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6호] 이번 주 목요일 개막! - 5/19~5/22 서울 마로니에 공원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1/05/17
영화제 소식
국내작 소개
[개막작] 종로의 기적 Miracle on Jongno Street
이혁상 Hyuk-sang LEE
한국 Korea | 2010 | 다큐 | 117분 | HD | 컬러 | 16:9
'특히' 서울 종로구 낙원동은 게이들의 고단한 삶과 유쾌한 용기가 살아 날뛴다 한다. 궁금하다면 을 보시라. 네 명 게이들의 삶을 기록한 이 영화는 동성애자의 기적 같은 커밍아웃을 담았다. 그러나 기적은 이성애자에게도 일어날 것이다. 자신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타자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차별 없는 '낙원'에 도착하는 당당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므로.
이혁상 감독 인터뷰
감독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종로의 기적을 연출한 이혁상입니다. 현재 성적 소수문화를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의 활동가로 활동 중입니다. 장편 작은 이번이 처음이구요, 연분홍치마에서 만드는 다큐에 계속 참여해왔고 주로 촬영, 편집 일을 했었습니다.
이태원, 홍대와 다른 '종로'의 특별함은 무엇인가요?
지역별로 특성이 있는 것 같아요. 종로는 게이 커뮤니티로 가장 오래된 곳이고, 예전부터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고 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네 명의 친구도 다 그곳에서 만났고요. 청소년게이부터 할아버지게이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인 곳입니다. 이태원은 주로 젊고 잘생긴 게이들이 많고 외국문화가 혼재된 곳이라 클럽문화가 발달된 곳이에요. 홍대는 게이보다는 레즈비언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면 영화 찍기 전부터 종로를 염두에 두셨나요?
네. 처음에는 '게이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라는 가제로 시작했어요. 친구사이를 통해서 커밍아웃 인터뷰를 했던 친구들을 대상으로 섭외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4명의 게이가 주인공이 되었고, 이들이 사랑하고, 주말마다 술 한 잔씩 하는 종로라는 공간이 당연히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종로는 게이들에게 안식처였기 때문에 종로라는 공간이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종로의 기적'이란 제목은 친구사이 '지보이스'의 노래제목이에요. 이번 인권영화제 개막식에서도 부르실 것 같아요.
등장인물들이 영화를 통해서 불특정 다수에게 커밍아웃하게 되는 것인데다가 인권영화제는 거리 상영을 하고 있잖아요. 영화 주인공을 섭외할 때 반응은 어땠나요?
일단, 친구사이가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전부터 커밍아웃 인터뷰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진행했었기 때문에 제일 먼저 섭외 대상이 된 것은 커밍아웃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이구요. 영화 속 1번 여배우라고 이야기하는 (다들 여심이 가득해서 여배우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해요.) 준문이에게 섭외 요청을 했어요. 준문이는 계속 자신의 작품을 통해 커밍아웃을 해 왔기 때문에 시원하게 오케이를 해 줬어요.
나머지 친구들, 욜과 병권 같은 경우는 막 친구사이의 커밍아웃 인터뷰를 마쳤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했는데, 그 친구들은 워낙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열심히 하던 친구들이었고, 이 다큐의 취지에 열의가 있었어요. 그래서 오케이를 했고요. 마지막에 영수를 섭외했어요. 이 과정에서도 친구사이와 영수 사이에 오랜 기간 동안 협의가 있었고, 마침내 영수가 마음을 먹고 오케이를 해줬죠.
네 명의 주인공 모두가 처음에 다 두려워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이 영화가 어느 정도 판이 커질지 예상을 못했거든요. 저도 사실 이 영화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요. 영화제에 나가고 개막작으로 선정되고 그러면서 다들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다큐를 찍으면서 생활을 공유하고, 또 다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그 이후의 생활에 대해 같이 준비를 하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다 같이 결의를 다지게 됐습니다.
영화를 촬영할 때 한 사람 한 사람씩 찍으셨나요?
