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서울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2호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2/04/12
소식
17회 서울인권영화제 날짜, 장소 확정
17회 서울인권영화제 개최 날짜와 장소가 다음과 같이 확정되었습니다.
일시 : 2012년 5월 25일 (금) - 28일 (월) 4일간
장소 : 서울 청계광장
서울인권영화제는 올해로 5년째 거리 상영을 이어갑니다. 올해도 거리에서, 좋은 작품과 함께 관객 여러분들을 만나 뵙겠습니다.
작년(2011년)에 15회 서울인권영화제가 열렸었는데 올해는 16회를 건너뛰고 17회로 개최됩니다. 5회와 6회 사이에 5.5회를 열었던 이후로 15주년이지만 14회, 16주년이지만 15회가 되는 식으로 인권영화제 나이와 횟수가 서로 맞지 않아서 오는 혼돈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올해에는 17주년을 맞이하여 17회 서울인권영화제가 열리게 됩니다.
국내작 소개
김일란, 홍지유 | 2011 | 다큐 | 99분
다큐멘터리 은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9년 용산참사를 추적한다. 생존권을 호소하며 철탑 망루에 올라야 했던 철거민들은 망루를 짓기 시작한지 불과 25시간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땅에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철거민들은 범법자가 되었다. 화염병을 가지고 망루에 오른 철거민들의 불법폭력시위가 참사의 원인이라는 검찰의 발표와 공권력의 과잉진압이 진압작전을 참사로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부딪히며 정권심판과 불법폭력시위 근절이라는 양측의 팽팽한 긴장으로 진실공방의 긴 싸움을 예고한다. 이후 용산참사의 진실을 둘러싼 긴 싸움은 법정으로 이어진다.
이 다큐멘터리는 두 개의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경찰특공대가 진압명령을 받은 19일 오전부터,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망루가 붕괴될 때까지 만 하루 동안에 발생했던 현장의 이야기이며, 다른 하나는 그날의 사건을 다루는 법정의 이야기이다. 다큐멘터리는 이 두 개의 플롯을 오가며 한국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자행되어왔던 국가 공권력의 메커니즘을 용산참사의 진실의 한 측면으로서 다루고 있다. 이렇게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법정에서 참고인으로 출두했던 경찰특공대의 증언, 인권활동가와 법조인의 인터뷰, 보도자료 등을 통해 극한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그날의 망루에 고통스럽게 접근해간다.
감독 인터뷰
◎ 두 분 감독님 소개를 부탁합니다.
김일란 감독(이하 김):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일란이라고 합니다.
홍지유 감독(이하 홍): 저는 홍지유입니다.
◎ 남일당 옥상에 있는 문 두 개에서 제목 이 나온 것 같은데요. 제목에 담긴 뜻은 무엇인가요?
김: 송경동 시인이 쓴 칼럼이 오늘 올라왔는데, 그 칼럼의 마지막 문단에서 저희의 답을 대신해서, 저희보다 더 정확하게 대답해주셨더라고요.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검색하여 보여주면서) 한 번 읽어보세요.
"자, 이제 다시 우리들 앞에 용산참사의 진실을 향한 이 다가와 있습니다. 하나는 망각으로 흐르는 문이고, 하나는 다시 진실을 찾는 문입니다. 하나는 굴종으로 향하는 문이고, 하나는 자유를 향한 문입니다. 하나는 과거의 늪으로 향하는 문이고, 하나는 조금 밝고 평등한 내일로 향한 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문의 손잡이를 돌릴 것입니까? 용역깡패들과 폭력 경찰들에게만 진입이 허락되었던 안에서 아직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의 영혼이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 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김: 송경동 시인께서 이라는 제목에 담긴 저희의 감정적인 의도를 - 역시 시인이라 다르신가봐요 - 잘 표현해 주셨어요.
