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연민Sorrow and the Pity

슬픔과 연민Sorrow and the Pity

슬픔과 연민Sorrow and the Pity의 스틸사진
감독
마르셀 오퓔스
상영시간
제작국가
프랑스
장르
다큐멘터리
출시년도 1972
색채
흑백
포맷
화면비율
자막
배급

상영정보

해외 상영작
2014/04/24(목) 15:38

시놉시스

<슬픔과 연민>은 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일들의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도큐멘터리 작품이다. 독일과의 항전을 상징하는 레지스탕스의 신화는 과연 우리가 알고있는 것처럼, 그리고 역사에 기술된 것처럼 그러한가? 과연 프랑스에서 그토록 많은 유태인들이 수용소로 끌려 간 것은 독일 비밀경찰의 힘만으로 가능했었는가? 누가 실제로 독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는지? 그리고 독일 점령기 동안 비시정권의 협력, 소위 "꼴라보라시용"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입장은 무엇이었는지를 냉정하게 파헤치고 있다. 40년대 프랑스영화의 가장 위대한 감독이었던 막스 오퓔스의 아들인 마르셀 오퓔스는 이러한 의문을 파헤치기 위해 당시의 인물들을 추적하여 그들의 속마음이 들어날 때까지 집요하게 인터뷰를 한다. 하지만 마르셀 오퓔스는 결코 그들이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마음껏 변명하도록 만든 다음에 당시의 자료필름이나 또 다른 사람의 인터뷰와 대비시켜 그들의 허위를 들추어낸다. 혹은 인터뷰가 끝나고도 계속 카메라를 작동시켜 그들의 당황하는 모습에서 진실의 실마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터뷰의 몽타쥬를 통해 진실의 실체가 변증법적으로 드러나게 만드는 마르셀 오퓔스의 기법은 대단히 효율적이며 이후 만들어지는 도큐멘터리의 인터뷰 기법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슬픔과 연민>은 현대사회에 만연해 있는 조작된 신화에 대항하여 신화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진실을 밝히는 도큐멘터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로 평가받는 프랑스에서조차 TV 방영이 한때 금지되었을 정도로 프랑스인 모두가 감추고 싶어하는 가슴 아픈 진실을 잔인할 정도로 들춰내는 <슬픔과 연민>은 우리에게 도큐멘터리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준다. <이충직/중앙대 영화과 교수>

감독소개

마르셀 오퓔스

인권해설

4시간이 넘는 대작으로, 란쯔만의 기념비적 영화 <쇼아>에 비교되어질 수 있는 <슬픔과 연민>은 2차대전 와중 프랑스의 당시 분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변절과 협력, 저항과 해방이라는 민감한 주제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대담들은 귀중한 자료화면들과 함께 논쟁적인 이 시기에 대한 회고 및 재해석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국시를 '자유, 평등, 박애'에서 '노동, 가정, 조국'으로 바꾸어놓았던 비쉬(Vichy) 정권, 독일의 반유태주의 법률보다 더욱 지독했던 프랑스의 당시 반유태주의적 법률, 어린이들을 학살수용소로 보내는 문제에 대해 결정내리기를 주저하는 게슈타포의 우유부단함에 대조되는 프랑스 경찰의 적극적 협력 등,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성을 지니는 주제들이 빠짐없이 언급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영화의 제작은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다. 1968년 5월 사태 이후 프랑스 내의 이차대전에 대한 해석은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된다. 국민적 통합을 위해 드골이 주창하던 '프랑스의 영광'이라는 구호는 과거를 냉정히 직시하려는 움직임으로 대치된다. 레지스탕스의 영웅적 투쟁에 대한 일방적 강조는 비쉬 정권에 의한 대독 협력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로 바뀌게 되며, 이 역사는 차후 가장 수치스러운 프랑스사의 한 부분을 구성하게 된다. 분위기의 반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책은 미국학자 로버트 팩스턴(Robert Paxton)이 저술한 {비쉬 하의 프랑스La France de Vichy}이다. 팩스턴은 이 책 속에서 비쉬 정권이 1936년의 좌파 정권인 인민전선(Front Populaire)과 공화국에 복수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영화 쪽의 본격적 접근이 바로 [슬픔과 연민]이다. 이 영화를 통해 오퓔스는 맹목적 국수주의를 비판하면서, 신중한 기다림 속에서 매일을 영위하던 프랑스인들의 일상을 총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솔제니친이 2백27명의 수용소 체험자들의 증언을 종합하고 있는 작품 {수용소군도}를 통해 소련 치하의 수용소를 다성악적(多聲樂的)으로 드러내고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서도 유사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상황 속의 인간'의 드러냄에 대단히 성공한 이 영화 속에서는 시종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으며, 각종 자료화면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당시의 역사에 실증적으로 동참하게 해준다. '유태인 학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여느 영화와 마찬가지로 <슬픔과 연민> 역시 유럽적 상황과 무관한 우리에게 시종 객관적 거리를 확보케 해주지만, 역설적으로 아직도 그 반성이 지지부진한 우리 자신의 과거 문제를 진지하게 반성케 한다. 독일 치하의 프랑스라는 무대 설정을 훨씬 뛰어넘어, 모순적이고 모호한 상황들로 점철된 이 영화는 프리모 레비(Primo Levi)가 주창한 '회색지대'의 개념을 명쾌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을 통해 드러난 인간 군상의 적나라하고도 정직한 모습에 다름아니기 때문이고, 그 보편적 해석으로부터 우리가 늘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상빈 / 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 초빙연구원>

스틸컷

슬픔과 연민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