네 명을 동시다발적으로 찍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주인공들의 스케줄을 다 꿰고 있어야 했고,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으면 연락을 하라고 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주인공 네 명과 연애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서로의 스케줄을 모두 알고 있고, 2년 동안 주인공들의 삶에서 중요했던 순간들을 모두 같이 했었거든요. 나중에는 주인공들이 저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부분들이 커졌고 저 역시도 주인공들에게 많이 의지하게 되었고요. 단순히 감독과 출연자의 관계가 아니라 깊은 교감을 할 수 있었어요.
을 찍으면서 이 친구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 영화가 남겨놓은 숙제가 평생 같이 갈 거라고 느꼈어요. 이 영화는 저와 제 친구들의 인생 자체이며, 어느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어야 할 숙제에요. 이 영화는 제 남은 인생의 방향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담고 싶었지만 여러 사정 상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있나요?
종로에서 HIV/AIDS 캠페인을 했을 때 게이들이 자주 가는 포장마차에 갔었는데, 그 지역을 관리하는 건달들이 와서 에이즈 같이 더러운 얘기를 술 마시는 데에서 하느냐고 시비가 붙었던 일이 있었어요. 종로에서 게이를 대상으로 장사하는 분들은 성소수자들이 가면 우호적으로 대해줘요. 이 중에서는 정말 게이들을 좋아하고 이해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단순히 게이들을 돈줄로만 보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그때 들었어요. 성소수자들이 즐겁게 웃으며 술 팔아주고 돈 낼 때는 참아도, 성소수자들이 그들의 이슈, 특히 HIV/AIDS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못 참는구나... 이 부분이 종로라는 공간의 이중성을 극명히 보여준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의 흐름상 빠지게 되었고요.
또 한 가지는 운동진영 내의 호모포비아에 대해 담고 싶었고 원래 병권 에피소드 중에 상당부분이 이 주제에 관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저의 연출 역량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빠지게 되었어요. 이야기를 힘 있게 못 끌어가고 논점이 흐려질 바에는 차라리 빼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고 진보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동성애를 이론적으로는 인정한다고 하지만, 자기 자식의 동성애는 절대 참지 못하는 그러한 이중성이 운동진영 내에도 다수 존재하고 있어요.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운동 사회에도 남성 중심적, 이성애 중심적인 분위기가 널리 퍼져있거든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성애자들)이 성소수자들은 진보적이고 도덕적이며 비속어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들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그래서인지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영수가 비속어를 사용할 때 좀 충격적이었어요.
사람들이 동성애자에 대해 잘 모르고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개인적인 경험인데, 제가 대학교 4학년 때 영화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서 하는 퀴어시네마 강의를 청강했어요. 강의를 듣고 있는데 학생들이 동성애자들에게 여러 가지 많은 의미를 붙이는 거예요. '게이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르며, 고정된 성역할에 반기를 들고 투쟁하는 사람들이다'라고. 저는 답답해서 제가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그런 식으로 투사가 되고 싶지 않으며 너무나 환경이 억압적이어서 스스로를 감추고 사는 많은 동성애자들에게 성역할을 전복시킬 수 있는 투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을 했었어요. 많은 지식인들이 동성애자들의 고민들을 정말 존중하기 보다는 지식의 대상, 새로운 가설과 논리에 맞추기 위한 존재들로 생각을 해요. 동성애자들의 환경, 조건들에서 고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대상화하는 거죠. 동성애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차별은 거칠게 드러나는 반면, 너무 많이 아는 사람들의 차별은 우아하게 드러나서 겉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 영화를 통해서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이성애자 관객들에게 그들과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같은 사람인데 뭐가 그렇게 다르겠어요. 어찌 보면 사랑 때문에 인생을 확 바꿔버린 사람들일 뿐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게이에 대해서 여성스럽고 가냘프고 잘생겼을 것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성애자들이 모두 다른 것처럼 동성애자들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사회에 퍼져있는 편견들을 없애고 동성애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시키는 과정 중에 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영화 한편으로는 부족할 것이고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성소수자들이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찍으시면서 혹은 찍고 난 후에 어려움이 있었는지요?
