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서울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5호] 영화제 D-11, 서울 청계광장으로 오세요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2/05/15
소식
청계광장에 인권영화관 짓기 - 후원도 활동입니다
지금 서울인권영화제는
소용돌이를 건너는 뗏목입니다
매년 맨땅에 인권영화관을 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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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 소개
오정훈 | 한국 | 2011 | 다큐 | 78분 | HD | 컬러 | 16:9
2010년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학교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용인의 흥덕고등학교 1학년 8반 교실에서 벌어지는 교사와 학생의 대화, 갈등을 통해 인권조례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들과 현재를 들여다본다.
감독 인터뷰
(*편집자 주 ? 이번 인터뷰 기사는 오정훈 감독님의 제안에 따라, 질문과 답변 형식 대신에 인터뷰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감독님과 자원활동가들이 각자의 생각과 소감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언론에 의해 이슈화되기 전에도 학교폭력은 늘 존재했다. 십수년 전에 나온 을 보아도 권위주의적 학교시스템에 억압받는 학생들의 에너지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잘 알 수 있다. 최근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학생들의 이야기가 이슈화되었고, 이 문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유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이 언급되고 있다. 학생들을 너무 '풀어'줬기에 너무 막 나간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학생인권조례'는 무엇이며 진정한 학생인권이란 뭘까. 학생들에 대한 부채감으로 10년 만에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다큐를 찍으셨다는 감독님과,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그만둔 세 명의 영화제 자원활동가들이 만나니 학교의 현실과 진짜 학생인권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바람부는 충무로. 감독님과 세 명의 자원활동가는 근처 카페에 모여 두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준비해간 질문과 답변이 무색할 만큼 뜨거운 토론의 장이었다.
오정훈 감독: 학생인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나서 이렇게 힘든 대화는 처음이다. 시종일관 학교와 교육의 문제를 깊이 있게 나누었다. 어쩌면 가장 가까운 현실에 살고 있는 세 사람(인터뷰에 참여한 세 자원활동가)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도 왕따가 있었고, 폭력도 있었는데, 왜 요즘에서 새삼스럽게 요란을 떠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 것인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 고통받는 것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난 미안하다는 생각이 가슴에 차 있었다. 내가 힘든 학교생활을 만들게 한 것 같고, 문제의식을 갖고는 있지만 해결할 수 있는 뭔가를 갖고 있지 못한 것 때문인 것 같다. 학교에서 정말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야기를 나누면서 실마리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점점 더 많이 나누고,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학생은 학생들끼리, 교사는 교사들끼리. 그리고 학교와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좀더 많은 시간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힘든 만남이었지만, 나의 마음과 행동을 다시 가다듬는 대화였다.
예진(자원활동가):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던 점은 학생인권과 교권이 부딪히면서 어느 한 쪽이 침해될 때 이 둘을 조화롭게 같이 지켜나갈 수 있으려면 서로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할까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감독님은 선생님들은 학생인권에 보다 친숙해지고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보다 학생들과 소통하는 등의 노력들을 보이고 이에 대해 학생들은 이러한 교사들을 여유 있게 바라봐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갈등들을 해결해주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감독님은 솔직히 학생인권조례 발효만으로 학교 내의 문제들을 다루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그래도 학생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학생옹호관제도 등이 갖추어져서 공식적으로 학생인권에 대한 법이 만들어진 것은 정말 큰 의의라고 말씀하셨다.
영화가 학교와 학생들, 선생님들을 다루고 있듯 그런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유진, 화신, 감독님과 서로의 생각을 말해보았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생님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소통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또한 겉으로는 맹목적인 공부는 소용없다고 하면서 막상 학생들과 부딪힐 때는 학교교육을 받는 가장 기본적이고 절대적인 이유는 대학입시라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이 아직 많이 계시다는 것에 대해서도 같이 입을 모았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가 의미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학교폭력과 같은 진도와 시험이라는 우선순위에 뒤처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같은 의견을 보였다.
