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가는 길에 펜스를 치던 날

구럼비 가는 길에 펜스를 치던 날

구럼비 가는 길에 펜스를 치던 날의 스틸사진
감독
조성봉
상영시간
8'
제작국가
한국Korea
장르
다큐멘터리
출시년도 2011
색채
color
포맷
화면비율
자막
Korean
배급

상영정보

비디오로 행동하라

시놉시스

2011년 9월 2일 새벽 4시 반. 경찰은 제주 강정마을에 400여명의 공권력을 투입 주민들을 고립시킨 채 해군기지 건설 공사장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고 주민과 활동가들을 연행했다. 구럼비로 가는 모든 길은 차단되었다.

감독소개

조성봉

인권해설

강정에 발을 내딛으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공기와 달콤한 귤나무 꽃의 향기,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고요와는 어울리지 않는 광경과 마주해야 한다. 당혹스럽다. 군가와 함께 높은 펜스 너머로 들려오는 공사 소음, 줄지어 서 있는 경찰차와 시멘트를 나르는 레미콘 행렬, 문 두 개를 지키고 있는 경찰과 경비용역, 곳곳에 설치된 CCTV. 이런 공간 속에서 귤과 밭작물을 가꾸고, 생선을 손질하는 강정마을 사람들의 삶은 평안해 보이지 않는다. 올레길을 걷는 관광객의 발걸음도 경쾌해질 수 없다. 이런 불안과 긴장의 공간은 안보를 위해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개발을 통해 관광수입을 올리겠다고 선전하는 해군과 정부가 일방적으로 만든 것이다.
강정마을은 우리에게 폭력과 평화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국가의 안전을 위해서는 군대와 무기와 필요한데 심지어 해군기지는 경제에 도움이 되는 관광자원도 된다며 하와이를 들먹이는 정부에게는 해군기지가 곧 평화와 안전인 것이다. 그러나 해군기지로 인해 공동체가 파괴되고, 평생을 그곳에 살아 자기 몸의 일부와 같은 그곳을 군인과 경찰, 용역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이 살던 방식 그대로 두는 것이 평화이고 안전이다.
자신의 삶과 공간을 스스로 결정하려는 사람들을 폭력적이라며 감시하고, 그들의 표현 행위를 막고, 연행하고, 구속하는 것은 공권력과 법으로 위장한 폭력이다. 일상적으로 공권력과 마주해야 하는 곳에서는 그것이 해군기지이든 관광미항이든 이미 삶의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평화로웠던 삶과 공간을 파괴하면서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해군과 정부의 말은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살 수 없고, 지금까지 살던 방식으로 살고 싶어도 강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하고, 자유롭게 가던 곳을 갈 수 없고, 이웃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을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쟁은 상대의 의지를 강제하려는 상황이라고 한다. 평화의 섬 제주에서 지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는 힘과 무기로 무장하고 상대를 협박하듯 긴장시키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상대가 바로 국민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안보(라고 하지만 나는 전쟁이라고 읽는다)를 위해서는 누군가의 삶의 공간을 돈을 주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물론 안 되면 강제로라도 빼앗겠지만. 그러나 누군가의 인생이 배어 있는 공간, 추억과 정취가 남아 있는 공간,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간, 노동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 다른 이들과 공유하면서 미래 세대에게도 남겨 주고 싶은 공간에 값을 매길 수 있을까? 보물 같은 그 곳, 모든 사람이 함께 공유하면서 누군가는 삶을 일구고, 누군가는 기억을 남기고, 누군가는 희망을 채울 미래가 있었던 그곳에 무기가 들어차기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랑희 (인천민주노동자연대활동가)

스틸컷

구럼비 가는 길에 펜스를 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