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실험 5월 작은 영화제들 '불편한 진실'즐겨보자 (경향신문)

인권, 실험 5월 작은 영화제들 '불편한 진실'즐겨보자 (경향신문)

인권·실험...5월 작은 영화제들 '불편한 진실' 즐겨보자

입력: 2007년 05월 03일 17:41:35
 

5월 들어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작은 영화들을 만날 기회도 많아졌다. 거대 자본의 힘을 입은 영화가 간과했거나 애써 외면하는 주제들에 대해 이들 작은 영화는 날카롭고 때론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

쿠바 동부 관타나모만에 위치한 미군의 관타나모 수용소는 죄수들에 대한 인권 유린으로 악명이 높다. 영국 출신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실화에 바탕한다. 파키스탄계 영국 청년 4명이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국으로 향한다. 이들은 신부가 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들렀다가 미군의 폭격을 받는다. 탈레반 본거지에서 수백명의 포로들과 함께 연합군에게 잡힌 이들은 관타나모에 수용된 뒤 아무런 증거도 없이 2년간 고문과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는다. '인 디스 월드' 등 정치색 짙으면서도 자유분방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윈터바텀 감독은 실제 경험자 인터뷰, 뉴스 릴 등을 삽입해 영화가 실화임을 강조한다.

씨네휴 오케스트라 영화제에선 이 영화 외에도 프랑스 거장 알렝 레네의 '마음', 동명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소립자', 임신한 여고생, 그의 증조 할아버지, 게이 삼촌의 동거를 흥미롭게 그려낸 '달콤한 열여섯' 등을 볼 수 있다.

소립자

제4회 서울환경영화제는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지구 온난화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CO2 ZERO를 위한 첫걸음'이란 주제를 내걸었고, 영화 제작시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불편'을 선택하자는 그린코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한때 세계적으로 이름난 캘리포니아 휴양지였으나 이제 생태계의 재앙이 된 솔튼 호수의 변화 양상을 살핀 '솔튼 호의 재앙과 희망'이 추천작이다. '핑크 플라밍고' 등 엽기적인 감수성의 컬트 영화로 악명 높은 존 워터스 감독이 내레이션을 맡아 이채로움을 더한다.

솔튼 호의 재앙과 희망

현대인이 쉽게 즐기는 기호품인 커피, 콜라의 이면에 얽힌 영화도 눈에 띈다. 세계 2500만 커피 재배 농부들이 커피 한 잔 값의 1%도 받지 못한다는 점을 폭로하는 '커피, 커피, 커피', 코카 콜라사가 물 부족에 시달리는 인도의 수자원을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언제나 코카콜라'도 흥미롭다.

지난 10여년간 인권이라는 주제로 영화제를 치러온 인권영화제는 올해로 11회째를 맞았다. 특히 인권영화제는 1회부터 전 작품을 무료로 상영하고 있다. 문화행사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돈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개막작은 2004년 영국 중서부의 한 개펄에서 조개잡이를 하다가 밀물에 휩쓸려 숨진 중국인 불법노동자 23명의 실화를 다룬 '고스트'다. 범죄 조직에 의해 고용돼 일당 1파운드(2000원)씩을 받으며 일하던 이들은 심야에 불법으로 조개잡이를 하다가 변을 당했다. 신분상의 제약이 있던 이들은 영국 어부들의 견제, 이민 브로커의 전횡에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 감독 닉 브룸필드는 다큐멘터리로 경력을 쌓았으며, 실제 불법 이민자인 여성이 주인공을 연기했다.

고스트

상업영화에서 볼 수 없는 실험성으로 각광 받고 있는 인디포럼2007에서는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개막작 '유령소나타'는 연극과 영화, 빛과 소리, 관념과 물질의 경계를 오가는 실험 영화다. 독립영화가 상업영화계로 건너가기 위한 발판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독립영화만의 정체성을 고수하는 작품이다.

해외입양아이자 성노동자이며 트랜스젠더인 사람의 한국방문기 'un/going home'은 성적, 인종적, 계급적 주변부에 위치한 개인이 낼 수 있는 비판적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nhyang.com