이렇게 감독님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보다 학교생활에 대해서 더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학교교육과정에 무작정 끌려가기보다는 주체성을 가지고 나를 중심으로 두며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유진(자원활동가): 평소 학교가 굳이 있어야 하나라고 생각 할 정도로 학교에 대한 불신감이 컸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고 함부로 모욕당하지 않는 흥덕고 학생들이 참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학교 내에서 빚어지는 갈등들이 눈에 들어오며 학교 다니던 시절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는 건가 하는 생각에 우울했었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감독님은 지금 학생인권의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했다. 어쩐지 어떠한 의도가 담겼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느지막하게 인터뷰가 시작 되고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태까지 내 태도와 사고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비록 현실자체가 암담하지만 그래도 변화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생각들이, 당연하면서도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평소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숨 막혔던 학교생활과 그 사고방식에서 아직까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싫어만 했던 나에게 감독님처럼 생각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는 분들이 있었다는 것에 뭉클하기도 했고, 지레 포기하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던 과거가 한심했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학생인권이 많은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있길 바라고, 또한 그에 관한 고민들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화신(자원활동가): 나는 학생인권조례가 이상적이지만은 않으며 단지 땅바닥으로 떨어졌던 학생의 인권을 정상궤도로 올려놓고 있는 장치라 생각한다. 학생인권이 보장되어도 입시중심적인 학교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한, 학교가 가진 본질적 문제와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다닐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인 옥희 학생을 보며 그런 생각이 더 확실하게 들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도 비교적 학생의 이야기가 존중받는 학교였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학교생활이나 학교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더 큰 괴리감을 느꼈다. 누구보다 나를 이해해주리라 생각했던 선생님이었지만, 대화의 결론은 항상 '대학'이었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말로 포장했지만 그건 사회가 나에게 대학을 요구하는 것과 다른 것이 아니었고 하고 싶은 것도,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도 찾지 못했던 나에게 그건 엄청난 부담이었다. 늘 유리천장에 갇힌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며, 또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며 느낀 건 학생인권조례가 이러한 학교시스템에 대해 해답을 제시 할 순 없지만 변화를 이끄는 촉매제의 역할은 할 수 있다는 거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학생인권을 이야기하고 학교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다보면 학교도 더 이상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닌 진정한 배움의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 에너지를 안고 돌아왔다.
해외작 소개
미쉘 판 엘프 Michiel VAN ERP | 네덜란드 | 2011 | 다큐 | 86분 | HD | 컬러+흑백
성전환수술을 개척했던 1세대 트렌스젠더 세 명의 이야기. 그들은 이제 노인이 되었다. 세상은 그들에게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들은 아직도 상대에게 성전환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는가 하면, 여전히 거부반응에 부딪힌다.
명장면 감상평
그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장면. (이끼)
수술한 곳에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들어가지 못하고 벽만 쓰다듬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공간이 불러일으키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저 손에 다 포함되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나현)
이 영화 속에서 유독 마음이 많이 가던 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회적인 시선과 그로인한 해프닝들, 본인의 혼란과, 또 자신의 사랑을 위해 사랑을 보내주려 하는 모습이 마음아프기도 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그 중에서 이 인물이 과거 자신이 했던 고민들과 일들을 이야기하며 여성 호르몬제를 먹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본인이 누구 인지에 대해 포기 않고 고민하며 일종의 여행이었던 그간의 감정들이 이 장면에 녹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유진)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시나요?" "아니요, 전혀요."
자신의 선택과 삶을 긍정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며 솔직한 대답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 역시 그녀가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민지)
자원활동가 편지
다름을 인정하고 배우는 세상
화이부동. 서로 어울려 지내나 남과 같아지지 않고 자신의 중심은 지킨다는 말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말이기도 한 이것은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시대 속에서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들은 제각기 다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우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르다'에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양성을 추구하고 또 그에 맞춰 더욱 더 다양해지는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서로 다르다고 느끼는 대상들에 대해서는 적대적이고 마음의 벽을 허물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권영화제에서 다루는 영화들도 이러한 아이러니를 소재로 만든 영화들이라고 생각한다.
