런 선정 평 따위 보지 않아도, 영화제에 한 번 오셨던 분들은 봄만 되면 슬슬 영화제가 기다려 질 것이다. '올해는 꼭 가겠다!' 마음먹으신 분들, 부디 게으름과의 투쟁에서 승리하시길. 5월의 봄, 이 잔인한 계절에, 마로니에의 기적을 만들 수 있기를. 킁킁거리는 저수지의 개들이 깜짝 놀랄 만큼, 지나가던 지렁이도 꿈틀할 만큼 보통 사람들의 에너지가 넘실될 수 있기를.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을 두고두고 원망하지 않고도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기를. 그런 5월의 영화제를 나 또한 기다리고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