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 서울인권영화제 2호] 5/23-26 서울청계광장 개최 확정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3/04/04
소식
18회 서울인권영화제 날짜, 장소 확정
■일시: 5월 23일(목)~26일(일) 4일간
■장소: 서울 청계광장
2013년 18회 서울인권영화제는 작년과 같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최합니다. 큰 고민이었던 장소가 확정되어, 5월 열릴 18회 서울인권영화제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여섯번째, 거리상영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힘찬 날개짓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18회 포스터가 곧 공개됩니다. 멋진 슬로건과 포스터 이미지를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4.9통일평화재단 기금 선정
2013년 4.9통일평화재단 공모사업 "세번째 동행"에 18회 서울인권영화제가 선정되었습니다."세번째 동행"은 재단법인 4.9 통일평화재단에서, 우리사회의 인권수호 및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며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위한 개인 및 단체의 다양한 공익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국내작 감독 인터뷰 진행
이번 호 를 시작으로 국내작 소개와 감독 인터뷰를 아래와 같이 진행합니다.
1. 청춘유예 (Lost Our Generation) ㅣ 안창규 ㅣ 2012 ㅣ 다큐 ㅣ 86분
2. 2의 증명 (To become 2) | 스이, 케이 | 2013 | 다큐 ㅣ 80분
3. 그리고 싶은 것 (The Big Picture) ㅣ 권효 ㅣ 2012 ㅣ 다큐 ㅣ 98분
4. 잔인한 나의, 홈 (My No-Mercy Home) ㅣ 아오리 ㅣ 2013 ㅣ 다큐 ㅣ 77분
5. 村, 금가이 (Kumgai, a village)ㅣ 강세진 ㅣ 2013 ㅣ 다큐 ㅣ 98분
올해 선정된 15편의 국내작 가운데, 다섯 작품의 소개를 기획하였습니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작품이면서 해외작소개 작품들과의 주제적인 면에서의 배치도 고려하였습니다.
국내작 감독 인터뷰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사전에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들이 작품을 같이 모니터 한 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독님께 질문할 내용을 준비합니다. 인터뷰를 지원하는 2~3명의 자원활동가들이 팀을 이루어 감독님과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후원활동가를 기다립니다
국내작 소개
안창규 ㅣ 2012 ㅣ 다큐 ㅣ 86분
2010년 한국 최초의 2, 30대 청년들을 대변하는 세대별 노조 '청년 유니온'이 출범한다. 경쟁사회에 길들여져 청춘을 유예당한 청년들은 이제 각자의 개성으로 무장하고 청년 유니온의 깃발 아래 모여든다. 아프고 힘겨운 현실이지만 그들만의 발랄함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그들은 한 걸음씩 내딛는다. 살기 힘든 세상을 향해 용기 있게 도전장을 내민 청년들의 좌충우돌 작은 반란!
감독 인터뷰
⦁ 감독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안창규라고 합니다. 이번에 라는 작품을 만들었고요, 이번에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상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 감독님에게 개인적으로 '청춘'이 의미하는 바는 어떤 것인가요?
'청춘'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고 정리하기가 쉽진 않은데요, 보통 청춘이라고 하면은 생물학적 나이로 20대를 규정하잖아요? 그 때, 저는 굉장히 즐거운 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반면에 좀 아픈 경험들도 많았지만, 그러면서도 즐거웠던 경험들도 많았고 주위에 좋은 친구들도 참 많았고, 그리고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나름대로 좀 감수성이 풍부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주 사소한 경험들에서도 느끼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고요.