애초에 저희가 이 제목을 생각했던 것은, 재판 모니터링을 하러 들어가 보니 특공대가 어느 문으로 들어갔느냐가 재판 진행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였어요. 남일당 건물은 두 개의 건물이 합쳐진 건물이어서 구조가 아주 복잡하거든요. 옥상도 나누어져 있어서 망루가 지어진 곳과 경찰 컨테이너가 내린 곳이 높이가 서로 달랐고요. 컨테이너가 내린 쪽에 문이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망루가 있는 쪽으로 넘어가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창고 문이었어요. 재판에 본격적으로 특공대원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되면서 김형태 변호사님이 계속해서 '어느 문으로 들어갔느냐'고 물으셨어요. 그런데 저희는 건물 구조를 잘 모르는 상태여서 머릿속에 그림이 잘 안 그려지는 거에요. 그래서 용산철거민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활동가들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해 주었죠. 이렇게 충분히 설명을 들고 나서야 알게 되는 구조인데, 특공대는 제대로 설명도 듣지 못하고 들어갔다니. 아무리 훈련을 받은 사람이어도 어떤 구조인지 알아야 들어갈 수가 있는데, 그걸 몰랐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지에 대해 홍지유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그건 바로 공포심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리고 누구의 안전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뜻이죠. 이게 바로 이 사건의 핵심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두 개의 문이라는 제목의 의미도 송경동 시인이 말한 내용으로 점점 확장되었죠. 아마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저희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미 다들 느끼실 것 같아요.
◎ 감독님들께서 용산참사 현장에서 미디어활동을 시작한 것은 범대위의 요청이 있었던 것인가요?
홍: 요청이 있기도 했고, 저희가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그때 한창 저희는 이전 작품인 작업을 하고 개봉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할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갔던 시기가 (2009년) 6월이었고, 그땐 이미 많은 활동가들이 용산에 모여 있었죠. 범대위와의 연대도 있었고, 미디어 활동가들이 독립적으로 촛불방송국 레아에 터를 잡고서 속보영상 및 남일당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촬영하고 있었고요.
◎ 보통 경찰 대 농성자의 대립으로 이해되는 구도를, 이 영화에서는 경찰 수뇌부 또는 국가를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경찰특공대원들의 진술과 관점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도 눈에 띕니다. 이러한 접근방식을 택하게 된 이유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홍: 남일당에 처음 갔을 때, 분향소 안에 있는 다섯 분의 영정사진과 '철거민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쓰인 플랜카드가 보였어요. 나중에 남일당을 정리하고 나올 때까지도 그것이 계속 머릿속에 있었어요. 희생되신 다섯 분의 철거민과 한 분의 경찰이 함께 이야기될 수 있는 조건이 지금은 아직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철거민과 경찰, 양자의 대립구도가 계속 이야기되는데, 사실 어떤 측면에서는 그날 망루에서 누군가의 힘에 의해 서로에게 적대적인 상황에 몰린 거죠. 철거민과 경찰이 그렇게 내몰리게 된 조건은 너무나 다르지만, 어떤 순간부터 철거민과 경찰은 모두 스스로 판단할 수 없었고 상황을 원하는 대로 이끌어갈 수 없었다는 면에서는 같은 지위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생사의 기로에 함께 섰던 순간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으려면, 서로에게 적개심을 갖는 그런 위치에서 다시 마주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끝까지 놓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일란 감독" src="http://hrffseoul.jinbo.net/2013/sites/default/files/ullim/123/section_li...">김: 집회에서 경찰이 '시민들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경고방송을 할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자원활동가 효열: '나도 시민인데, 나는 어디로 가라고'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죠. 거기에 더해서 경찰도 시민인데 말이죠. 어떤 때에 철거민은 시민이 아니고, 어떤 때에 경찰이 시민이 아니게 되는 걸까요. 왜 저들은 우리를 시민에서 빼버리는 것이며, 대체 누구의 안전을 위한다는 걸까. 이런 이야기를 홍지유 감독과 많이 나눴었어요. 거기에 더해서 경찰들은 왜 시민이 아니게 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다큐에 반영이 된 것 같아요. (자원활동가 민지: 집회에서 경찰이 행진을 막으면 그들에게 화가 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동시에 왜 저 사람들을 향해 화를 내야만 하는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홍: 집회 현장에서 전경들을 향해 문제제기하거나 몸싸움을 하는 것을 자제하자는 얘기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해요. 그 사람들 너머에 있는 지휘관이나 정부를 향해 문제제기를 하자는 것에 반대한다기 보다는, 그 사람들이 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이야기하고 언성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 않으면 전경들은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들을 기회가 정말 없잖아요. 아주 일상적인 집회에서의 대립과, 그날 망루에서 일어난 대립이 근본적으로는 같다고 생각해요. 농성자들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억울함이 있기에 이런 위험천만한 망루에 올랐을까라는 생각을 전경들이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경찰들이 어떤 상황에서 공무집행을 하며 대원들이 어떤 상황에서 사지로 내몰리는지를 이 말하지 않는 한 개선될 여지가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집회현장에서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 외에 그들과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 그들이 '공무집행'이라는 얼마나 얄팍한 정당성을 갖고 사지에 내몰리는지 자세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김: '사지'로 내몰린다고 할 때 그 사지는 철거민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특공대원들에게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안전을 위한 조건을 마련해주지 않았기에 만들어진 사지이죠. 이 표현을 쓸 때 고민이 좀 되었거든요. 철거민과 경찰의 대립구도에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 특공대원이 직접 '생지옥이었다'라고 표현하는데 ? 마치 철거민이 만들어 놓은 생지옥 또는 사지에 경찰이 내몰린 것처럼 전달되는 건 아닐지 우려가 들어서요.
