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 2호] (자원활동가 편지) 지쳐가던 중이었습니다
글쓴이: hrffseoul@jinbo.net | 글쓴날: 2014/03/21
자원활동가 편지
지쳐가던 중이었습니다
지쳐가던 중이었습니다. 현실은 어쩔 수 없다는 말들에, 가짜 웃음이 섞인 대화에, 부끄러운 것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당연해지는 세상에.
인권보다는 영화에 관심이 많아 우연히 영화제를 알게 되었지만, 영화제 활동을 하며 속으로 놀라고 감동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진짜 대화가, 소중한 걸 지켜내려는 마음들이 이렇게 있었구나.’ 하구요. 활동이 시작된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저에게는 참 많은 변화와 추억들이 생겨났습니다. 세상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더 많이 알아가고 있지만, 그런 현실들을 직시해갈수록 이상하게 제 마음은 전보다 더 희망적입니다.
처음 전체 오리엔테이션 때, 맥주를 마시며 자신에 대해 편하고 솔직하게, 수줍어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조근조근 말하던 시간들은 정말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영화제를 찾은 많은 활동가들의 얼굴은 빛났고 멋졌습니다.
3월 6일, 저는 교육 두 시간 전 먼저 사무실을 찾아 이번에 상영작으로 선정된 ‘자, 이제 댄스타임’을 감상했습니다. ‘낙태’에 관한 영화였는데, 적잖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생명은 소중하다’는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이 명제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을 궁지로 몰아가고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꽃동네’에서 1박 2일간 봉사활동을 하며 보았던 낙태반대 영상이 절 고민도 없이 낙태를 반대하는 가치관을 가지게 했기 때문입니다. 인권영화 한편은 생각보다 정말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영화를 본 후 진행됐던 ‘홈리스 행동’에서 활동하는 이동현 활동가의 교육도 영화만큼이나 굉장한 충격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많았고 내용도 방대했지만 저로선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세상에 벌어지고 있다는 것부터, 홈리스 문제를 위해 오랫동안 싸워오고 계신 많은 분들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타인의 부당한 삶 한 조각도 그냥 놓치지 않으려는 많은 활동가분들, 그리고 인권영화.
저는 이런 활동가분들이, 그리고 인권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인권영화제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더 희망이 많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인권영화제에서 생길 더 많은 변화와 추억들이 참 기대가 됩니다. 5월은 또 얼마나 멋질까요?
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