어려운 점은 돈이 없었던 게 가장 일차적인 문제였구요.(웃음) 뭐랄까.. 서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과정과, 스스로가 또 하나의 사회적인 커밍아웃을 준비하는 과정이 도전이었어요. 왜냐면 이 다큐가 그 사람들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가능성이 있는 커밍아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 지점에서 마음을 다 잡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것이 어려웠고요.
또 영화 안에서 제 위치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영화 속에서 제가 등장하는 것은 제 스스로에게 사회적인 커밍아웃을 의미했고, 저 역시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제가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게 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이 영화는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해서 만들어야 하는 다큐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그 고민이 결국 제가 어느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이어졌어요. 그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제가 여배우들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또 커뮤니티의 도움도 굉장히 컸고요. 그래서 결국 저를 완전히 공개하면서 시작하는 영화가 되었죠.
또 다른 어려움은 종로에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 자체가 종로에 있는 게이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캠페인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각 게이바를 돌면서 캠페인을 했어요. 게이바에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가는 게 얼마나 위협적인 일인지 저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안에 들어가지는 않고 골목에서만 촬영을 했는데도 사람들이 피하는 거죠. 그러던 와중에 나이 지긋하신 선배 게이분께서 저희를 보고 여기가 어떤 곳 인줄 알고 촬영을 하느냐고 굉장히 역정을 내셨죠. 그래서 이 다큐에 대한 설명을 드렸지만, 화를 풀지 않고 가셨어요. 그 때 든 생각이 이 다큐멘터리가 만약 게이들에게도 외면 받는 다큐멘터리가 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고, 그것 때문에 심리적으로 힘들었죠. 이 영화는 게이들의 인권을 위해서 만든 영화니까 당연히 게이의 현실과, 숨어있는 게이들의 삶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종로의 기적'이라는 영화 때문에 '종로'라는 곳이 알려지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고민도 생겼어요. 그것은 아직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 같고요.
영화 찍기 이전에 비해서 개인적으로, 또는 주변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일단 호칭이 달라졌어요. 감독님이라고 불러주셔서 아직 참 부끄러워요. 그리고 내가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서 활동하는 사람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커졌어요. 한 사람의 인생과 때로는 생명도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커밍아웃도 일종의 일상 영역에서의 운동, 투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은 종로라는 곳을 통해서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하는 다큐멘터리고, 주인공 네 명과 그 외에 많은 커밍아웃을 한 사람들, 저를 포함한 이런 사람들이 함께 용기를 냈던 다큐멘터리였기 때문에 책임감이 커졌던 것 같아요. 이게 작지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보다는 주인공들의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왜냐하면 주인공들이 영화를 찍으며 생각도 많이 달라졌거든요. 이 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운동의 방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 친구도 있고요. 준문이는 스스로 치유했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개봉하고 나면 그 친구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해요.
주인공들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욜은 회사 그만뒀어요. 대기업에 다녔었는데 스스로 정체성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6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인권재단 사람'에서 활동하고 있고, 6월에 개봉과 맞추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올 거예요. 병권도 계속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성소수자 노동인권에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고, 애인과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준문은 올해 초에 라는 단편을 하나 또 찍었는데 그 단편의 후반 작업을 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후반 작업 때문에 고민 중이에요. 영수는 잘 놀고 있을 거고, 지보이스는 인권영화제 개막공연을 하기로 했고요. 각자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면서 개봉을 기대하고 있어요.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종로의 기적을 보기를 원하시나요?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기를 원해요. 그런 사람들 보라고 이 영화를 만들었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성소수자들에 관한 것들을 많이 보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해요. 주변에 잘 없으니까, 나와 다르니까 괜히 이상한 오해들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들의 직접적이고 다양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상호이해의 첫걸음이에요.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이 영화를 보고 욕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아예 말이 나오지 않는 것보다는 여러 논쟁을 함으로써 호모포비아의 실체도 드러나고 더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뭔가 하나의 이슈를 가지고 더 깊게 파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만들기 전에 애초에 생각했던 건 역사 다큐멘터리였거든요. 낙원동이 어떻게 게이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었고, 옛날 게이들의 문화는 어땠는지 거슬러서 찾아보는 다큐멘터리를 하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단계도 아니고, 힘을 얻고 고민의 깊이가 더 깊어지면 HIV를 다룬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집중해서 하고 싶네요. 일단은 좀 쉴래요!