홍: 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저항에 계속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현실에서는 안타깝게도 '철거민들이 불법 시위를 했다, 법을 어겼다, 따라서 모든 일의 원인제공자다'라는 논리에 많은 사람들이 설득되고 있어요. 이건 용산 뿐만이 아니라 많은 곳에서 적용되는 문제이죠.
◎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현재 한국 사회의 공권력이 보여주는 행태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됩니다. 더 나아가 그렇다면 공권력은 과연 어떻게 운용되어야 할지 그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감독님들께 답을 내려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김: 질문이 너무 어렵네요(웃음). 사실, 우리사회는 공권력이 무엇인지조차 논의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이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경험에 따라서 '공권력'을 다르게 받아들이는데, 어떤 사람은 경찰에 차가 가다 섰는데 기름을 갖다달라고 하거나 또 어떤 사람은 개를 찾아달라는 등 약간의 서비스 개념으로 공권력을 이해하기도 하고요, 우리 같이 집회현장에서 경찰과 자주 부딪치는 사람들은 공권력이란 것을 상당히 부정적이고 억압적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살아온 삶마다 공권력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다른 우리들이 모여서 한번 도대체 공권력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홍지유 감독" src="http://hrffseoul.jinbo.net/2013/sites/default/files/ullim/123/section_li...">홍: (일란의 말에 동의한 뒤) 현재 상황에서 공권력은 불법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한다는 얄팍한 당위성을 가지고 정부로부터 자행되는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죠. 좁혀서 이야기하자면, 경찰특공대가 시위진압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 진압'이라는 특공대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다 할지라도 여전히 문제가 있어요.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누구인가요? 망루 위의 농성자들은 국민이 아니었나요? 만약 국민이 우리나라 사람을 말하는 것이라면,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을 위협하는 외국인들은 모두 섬멸의 대상이라고 말할 수 있나요?
◎ 영화에서 재판 녹취 내용 중,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몇 초의 침묵이 흐른 후 특공대원이 '농성자에게 있다'고 답하는 내용이 나오잖아요? 혹시 그 말을 할 때의 특공대원의 표정을 보셨는지요?
김: 사실 그 증인이 저희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서 못 봤어요. 한국의 재판 과정은 외국의 배심원 제도와는 다르게 방청객들을 배려하는 재판이 아니에요. 배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그들끼리 재판 진행을 하죠. 현장에서는 재판하는 과정에서 목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들과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있다고나 할까요?
◎ 특공대원의 표정에 대해 물은 것은, 그의 침묵이 한 개인에게 있어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김: 사실 할 수 있는 답은 그것밖에 없었겠죠. 그 증인들이 "무리한 진압과정 지시를 내린 수뇌부의 책임입니다"라거나 아니면 "경찰의 책임입니다"라고 말할 수가 있겠어요? 당연히 농성자의 책임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겠죠. 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할 수 있겠네요. 실제로 그렇게 답한 증인도 있었어요. 문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이미 정해져있다는 것과 그런 답이 재판과정에서 중요한 참고사항으로 쓰인다는 것이죠. 그러나 너무나 당연히 정해져 있는 이 답을 말하는 과정에서 증인인 특공대원이 몇 초간 침묵했다는 것, 그리고 또 다른 대원들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 자체에 상당히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겠죠.
