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 1호] 2014년 19회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의 첫 만남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4/03/12
소식
2014년 19회 활동가들의 첫 만남
지난 2월 6일 늦은 7시, 마포구 성산동 인권중심 사람에서 19회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가들이 첫 전체모임을 가졌다. 이날의 가장 큰 목표는 서로 친해지기! 그를 위해 맥주를 포함해 여러 가지 다과들도 준비되었다.
먼저 기존 활동가들이 서울인권영화제 소개와 소식지인 울림 소개, 기존의 활동가들이 꾸려오던 ‘여성·성소수자·장애’, ‘반빈곤·반개발·노동’, ‘표현의 자유’, 세 팀의 각 팀별 소개가 진행되었다.
위와 같은 소개들이 끝난 후에는 세 팀 중 원하는 팀, 혹은 어느 팀에도 아직 속하지 않은 ‘아직 못 정한 팀’의 총 네 팀으로 활동가들이 나누어 앉았다. 그리고 본격적인 친해지기 작업에 들어갔다.
자원활동가들은 팀별로 친해지기를 시작하였다. 먼저 제비뽑기로 ‘2013년의 나는?’, ‘왜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인가?’ 등의 자신에 대해 설명하는 질문들을 하나씩 뽑아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우아’, ‘성취’, ‘분노’, ‘완벽’, ‘중재’ 등 여러 가지 수식어들 중 자신을 설명하는 데에 적합한 단어 서너 개를 뽑아 자기에 대해 말했다. 끝으로는 각자 자신의 왼쪽에 앉은 사람이 앞의 것들에 대해 답한 것을 모두에게 대신 소개하며, 서로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자리를 가졌다.
활동펼치기
당신 머리 속의 성폭력, 그리고 성소수자
19회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 교육1 "반성폭력 교육"
지난 2월 13일 목요일, 인권영화제의 사무실은 자원활동가들로 북적였다. 신입 자원활동가를 상대로 반 성폭력과 성소수자 바로 알기에 대한 첫 교육이 있었다. 활동가들은 지난 첫 모임에서 정한 팀 별로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레고 상임활동가의 진행 아래 교육은 1부 <섹슈얼리티… 너무나 익숙한, 그러나 너무나 낯선 이야기… 성폭력>와 2부 <성소수자 바로 알기> 로 이루어졌다.
1부에서는 ‘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되돌아보고, ‘성(Sex)’의 포괄적인 영역과 사회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섹슈얼리티(Sexuality)’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했다. 성폭력의 개념을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다. 객관적인 수치, 정확한 자료, 적절한 예시는 다소 폐쇄적이었던 주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활동가들은 앞서 받은 교육자료 중 ‘성폭력, 맥락 속에서 읽어내기…당신이라면?’ 에 제시된 다양한 예시를 토대로 성폭력의 범위와 인식에 대해 적극적인 토론을 나누었다. 특히 우리가 사소하게 넘겼던 일상 속 성폭력에 대한 경험을 나누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에 대한 오해를 공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 오해, 편견 등에 대한 교육이 이어졌다.
2부에서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용어와 개념에 대한 토론 및 교육이 있었다. 교육에 앞서 각 팀들은 큰 색지 두 장과 여러 색의 크레파스를 받았다. 그리고 팀마다 키워드를 2개씩 골라 그 단어에 대한 개념과 인식 등을 자유롭게 스케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교육을 통해 신입 자원활동가들은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등과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이해하고, 토론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확인, 타파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에 대해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번 주제는 익숙하지 않아 다소 생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교육을 통해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우리 스스로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진 않았는지 되돌아 보게 되었다. 오해와 편견은 자신과 타인의 ‘다름’이 생소하기 때문에 생기는 막연한 거부감에서 비롯된다. ‘성’에 대한 인식도, 고정된 관념 외엔 배척하는 불가침의 ‘성역’이 아닌 ‘다름’을 인정한다면 더욱 유연해질 것이다. 소수자를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유연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자유와 억압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
19회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 교육2 "표현의 자유"
지난 2월 22일 목요일에 있었던 정기회의의 교육 주제는 '표현의 자유'였다. '여성·성소수자·장애', '반빈곤·반개발·노동'과 함께 표현의 자유는 서울인권영화제의 3대 주요 과제이다. 7시부터 진행된 이날 교육에는 상임활동가를 포함해 20여명의 활동가들이 참석해 '표현의 자유와 인권'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의 시작은 자기소개였다. 자신의 이름과 좋아하는 것 세 가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너무도 간단하고 쉬운 자기소개 같았지만 예상 외로 많은 활동가들이 어려워하였다. 자신의 차례를 넘기는가 하면 좋아하는 세 가지를 다 채우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이유는 듣기 힘들었다. 누가 재촉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자신을 최대한 간단하게 소개하였다. 표현의 자유에 앞서 우리는 표현하는 방법에서도 서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떠오르는 단어 혹은 문장을 접착메모지에 적는 것으로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되었다. 참가자 수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그 중에는 ‘···’을 비롯해 ‘비검열’, ‘no boundary’, ‘알 권리 vs 모를 권리’, '뚫린 입이라고 다 표현의 자유냐!' 등 다소 과격한 표현도 눈에 띄었다.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책임을 전제로 해야 하는 표현의 자유는 어느 정도까지의 허용 범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성소수자나 장애인에 대한 비하 발언까지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허용범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책임 이전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 그 범위를 제한할 기준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시대나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기준을 절대적으로 정할 수 없다. 