서울인권영화제를 위한 지지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진심으로 제일 먼저 가고 싶었던 영화제에요. 인권운동을 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와 연분홍치마, 친구사이가 이 영화를 찍은 것은 단지 다큐 감독과 제작자로서 하나의 작품을 찍은 것이 아니라, 찍는 행위 자체가 인권운동이었던 거예요. 이렇게 영상을 통한 인권운동을 한 자리에 모아 상영하는 인권영화제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많은 분들이 인권영화를 보러 마로니에 공원으로 오는 행위 자체가 인권운동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영상을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인권 현안의 현장에 함께하는 것이 인권운동의 시작이니까요. 그래야 타인의 고통, 아픔, 행복을 공유하고 더 새롭고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인권영화제, 사랑합니다~!
해외작 소개
[폐막작] 파이프 The Pipe
리스터드 오도널 Risteard O' Domhnaill
아일랜드 Ireland | 2010 | 다큐 | 83분 | HD | 컬러
96년 아일랜드 서쪽 해변에 가스가 발견된다. 가스를 운반하기 위한 파이프라인은 아일랜드 로스포트라는 지역의 어촌을 통과하게 된다. 송유관 건설로 인해 생태계의 파괴와 생계 수단을 상실할 것을 예상한 주민들은 이에 반발하지만 아일랜드 정부는 경찰을 앞세워 석유개발기업인 로얄 더치 쉘의 편을 든다. 영화는 돈과 권력으로 무장한 골리앗을 상대로 싸우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명장면 감상평
가스, 개발, 돈. 이런 것들과 상관없이 마을의 해변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민지)
자신은 이곳에서 평생 살아왔다는 어부의 말은 자원을 자본으로 환원하려고만 하는 쉘의 개발논리보다 더 강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돌고래가 노니는 제주도 강정을 시멘트로 덮어버리려는 해군기지 계획에 맞서는 강정마을 사람들을 아프게 떠올리도록 한다. (현주)
정부와 경찰, 기업이 한 편이 되어 마을 주민들의 길을 막는다. 경찰이 휘두르는 폭력과 기업의 막대한 돈에 비하면 주민들은 가진 것이 없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만은 당당하다. (민지)
어! 울림
자원활동가 편지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나는 평범하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고, 동생 두 명이 있으며, 나는 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있다.
어쩌면, 소위 말하는 사회의 '문제'들과는 조금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성소수자 군형법 합헌판결,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두리반 문제, 대학 내 청소노동자 문제...
내 주변에 있는 '평범한' 친구들을 보면, 그다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스스로에게 너무 버겁고,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은 '불편한 진실'을, 알아야 한다. 아니,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내가 관심 갖고, 개선시키려 노력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할 것인가?
누군가가 나서서 대신 해결해주기를 바랄 것인가?
그리고 내가 '불편한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이유가 더 있다.
그것은 그 누구도 절대적인 강자는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심지어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부와 명예를 거느리고 있지만
자살한 자식의 부모라는 점에서는 사회적인 약자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오고, 판사까지 지낸 나경원 국회의원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다.
우리가 아주 조금의 관심이라도 세상의 부조리에,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가져준다면,
어쩌면, 조금씩, 천천히 변할지라도 결국 세상은 변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인권영화제 자원활동도, 세상을 바꾸는데 아주 미약한 힘이라도 되었으면.
아파하는 이들에게 마음의 위안이 되었으면.
편집후기
울림 독자 여러분께
울림 독자 여러분, 이번 울림은 어땠나요? 기사에 대한 의견, 읽고 난 감상, 울림을 위한 조언 등이 있으면 메일(hrfilmfestival@empal.com)로 보내주세요. 독자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