사실 청춘이라고 하면은 뭐랄까 생기가 있고, 또 그 시기에 겪을 수 있는 낭만적인 요소들도 되게 많잖아요. 그런데 요새는 꼭 그렇기만 한 것 같진 않습니다. 이번에 청춘유예를 찍으면서 느꼈던 것은, 제목 그대로 그런 '청춘'이 유예당한 느낌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요즘 청춘에 대한 대표적인 공감대를 표현하는 말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잖아요?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른데요, 작업을 하면서도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칠 수 있는 게 청춘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 영화감독으로서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중학교 시절은 경제적으로 호황기였던 시기여서 문화적으로도 굉장히 다양해지고 풍부해지는 시기였어요.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적인 요소들도 굉장히 많이 좋아졌던 때고요. 예를 들면, 군사정권 때까지만 해도 해외배급이 잘 안 되었거든요. 근데 그런 것들도 다 풀리기 시작하였고, 동시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들도 많아졌던 거죠. 도서관 같은 데에서도 영화 상영을 많이 했고, 그 때 또 비디오 가게들이 차리기만 해도 어느 정도 돈을 벌던 시기였거든요. 그렇게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고, 게다가 그 시기에는 별로 놀이라 할 수 있는 놀이들이 많지가 않았다고 기억해요. 그렇게 친구들하고 같이 영화를 보러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대학에 가서는 영화와 상관없는 전공을 하게 되었지만, 군대를 제대하고 났는데, 그 때까지도 영화를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복학을 하고 났을 때,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비디오 제작강좌가 있었어요. 그게 그 당시 한 40만 원 정도 되었었는데, 사실 막 제대를 하면 돈이 많지가 않잖아요. 아버지 카드를 몰래 훔쳐가지고 그걸 들었어요.(웃음)
그런데 공교롭게도 노동영상을 제작하시는 분들이 그 강좌를 맡고 계셨어요. 그러다보니 촬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교보재가 한국통신 노조가 목동 전화국을 점거했을 당시 영상이었고요. 제가 믿었던 세상과 다른 세상이 영상에 펼쳐졌던 거죠. 그 장면이 어떤 장면이었냐면, 경찰들이 도끼로 현관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서... 거기에는 농성하고 있던 조합원분들이 쭉 있었는데 여성분들도 되게 많았어요. 근데 쇠파이프로 사정없이 때리는 모습을 보고 되게 많이 충격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그 때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리고 그 작품이 나중에 '이중의 적'이라는 다큐멘터리에 나오면서 다큐멘터리 쪽으로도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 구조적인 이유로 발생한 문제들 중, 전 작품에서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문제를, 이번 작품에서는 청년들의 노동문제를 다루었는데,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등 노동자 정리해고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 또한 크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의 문제 중 청년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도 사실 집안이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항상 일을 해야 했었거든요. 물론 저도 최저임금 보다 더 못한 금액을 받고 일을 했다든가, 아니면 뭐 급여를 못 받은 경우 등의 경험들이 있었지만 그 때는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노동형태라는 인식보다는 말 그대로 아르바이트 정도, 혹은 용돈벌이 정도의 의미가 좀 강했다고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때로부터 한 10년 정도 지나왔는데요, 이제는 하나의 이제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바뀌어 버렸어요. 취업이 잘 안 되고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하나의 생계 수단처럼 되어버린 거죠.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생계수단으로서의 일이라고 한다면 생계를 이어가기가 되게 힘들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환경 자체가 많이 나빠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도 상대적으로 굉장히 많이 올라갔고, 또 청년층에는 대학생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월세 비용도 많이 비싸지는 등 주거와 관련해서도 환경이 많이 열악해졌고요. 동시에 청년 실업문제는 굉장히 심각해졌고, 급여도 상대적으로 많이 낮아진 편이고요.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보았을 때 전체적으로 개인들이 생활할 수 있는 생활 여건들이 많이 악화되었어요. 이런 부분들에서 저는 지금 청년층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나름 심각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 청년유니온이 청년노동문제를 다룬 이번 영화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소재를 청년유니온으로 잡은 이유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2008)이라는 작품을 끝내고 나서, 청년문제에 대해서 좀 더 깊이 다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런데 청년층에는 대학생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앞 작품에서는 포커스 자체가 대학생에 맞추어져 있었고요. 좀 더 이야기를 확장하기 위해서 포괄적인 청년들의 모습이 필요했었어요. 오랜 시간 자료를 찾았고, 중간 중간에 엎어졌었던 계획들도 있었어요. 그렇게 자료를 찾다가 기사를 봤어요. 청년유니온이라는 단체를 준비하고 있다. 근데 예전에 제가 아마미야 카린과 관련된 책을 보면서 일본의 수도권 유니온에 관련된 내용을 좀 알고 있었거든요. 그걸 모티브로 해서 한국에서도 세대별 최초노조가 만들어질 예정이라는 기사를 보고 그 곳에 가면 청년문제를 자기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 노조를 만들겠다고 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섭외목적으로 찾아갔었어요. 처음부터 '청년유니온'을 중심으로 찍을 생각은 없었던 거죠. 그런데 청년유니온의 준비과정을 지켜보면서 따로 청년들을 섭외할 필요 없이 청년유니온을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청년층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나름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어요. 그래서 창립 초기 때부터 촬영을 하게 되었고요.