때문에 일단 어떤 표현도 그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어진 교육에서는 그동안 억눌러 왔던 혹은 침묵해 왔던 자신의 생각을 직접 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막상 어떤 표현도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는 표현의 자유가 억압의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우리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자유를 찾지 않는다. 마치 우리가 친구와 담소를 나눌 때 표현의 자유를 찾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오히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력관계에 의한 억압이 우리를 엄습했을 때, 우리가 외치는 자유는 힘을 얻게 된다.
세 시간여 진행된 ‘표현의 자유’ 교육에는 일방적인 지식 전달은 없었다. 하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나누며 다른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정답은 찾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정답을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지금까지 생각지 못했던 더 큰 질문을 갖게 된 것이 이번 교육의 가장 큰 수확일지도 모르겠다.
자원활동가 편지
어렵지만 기쁜 고민을 시작하다
“원래 인권에 대해 관심이 있으셨어요?”
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게 되면서 듣게 된 질문이다. 비슷한 질문으로 “왜 자원활동가에 신청하게 됐나요?”가 있다. 나는 대개 어색한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지만, 꼭 답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피할 수 없는 상황. 그럴 때면 솔직해 질 수 밖에 없다.
“관심‘만’ 있었어요.”
나는 막연하게 ‘인권은 좋은 것’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인권은 중요한 것이고, 인권이 지켜지도록 노력해야만 해.’ 같은. 보호받지 못하는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 그리고 그 보호받지 못하는 누군가에 나는 물론이고 나의 가족, 친구,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길을 걸어가고 있는 당신도 포함된다는 것. 그게 내가 가진 생각과 관심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 관심을 좀 더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활동을 시작하고, 다른 활동가들과 만나면서 나는 점점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닫고 있다. 먼저 <반성폭력/성소수자> 교육. 당시 주어진 상황에 대해 조별로 토론, 발표 하는 시간을 가졌을 때 나는 상황과 그에 따른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도 ‘이게 어떻게 성폭력이라는 거지?’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고, ‘이건 당연히 성폭력이지’라 생각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꺼내놓지 못하기도 했다. 이어진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끌어 모아 혼자 정리하고 고민하는 게 고작이었고, 평상시에 아무 생각 없이 쓰던 ‘이반’이라는 말이 옳은 표현이 맞는 것인지 뒤늦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 교육. 내가 생각하는 표현의 자유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나는 바로 답할 수 가 없었다. 어렵다는 이유로 피하기만 했던, 그래서 단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에 대해 나는 급하게 고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내놓을 수 있었던 답은 지극히 단순했고, 이어진 토론에서는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이렇듯 매 시간 내가 하는 것은 처음으로 생각해보는 것,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 그리고 들은 것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는 것이 전부다.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더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그저 생각하는 것으로 날리고 있음에 스스로가 원망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마냥 후회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래서 혼자 생각해본다. 지금 생각하는 것이 나중에 누군가 내게 해올 질문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금 생각해서 나만의 기준이 만드는 것이 다음에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내가 내놓을 의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금 생각하는 것이 다음에 있을 또 다른 기회를 붙잡을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바심을 억누르고 천천히 생각해본다. 그리고 조금씩 노력해본다.
들어오는 게 없으면 나가는 것이 없다. 아는 것이 없으면 말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먼저 나를 채우는 데에 열중한다. 활동을 신청함으로서 이렇게 교육을 받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꾸준히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인권영화제 자원활동은 내가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서서히 채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원활동가로서 얻은 것들을 자원활동가로서 백분 활용해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얼마만큼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날이 조금이라도 일찍 오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인권에 대해 고민해본다.
울림 독자 여러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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