상영작들을 통해 이번 17회 서울인권영화제가 우리와 다름을 인정하고 보다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세상, 어느 누구도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영화제에 자원활동을 하면서 차이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포용할 수 있는 자세를 배우고 싶다.
인권실현의 마당(場)에 대한 작은 오해
"제가 영화랑 별로 안 친해서..."
인권운동사랑방 자유권 팀 상임활동가로부터 처음 서울인권영화제 활동을 권유받았을 때, 영화랑 친하지 않다는 이유로 완곡히 거절했었습니다. 평소 영화를 별로 즐기지 않는데다가 '인권운동으로서의 영화'를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까닭에, 스스로 자격미달(?)이라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처음에 저는 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를 '영화분석가'내지 '영화평론가' 정도로 여겼던 것 같아요. 자원활동을 신청한 이후에 학교 도서관에서 「영화, 그 기호학적 해석의 즐거움」, 「시각과 현대성」과 같은 책을 그야말로 진지하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앞으로 인권영화를 기호학적으로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왜 저는 이런 엉뚱한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왜 저는 '영화랑 친하지 않아서' 영화제 활동이 꺼려졌고, 영화제 활동을 위해 '인권영화에 대한 분석'을 준비했던 것일까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좀 창피하지만, 처음의 저는 인권이 아니라 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의 영역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러는 동안 저는 정작 중요한 '인권'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본말전도라고 할까요?
중요한 것은 '영화'에 담겨진 인권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인권'의 의미를 현실에서 어떻게 전달하고 실현할 것인가라는 것이겠죠. 물론 영화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은 인권 실현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는 부차적인 부분이라는 것이죠. 인권 실현이 우리의 최종의 꿈이라면, 영화는 그러한 꿈에 도달하기 위한 길들 가운데 하나라고나 할까요?
처음 자원 활동을 신청할 때 썼던 에세이를 지금 다시 살펴보니, '인권실현의 장(場)으로서의 영화의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싶다'고 되어 있네요(왜 저는 글과 생각이 자주 일치하지 않을까요?). 이 오그라드는 표현이 지금, 바로, 여기에 있는 저의 생각을 가장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실현을 위한 마당(場)이 열리는 날이 가까워 졌네요. 이번 마당을 통해 우리의 꿈이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습니다.
J에게
안녕? 오랜만에 다시 편지를 쓴다. 잘 지내고 있지?
5월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 모든 자연은 배불리 광합성을 하고 무럭무럭 자라는 느낌이야. 나는 요즘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서울인권영화제를 준비하고 있어.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청계광장에서 인권영화제가 열리는데,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고 있거든.
학교를 벗어나 인권운동사랑방을 드나들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것 같아. 아무래도 학교에서는 대다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을 만났는데, 사랑방에서는 제각각 다른 빛깔의 사람들이 유동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러면서 자극도 받고, 그동안 내가 정적으로 안주하며 생활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더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공부를 할까를 고민해 왔는데, 지금은 그 고민을 잠시 접어두었어. 효율과 집중. 좋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온갖 바쁜 척을 하면서 돌아다니기 보다는, 사람들 곁에 머물면서 조금 더 교감해 보자는 것이 요즈음의 생각이야.
사랑방에서 짧은 시간에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일을 하기보다는, 일이 서툴더라도 시간을 내서 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자리를 채우고 손을 보태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 물론 전적으로 내 생각이야. 그리고 그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 어떻게 하면 시간을 더 잘 쓸까 머리를 굴리고, 회의에 참석하기 귀찮고, 게으름 피우고 싶은 마음도 많이 들구. 그럴 때마다 머리의 전원을 끄고 심호흡을 해.
앞으로 1년 동안은 지금까지의 생활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볼 작정이거든. 물론 그게 잘 될지 잘 되지 않을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거 같아.
5월의 마지막 주, 신나는 영화제로 널 초대할게!
그럼 또 편지할게.^^ 안녕!
울림 독자 여러분께
울림 독자 여러분, 이번 울림은 어땠나요? 기사에 대한 의견, 읽고 난 감상, 울림을 위한 조언 등이 있으면 메일(hrfilmfestival@empal.com)로 보내주세요. 독자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