청년 유니온이 청년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어요. 저는 청년유니온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다 파편화된 개인들이 각자의 문제에 대해서 자기 문제로만 생각하고 그것을 안고 살아가고 있잖아요. 그런데 청년유니온이 굉장히 좋았던 것은 뭐냐면, 한 장소에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는 부분이었어요.
저는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자기 어려움도 이야기 하고 그런 모임이나 장소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밥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마시고 또 서로 힘들었던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위로도 해 주고 말입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이 문제가 내가 잘못해서 벌어진 문제가 아니라 뭔가 사회적인 구조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많은 청년층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점이 청년유니온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 모습들이 되게 좋았거든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청년유니온이 대안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제가 청년유니온을 소재로 영화를 찍었기 때문에 그 청년유니온이 부각되어서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청년유니온 같은 형태의 그런 모임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 13회 서울인권영화제도 함께 하셨다((2008) 상영)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때와 현재의 느낌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다큐 혹은 인디 영화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나 시스템 등의 변화 또는 노동에 대해 변화한 것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서울인권영화제도 계속해서 오랜 시간 활동을 이어왔고, 국내의 인권에 대한 목소리나 움직임들도 어느 정도 활동이 누적되어 가고 있는 시점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 오히려 인권 감수성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서 그게 많이 안타까워요. 이런 시점에서 인권영화제가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영화들을 보면서 불편하다 느끼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인권영화제에서는 성소수자나 병역 거부자 얘기를 자주 다뤄왔고, 제 영화처럼 청년 노동문제나 한진중공업, 쌍용차 얘기도 나오잖아요. 지금은 개인이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점인데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까지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거부한다기보다는 살기가 너무 힘들다 보니까 '굳이 타인의 고통까지 내가 알면서 힘들어해야 하나' 하는 경향들이 생긴 것 같아요.
또... 서울인권영화제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서울인권영화제에 나오는 영화들이 되게 다양하잖아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생각하지 못했던 인권에 대한 감수성들을 잘 담아내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처음에 다큐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당시에 저는 서울인권영화제를 열렬히 지지했던 팬이었거든요. 동시에 제가 나름 크게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준 영화제이기도 하고요. 그래서도 처음 제 영화를 틀어 주신다고 했을 때 굉장히 반가웠고 좋았어요. 서울인권영화제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제 영화가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다는 건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고민하고 생각해 보아야할 것 같아요. 서울인권영화제에서 할 수 있는 역할들 같은 것들.
⦁ 서울인권영화제가 올해로 18회를 맞이하는데, 축하 또는 지지의 메시지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래도 꾸준히 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서울인권영화제가 20회가 아니라 100회 이상 가야한다고 생각을 해요. 소중한 것은 다 같이 지켜야 하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서울인권영화제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이번에도 좀 더 관심을 갖고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아졌으면 좋겠고, 모두가 애정을 가지고 서울인권영화제를 함께 지켜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해외작 소개
크리스틴 찬수, 뱅상 트랭티냥-코르뉴 Christine Chansou, Vincent Trintignant-Corneau | 프랑스 France | 2012 | 다큐 | 70분 | DCP | 컬러
캄보디아에서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강제퇴거에 관한 다큐멘터리 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대기업들에게 그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 할 수 있도록 토지사용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땅들 중 일부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다. 정부는 개발 지역 사람들을 삶의 질이 낮은 이주캠프로 내몬다. 정부의 제안을 거절한 사람들은 경찰의 지원을 업은 민간 기업에 의해 그들의 집을 불도저로 강제 철거당한다. 그들은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위협과 폭력, 부패한 사법시스템에 목숨을 걸고 맞서고 있다. 영화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주민집단의 운동과 저항을 보여준다.
명장면 감상평
"이렇게 해놓고서 어떻게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라고 외치는 여성을 보며 훅 하고 깊은 공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사회적 구조나 도덕성 등에 대해 생각하던 논리체계는 잠시 마비되었습니다. 저는 집이 강제 철거되어 본 적도, 오랜 생활의 터전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화면 속 여성의 아픈 마음만은 깊이 공감되고, 아팠습니다.(정완)
지독한 현실이지만 그들은 웃음도 희망도 놓지 않았습니다. 영화 전체에서 이 장면이 꼭 진흙에 핀 연꽃 같아서 마음에 많이 남았어요. (석수)
이 곳을 개발하려는 것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사람의 힘으로 사람을 막을 수 없어서 신에게라도 힘을 빌리려는 것처럼 느껴져서 안타깝다.