홍: 이 장면을 극영화로 재구성 한다면 카메라 앵글 앞에서 그 증인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그 대원의 표정을 상상해 본다면 정신없이 흘러가는 재판과정에서 참사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다가 그 질문을 받고, 몇 초간의 침묵 후,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무표정하게 말을 했을 것 같아요. 사실 그런 부분들을 영화적인 장면으로 끌어낼 수 없었던 것이 좀 아쉽기는 했어요.
◎ 마지막으로 서울인권영화제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김: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정말 큰 영예에요. 연분홍치마에서도 인권영화제는 당연히 출품해야 할 영화제로 생각하고 있고요. 그런데 인권영화제의 높은 인권감수성이 어떤 감독들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인권을 주제로 할 때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 어떤 것들은 지양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할 수 있도록 논쟁이 될 만한 영화를 상영하는 섹션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슨 이야기나면, 좋은 인권영화인지 아닌지 논란이 될 만한 영화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일부러 거친 화법으로 '나쁘게' 표현해서 논쟁을 유도하는 영화들이요. 연분홍치마가 종종 받는 비판이 너무 착한 화법으로 올바르게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에요. 일부러 도발적이고 위악적인 화법을 택함으로써 사람들을 논쟁하게 만들어 더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는데 말이죠. 인권영화제도 항상 올곧고 바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논쟁을 통해 많은 것을 전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홍: 2009년 청계광장에서 가 상영될 때 희열을 느꼈어요. 그땐 인권영화제가 열리는 걸 말 그대로 '공권력'이 방해했었고, 그 때문인지 밤까지 관객들이 많이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는 무사히 열릴지 모르겠지만, 그때만큼 관객이 많이 왔으면 좋겠네요.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해외작 소개
Marie Caspari | 독일, 스위스 | 2011 | 다큐 | 88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에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하는 세 젊은이들의 이야기. 병역거부를 하고 가이드가 된 이스라엘인 마야, 이스라엘 군에게 동생을 잃은 라비아, 분리장벽 앞 시위를 위해 영국에서 온 조디.
이스라엘인인 마야는 군 복무를 거부하고 가이드가 되었다. 그녀는 관광객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지역을 통과하면서, 이스라엘 홍보 시스템이 왜곡하는 정보의 균형을 잡아준다. 이스라엘 군인들에 의해 여동생을 잃은 라비아는 연극을 통한 저항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현재 주변사람들의 지원조차 경계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영국인 조디는 팔레스타인들의 평화로운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빌린' 마을로 왔다. 매주 금요일 그가 참석하는 시위는 진압대와의 충돌 때문에 항상 평화롭지만은 않다.
세 젊은이들은 밝은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 자신의 방법으로 투쟁과 저항을 이어간다.
명장면 감상평
이 장면은 조디가 생일을 맞이하여 팔레스타인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는 장면입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사람들이 모여서 축하해주는 장소입니다. 앞에는 군인들이 총을 겨누고 있고 철조망이 바로 앞에 배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얼핏 보면 극도로 위험한 상황 속에서 울려퍼지는 생일축하 노래에 대해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양극화로 상반된 두 상황이 겹쳐진다는 역설적인 점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극대화 시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진)
사람들을 향해 뿌려지는 최루액은, 시민들을 향한 서울의 물대포를 떠오르게 했다.. 하지만 이젠 이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 닮기를.. (지현)
"너무 미안해"...
