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시스터즈 Turtle Sisters
상영정보
시놉시스
1급 장애를 가진 세 여성 영희, 영란, 순천의 독립에 관한 다큐멘터리. '장애여성공감'의 활동가이기도 한 이들은 집으로부터 당당히 독립을 선언하고 서로 보조를 맞추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주체적인 삶을 꿈꾸며 실천하는 이들 앞에 놓여진 현실은 막막하기 이를 데 없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 곳곳에서 이동을 제약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음식점을 고를 때에는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한 극소수의 공간 중에서 선택해야 하고, 거리에 나서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불편한 시선들을 감내해야 한다. 진정한 독립을 일구기 위해 개인적, 정치적인 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이들 '거북이 시스터즈'는 5년 동안 한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면서, 같이 웃고 대화하며 때론 미묘한 감정의 실랑이도 벌인다. 작품은 현실의 열악한 장애인권을, '거북이 시스터즈'의 시각으로 드러냄으로써, 장애인을 대상화하여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하는 기존의 매스 미디어가 휘두르는 폭력을 거부한다.세세한 설명을 곁들이는 나레이션과 다소 느리게 다가오는 영화의 호흡은, 비장애인과는 다른, 장애인의 시간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감독소개
장애여성공감, 여성영상집단 움
여성 영상집단 '움'은 영상을 통한 여성 운동을 목적으로 2001년에 결성된 여성영상운동단체이다. 움과 공동 제작을 맡은 장애여성공감은 '정상성'을 강조하는 사회의 억압적인 기준에 의해 배제되어 왔던 장애여성들의 인권을 위한 단체이다. 장애 남성들과 같지 않은, 장애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고 그녀들이 가진 욕구를 표현하는 동시에, 장애 여성이 주체가 되어 그녀들의 공통된 의식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인권해설
장애인을 전체 인구의 10%로 보는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에 따르자면,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의 수는 450만, 그 중 장애여성은 200만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등록된 장애인 수는 130만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듯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것은 많은 장애인들이 사회로부터 단절된 채 음지에서 살아가도록 강요받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장애인이자 여성으로서 이중적인 차별의 굴레에 놓여있는 장애여성들의 삶은 총성 없는 전쟁터에 다름 아니다.
2002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예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거나 초등학교 졸업조차 못한 장애남성은 41.4%인데 반해, 장애여성은 무려 67.7%에 달한다. 이는 대다수의 장애여성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아니 성인이 되어서도 집안이라는 울타리 속에 갇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한 채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교육과 소통의 결핍은 자연히 이들 장애여성들이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인식의 힘을 기를 기회와 존엄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할 길을 차단한다.
이 모두는 장애인들을 끊임없는 벽장 속으로 밀어 넣는 편견에 가득 찬 시선들, 놀림과 성폭력의 위험으로 가득 찬거리, 장애인에 대한 보살핌과 교육의 책임을 거의 개별 가족에게만 일임하고 있는 사회구조, 그리고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함께 결합되어 나타난 폭력적 결과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거리로 나온다는 것, 가족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의 용기를 요구한다.
나아가 장애여성을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장애인으로만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역시 이들에게는 또 다른 억압이다. 장애여성의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사회 시스템의 부재는 결코 이러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장애여성들에게 덧씌워진 사회적 이미지들은 끊임없이 이들로 하여금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나아가 자신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도록 이끈다. 그렇기에 장애여성들이 자신의 존재와 경험, 억눌린 욕구들을 표현하도록 만드는 것부터가 치열한 운동적 과제가 되고 있다. (배경내,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