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데이

드래프트 데이

드래프트 데이의 스틸사진
감독
김준표 Josh KIM
상영시간
9'
제작국가
한국
장르
다큐멘터리
출시년도 2013
색채
color
포맷
HD
화면비율
16:9
자막
Korean
배급

상영정보

혐오에 저항하다
국내 상영작
2014/05/24(토) 18:00
마로니에공원(야외)
2014/05/23(금) 13:50
다목적홀(지하)

시놉시스

태국의 남성들은 21살이 되는 해에 모두 징병 추첨에 참여해야 한다. 검정 카드를 뽑으면 면제가 되고 빨강 카드를 뽑으면 2년 간의 군 복무로 이어지는데, <드래프트 데이>는 남성으로 태어난 두 소녀의 징병 추첨 과정에 동행한다.

감독소개

드레프트 데이 감독 김준표

김준표 Josh KIM

본 다큐멘터리를 통하여 징병 추첨 과정을 거쳐야 하는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다. 또한,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징병 추첨에 참여한 역사와 관련 규정이 시대를 거치며 어떻게 변모하였는지 되짚어 보고자 하였다

인권해설

트랜스젠더의 ‘비’양심적 병역기피를 꿈꾸며

 

낯선 곳에서 예기치 않게 아는 사람을 만나거나 나와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 물론 그들이 가장 위험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저, 낯설지 않은 사람의 존재는 낯선 공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느낄 위화감을 조금은 덜어준다(다른 위화감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트랜스젠더가 징병검사장에 갔을 때의 이야기다. 김준표 감독의 작품 <드래프트 데이>를 보며 태국 징병검사장 풍경에서 가장 부러웠던 부분은 트랜스젠더를 대하는 태도다. 한국에서 mtf(male-to-female) 트랜스젠더가 징병검사장에 가야 할 때면, 트랜스젠더는 자기 혼자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대체로 맞다. 하지만 태국의 징병검사장엔 적잖은 트랜스젠더가 있다. 친구와 함께 가지 않더라도 다른 트랜스젠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고 실제 있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 것, 이것이 부러웠다. 이 풍경은 태국이 트랜스젠더를 대하는 사회적 태도가 한국과 상당히 다름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태어날 때 한국 국민으로 분류된 mtf/트랜스여성이나 태어날 때 남자로 지정받은 트랜스젠더라면 특정 나이에 징병검사를 받아야 한다. 남성으로 동일시하지 않음에도 남성만 간다는 곳에 참여해야 하기에 고민과 반응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어떤 트랜스젠더는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의료적 조치를 서두른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비남성 혹은 여성으로 생활할 수 없고, 몸은 몸대로 망가지는 그곳에 가고 싶을 리 없다. 하지만 어떤 트랜스젠더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얘기한다. 징병검사 전,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의료적 조치를 시작하고 싶지만, 이 계획이 입대를 피하기 위해서는 아니며 군대에 가야 한다면 가겠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의료적 조치를 선택하지 않는 트랜스젠더는, 다른 사유가 없다면, 가야 한다. 그러니까 현재 한국의 징병제도가 구성하는 사병의 성원권은 남성만 갖지 않으며 남성만 사병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성 혹은 비남성도 사병이 된다. 아울러 군대에 간 트랜스젠더의 경험이 마냥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어떤 이성애자 mtf/트랜스젠더는 군대에서 애인도 만들고 재밌었다고 얘기한다. 당연히 마냥 즐겁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며, 좋은 일이 있었다고 해서 군대에 긍정적 요소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태국에서도, 한국에서도 트랜스젠더에게 “병역기피 수단으로 성전환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느냐”고 묻는다. 물론 ‘기피’ 목적이면 그에 해당하는 법으로 조치하면 될 일이다. ‘기피’는 관계 기관이 해결해야 할 문제지 트랜스젠더가 책임지고 답할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조금 다른 답을 하고 싶다. 현재의 징병제도는 의료적 조치를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인 트랜스젠더만 염두에 둔다. 의료적 조치를 선택하지 않는 트랜스젠더는 사유하지 않는다. 이것은 국가가 트랜스젠더에게 의료적 조치를 강제하는 명백한 침해며 폭력이다. 징병제도는 의료적 조치 여부와 무관하게 트랜스젠더 이슈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면제된 트랜스젠더가 몇 년 뒤 자신을 다르게 정체화하거나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럼 또 어떤가. 오늘날의 군대가 계급과 사회적 지위 차이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양심적 병역거부나 양심적 병역기피도 좋지만 더 많은 사람이 ‘비’양심적 병역거부나 ‘비’양심적 병역기피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군대 자체가 흔들리고 군대를 다르게 상상할 수 있길 바란다.

루인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runtoruin@gmail.com)

스틸컷

드래프트 데이 스틸컷1
드래프트 데이 스틸컷2
드래프트 데이 스틸컷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