아직 이 세상의 힘은 그리 평등하지는 않나보다.(다현)
자원활동가 편지
';표현의 자유';와 ';평등한 관계';의 만남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형진입니다. 근 1년 만에 '자원활동가 편지'를 쓰게 되었네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참 많은 고민과 설렘을 갖게 하는 일인 듯합니다.
이전 회의 때, 활동가분들의 에세이(?)를 읽고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이루어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을 아주 금방 찾을 수 있었는데요. 제 나름의 결론은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평등'한 관계에 기초할 때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으며, '평등'이라는 토대가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 표현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였습니다.
무언가 근사(?)하게 생각이 정리된 것 같아 뿌듯해하던 차에 문득 작년에 제가 썼던 에세이가 떠올랐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작년에 썼던 글을 천천히 복기해 보았는데(저도 스마트폰 유저랍니다), 그 글에서 저는 아주 약간의 낯설음을 느꼈습니다. 불과 1년 전에 섰던 자신의 글에서 낯설음을 느낀 까닭은, 지금의 제가 생각하는 '표현의 자유'에서 '어떤 부분'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며, 그것이 바로 '평등(한 관계)'이었습니다.
어째서 1년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평등한 관계'라는 것이 그토록 자연스럽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제 머리에 떠오를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작년에 에세이를 쓰면서, 이틀 정도를 꼬박 고민하면서 생각을 정리했음에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표현의 자유'와 '평등한 관계'를 이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보다 일상의 공간에서 그 둘의 이어짐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그 일상의 공간은 바로 와우산 집(영화제 사무실)이었습니다. 그 공간에서, 영화제 활동가들과의 평등한 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서로의 생각을 표현하고 나누었던 작년의 즐거웠던 기억이야말로 지금의 제가 '평등한 관계'의 소중함을 더욱 민감하게 여기게 된 까닭이라 생각합니다.
작년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영화제 당일의 현장도 현장이지만, 그 현장을 위해 여러 활동가들과 많은 날을 만나고 이야기했던 그 모든 과정들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즐겁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올해에도 여러분들과 또 다시 즐겁고 소중'할' 기억을 만들어갈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달랠 길이 없습니다.
영화제 활동을 통해, 저와 여러분들이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더욱 민감해지기를 바라면서.
추신 : 우리 사회를 민주주의 사회라고들 하는데, 왜 우리의 일상 속에서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로 이루어진 공간을 찾는 것이 그토록 어려울까요?
더 큰 도약을 위해, 서울인권영화제
어렸을 적, 저의 꿈은 법조인이었습니다. 법조인이 되어 정의를 실현하고 개개인의 권리가 인정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도권에 있는 사람들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벌의 세습으로 점점 양극화되는 사회, 불공정거래로 인해 손해 보는 중소기업들, 언론과 자본과 정치의 유착 관계를 해결하면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저의 철없는 꿈은 허물어져갔습니다. 사람 관계에서는 서열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 갔습니다. 내가 나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제도권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한 행동들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의 사회에서 '공정한 사회'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법조인이 되고자 했던 그 마음도 누군가를 내 발 밑에 두고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해서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답과 오답만 있는 학교에선 현실에 정답도 오답도 아닌 것이 있음을 애써 부정하려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저의 의문 속으로 고립되어 갔습니다. 영화는 일시적으로나마 제 감각을 마비시키고 (생각으로부터의) 자유를 주는 헤로인과 같았습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야 제가 얼마나 편협한 생각과 시각을 갖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가치관과 이해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생길 수 밖에 없는 경쟁과 갈등. 하지만, 그 갈등 속에서도 사람은 사랑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론 돌아오기도 했지만 우리 인류사는 더 나은 사회,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달려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이 있는 한, 인류사의 거침없는 달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저는 환상의 공간에서 나와 희망적인 현실을 마주하려 합니다. 그리고 인류사의 도약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 단추가 바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주장하는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는 행사, '서울인권영화제' 입니다.
울림 독자 여러분께
울림 독자 여러분, 이번 울림은 어땠나요? 기사에 대한 의견, 읽고 난 감상, 울림을 위한 조언 등이 있으면 메일(hrffseoul@gmail.com)로 보내주세요. 독자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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