무엇이 이 이스라엘에서 온 소녀를 미안하게 만들었을까? 소녀는 알고 있다. 아마 그것은 이스라엘에 의해 자행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이며, 이것은 이스라엘국민들조차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일 것이다. (효열)
무장투사였던 라비아는 총을 내려놓고 연극을 통해 점령과 폭력에 저항하고자 한다. 그의 말대로 너무나 많은 사람을 잃게 만든 이 '상실의 고리'가 이제는 멈추기를 바란다. (민지)
자원활동가 편지
아픈 냄새
초등학교 3학년 때, 집 근처 공터에 조립공장이 생겼어요. 할아버지는 아시는 분의 소개를 받아 그곳에서 일을 하게 되셨어요. 하루 9시간 넘게 할당된 짐, 그 이상을 나르고 나서야 할아버지는 2만원 남짓한 돈이 든 흰 봉투를 지팡이 삼아 집으로 돌아오셨죠. 일을 하고 오신 할아버지의 몸에서는 돼지 본드 냄새와 고무 타는 냄새가 뒤섞인 공장 냄새가 났어요. 씻어도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건 결코 좋은 게 아니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 냄새를 한 번 맡을 때 할머니의 양은 냄비 속 호박 나물을, 두 번 맡을 때 제 머리위의 작은 머리핀을 떠올리셨대요.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 공장 냄새를 다시 맡게 된 건 작년 겨울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 버스 안에서였어요. 철지난 운동복 차림에 모자를 눌러 쓴 아저씨가 버스에 오르자 그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구겨진 얼굴로 아저씨를 피했어요. 술에 취해 그렇겠지 하며 창문으로 눈을 돌리려는데, 언젠가 너무 익숙했던 할아버지의 그 공장냄새가 확 풍겨 왔어요. 놀라서 아저씨를 쳐다보았죠. 아저씨의 옷은 지저분하고 손은 딱딱한 나무껍질 같았어요. 몇 정거장이 지나간 뒤 아저씨의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어요. 아저씨의 딸이 맛있는 걸 사오라며 어리광을 피우는 전화였던 거 같아요. 전화를 받으시는 아저씨의 얼굴은 모자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우리 할아버지, 우리 아빠, 우리 삼촌. 우리 가족의 얼굴과 같았어요.
우리는 학교에서 배워요.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니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든 평등하게 대하라고. 몸이 불편한 우리의 이웃을 내 몸처럼 돌보라고. 우리는 전혀 아쉬울 것 없는 다수에 서있으니 무엇인가가 결핍되어 소외 받는 소수를 돌볼 의무가 있다고 배워요. 하지만 봐요. 우리의 소중한 가족이 혹은 내가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소수인지도 몰라요. 남 일이라고,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진실로부터 소외 된 것일지도 몰라요... 그래요. 아직은 저도 잘 몰라요. 부끄럽지만 그냥 그런 거 같다는 느낌만 있을 뿐이에요. 그래서 좀 알아보려고 여기에 왔어요. 아직 철없고 가끔은 한심한 저이지만 진실을 알고 세상을 똑바로 바라 볼 자격이 있으니까요!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한 표현의 자유
안녕하세요~! 17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게 된 박수진입니다. 처음에 공지를 접하고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인권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학교에서 이론적으로 지켜지고 존중받아야 할 사람의 기본 권리들에 대해 공부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일상생활 속에서 나 자신과 다른 사람 개개인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문제점들을 무심코 지나쳤었는데요. 시간이 흐른 후에 소수자들의 인권에 관한 책을 읽게 되면서 사회 속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표현의 자유에 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여러 곳에서 인권이 침해되고 있었고 이에 대응하여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소수자들의 인권을 예로 들겠습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틀림'과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탄압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사회 속에서 다양한 성적지향을 가진 소수자들, 몸이 불편한 분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멸시를 받으며 생활했던 인종차별의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조금씩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대중매체와 같은 매개체를 통해 사회에 커밍아웃을 하고, 시설이용에 대한 건의를 하는 등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권이 침해되었을 때 각 개인은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보상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예전에 어린이들이 종종 쓰는 색연필의 '살색'이라는 색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인종차별적인 색을 지칭한다고 해서 지금은 없어졌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사람들의 무의식에 자리 잡은 차별은 개선되어야 합니다.
현대사회를 흔히 다문화 사회라고 지칭합니다. 이전에 한국사회에서는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었지만 현재 외국인 노동자가 100만명 이상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우리도 다문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다른 것이 차별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보편적인 권리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각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권을 타인이 지닌 인권과 상충하지 않는 경계선에서 존중하고 인정할 때 우리 사회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인권영화제를 통해 여러 영화들을 접해보고 활동하면서 불이익을 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울림 독자 여러분께
울림 독자 여러분, 이번 울림은 어땠나요? 기사에 대한 의견, 읽고 난 감상, 울림을 위한 조언 등이 있으면 메일(hrfilmfestival@empal.com)로 보내주세요. 독자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