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전쟁 The War between You and Me : the Record on Strike of Ssangyong Motors for 77 days in 2009
상영정보
기억으로 묶다
시놉시스
2000년대 가장 큰 노동자 투쟁이었던 쌍용차 파업은 전직 대통령의 죽음과 추모 물결, 자본과 국가의 무자비한 폭력, 언론과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처절한 패배로 끝났다. 하지만 탐욕으로 가득한 자본은 아직도 또 다른 노동자들을 길들이고 있다. 그래서 이 싸움은 단지 '저들'의 투쟁이 아닌 자본을 향한 '모든' 노동자들의 '전쟁'이다.
인권해설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은 2646명의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의 공장점거파업을 진행했다. 삶을 위해 투쟁했던 노동자들은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도 턱밑까지 올라온 공포와 두려움을 견디며 ‘사람이 존엄’함을 외쳤다. 은 그 노동자들의 투쟁, 그리고 투쟁 이후 현재의 모습을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아낸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쌍용차 평택공장, 쉴 새 없이 퍼부어지는 최루액, 10년, 20년 가족처럼 지내던 동료들이 쏘아대던 새총, 경찰특공대의 잔인한 폭력. 현실인지 영화인지 구별도 안 가는 77일 후에 노동자들에게 남겨진 건 빨갱이라는, 강성노조라는, 해고자라는 사회적 낙인 뿐이었다. 그러나 상하이자동차, 쌍용차 경영진, 정부, 산업은행, 정당, 법원, 경찰, 용역깡패 등 쌍용차 사태의 가해자들은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경영진들과 공권력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무급휴직자라는 알량한 구명줄도 잡을 수 없었고, 구속과 손배가압류를 피할 수도 없었다.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질 때만 카메라가 달려오고, 그때마다 몇몇 정치인이 엄숙한 얼굴로 맨 앞자리에 앉았다 사라졌을 뿐이었다. 그러던 사이 22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그 억겁의 3년 동안 노동자들은 방법을 찾기 위해 싸워나갔다.
지금 쌍용차 평택공장과 대한문에는 22번째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분향소가 차려져 있다. 분향소는 부산에서, 전주에서, 대구에서, 인천에서, 대전에서 전국 곳곳에서 확장되고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방법을 찾고 싶다. 다시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보글보글 끓여낸 된장찌개를 먹을 수 있는 일상을 되찾고 싶다. 그 일상을 되찾는 일에 함께하는 것은 3년 넘게 투쟁하는 해고자들이 복직되게 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이 사회에 생명의 저지선을 놓는 것이다. 더 이상 해고하지 말라는 생명의 저지선.
무관심과 편견 때문에 죽음이 이어지는 ‘당신과 나의 전쟁’이 아니라, ‘당신과 나의 연대’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자는 발걸음과 손길로 인도하는 이 영화. 고마운 이유다.
고동민 (세 아이의 아빠, 훌륭한 옆지기를 둔 쌍용차해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